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꼭 1년 전 그는 유격수 수비 훈련을 했다. 주전 유격수 자리는 후배에게 내줬으나 대신 서건창, 김민성의 부상에 따른 내야 수비 연쇄 공백을 메우며 활약했다. 타격도 데뷔 후 최고 성적. 억대 연봉을 받을 만했다. 데뷔 11년 만에 처음 억대 연봉을 받게 된 오른손 장타자 윤석민(30, 넥센 히어로즈)은 야구 인생에서 또 다른 파도 앞에 섰다.

넥센은 23일 “윤석민과 1억 6,000만 원에 2016년 시즌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올해 연봉 9,700만 원에 비해 6,300만 원이 오른 금액으로 선수 개인에게는 2004년 두산에서 데뷔한 후 첫 억대 연봉이다. 윤석민은 올해 108경기 타율 0.294 14홈런 71타점으로 데뷔 이래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시즌 막판 부상 때문에 결장 기간이 있었으나 서건창의 무릎 부상과 김민성의 부상 공백으로 생긴 내야 연쇄 구멍을 3루수로서 메운 공헌도 또한 컸다.

그동안 잠재력을 평가 받고도 한 자리에서 주전으로 풀타임 시즌을 치른 적은 없던 윤석민에게 2016년은 주전으로 도약이 달린 해다. 팀 타선 간판이자 KBO 리그 최고 거포였던 박병호(미네소타)가 메이저리그로 진출해 주전 1루수로 자리매김해야 하기 때문이다. 넥센 이적 후 공헌도가 컸으나 타순과 수비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했던 윤석민의 '포지션 역마살'이 끝날 수 있는 기회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해 윤석민에게 유격수 수비를 지시하며 “나이가 나이인 만큼 스스로도 위기를 느꼈을 것이다.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데 절실하게 달려들어야 한다. 팀에서 구멍 난 곳을 메우느라 공헌했기 때문에 먼저 주전으로 자리 잡을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윤석민은 발이 빠른 선수가 아니라 넓은 유격수 수비 범위를 보여줄 수 없었다. 주전 유격수 자리는 2년차 김하성이 차지했다. 서건창의 부상이 없었다면 윤석민은 2015년 오른손 대타 및 지명타자로 더 자주 출장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는 지난해 말과 다르다. 박병호의 포스팅시스템 금액(1,285만 달러, 약 145억 원)으로 구단 재정은 따뜻해졌으나 주전 1루수 박병호가 빠진 자리는 쓸쓸하다. 염 감독은 주전 1루수로 일찌감치 윤석민을 지목했다. 2년 간 넥센을 위해 공헌했던 노력을 높이 평가한 것은 물론 1루 수비 경험이 있는 선수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두산 시절부터 1루수로도 섰던 윤석민은 강습 타구 처리 미숙으로 코너 내야수로 확실히 자리 잡지 못했던 바 있다. 김진욱 전 두산 감독이 재임 당시 윤석민을 외야수로도 시험하려고 했고 염 감독이 강습 타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유격수 수비를 윤석민에게 지시한 이유다. 올해는 3루수로 뛰며 강습 타구 처리에 있어 한결 나아진 수비를 펼쳤으나 아직 수준급으로 놓기는 무리다.

1루는 3루보다 수비 시프트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번트나 오른손 타자의 밀어치기 등도 있고 타자 주자 처리에 있어 동료들의 커버 플레이에도 재빨리 반응하고 움직여야 한다. 현대 야구에서 1루는 절대 '타격 특화 선수가 공만 잘 받으면 되는 곳'이 아니다. '제2의 포수 자리'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수비 중요성이 커졌다.

프로 데뷔부터 지금까지 윤석민은 항상 '도전자'로 익숙했다. 대선배 김동주(은퇴)의 벽에 가려져 1군 3루수로 자리매김하는 데 실패하고 트레이드 되었으며 넥센 이적 후에는 박병호, 김민성 등 걸출한 후배들이 이미 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지금은 그 때보다 한결 수월해보이지만 염 감독이 '주전 1루수는 윤석민'이라고 지목한 것은 주전 1루수로 도전할 우선권을 준 것일 뿐 '철밥통'을 준 것이 아니다.

뒤늦게 제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한 윤석민은 2016년 고척돔의 주전 1루수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인가. 그는 커다란 경쟁의 파도 앞에 섰다.

[사진] 윤석민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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