▲ 후반기 좋은 성적으로 2021년 기대감을 키운 이태양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공을 던지는 느낌이 왔다. 안정된 밸런스, 공을 정점에서 던지는 느낌, 그리고 좋은 피니시까지. 이태양(30·SK)은 이런 확신을 얻었다. “몸 상태만 되면, 언제든지 좋은 공을 던질 수 있겠구나”라고. 2020년 이태양이 얻은 가장 큰 수확이었다.

올해 노수광과 맞트레이드돼 SK 유니폼을 입은 이태양은 트레이드 초반 당시의 부정적 평가를 상당 부분 지운 상태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성적이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이태양은 후반기 33경기에서 35⅓이닝을 던지며 2승1패3홀드 평균자책점 3.06의 좋은 성적으로 2020년을 마쳤다. 2이닝씩을 던지며 이닝소화력도 과시했다. 이태양은 그나마 후반기를 긍정적인 흐름 속에서 마쳐 다행이라고 말한다.

이태양은 “여름에 더워지면서 조금씩 좋아지는 걸 느꼈다. 트레이드가 됐고, 좋은 모습으로 시즌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시즌 중간에 트레이드가 되며 정신 없이 시즌을 치르기는 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마지막까지 던졌다”면서 “후반기 들어서 어느 정도 스스로에게도 납득이 될 만한 피칭을 했던 것 같다. 좋은 밸런스에서 시즌을 잘 마쳤다. 아픈 곳도 없었다”고 후반기를 설명했다.

느낀 점도 많았다. 우선 트레이드에 대한 기본적인 고찰이었다. 이태양은 “한 팀에서만 선수 생활을 오래했다. 한 팀에 오래 있다 보니 알 수 없었던 것을 트레이드로 배웠다. 좋은 투수가 많다. 발전하지 않고 1년, 1년 흘러가면 밀려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두 번째는 다시 좋을 때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그는 “투수는 매일 공을 던져야 한다. 몸 상태만 되면, 언제든지 좋은 공을 던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서 몸을 착실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천에서 열리는 SK의 마무리캠프에 매일 출근하며 훈련을 진행 중이다. 공을 던지는 기술적인 훈련보다는 내년을 앞둔 전체적인 컨디션 계획을 설계 중이다. 이태양은 “순간적으로 힘을 쓸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무조건 몸이 먼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밸런스가 따라온다”고 했다. 그러면 올해 다소 아쉬웠던 구속도 따라올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태양은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내년에는 초반부터 스퍼트를 노린다. 김원형 감독 체제로 변화를 꾀한 SK의 불펜은 지금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김 감독은 “기존 선수들에게 우선권이 있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그 우선권도 내년 개막전에 다른 선수들 이상의 구위를 가지고 있어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태양도 “항상 초반에 안 좋고, 후반기에 좋아졌다. 겨울에 준비해서 올해 후반기 모습을 내년 초반부터 보여주는 게 목표”라고 첫 지향점을 잡았다.

2018년 성적(63경기 79⅓이닝 평균자책점 2.84)로 돌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명확한 체크 포인트도 생겼다. 이제는 의욕이 생긴다. 이태양은 “하루, 하루,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잘 쓸까라는 생각밖에 없다”고 웃었다. 목표가 보이니 시간이 아깝고, 그 시간을 더 전투적으로 쓰는 선순환이다. 이태양은 아직 자신의 전성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싶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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