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은 경쟁 끝에 허경민과 4+3년 총액 85억 원에 계약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마른 땅을 적시는 것은 역시 수요와 경쟁이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파가 예상됐던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경쟁 속에 과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올해 FA 선수들은 재수가 없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렸던 KBO리그다. 코로나19로 구단들의 매출이 급감했다. 관중 수입이 거의 사라졌고, 경기장 판매, 광고까지 모두 영향을 받았다. 매년 150~200억 원 정도의 사실상 적자를 내는 야구단이 구단별로 100억 원 상당의 추가 적자를 떠안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은 결국 현실이 됐다. 큰 돈이 오가는 FA 시장의 한파도 충분히 예상됐다.

지난해 FA 시장이 한파 속에 마무리됐기에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역시 수요가 있는 곳은 불패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최대어로 뽑혔던 허경민(두산)은 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4+3년 총액 85억 원에 계약했다. 최주환(SK) 또한 SK와 4년 42억 원에 계약했다. 이는 전년도 유격수 내야수였던 오지환(LG) 김선빈(KIA)의 총액 규모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이들의 계약을 지켜보면 “하루 사이에 가격이 좀 올랐다”는 유행어가 그대로 떠오른다. 허경민을 반드시 잡겠다는 생각을 한 두산도 처음부터 이 금액을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방의 한 개 구단이 거액을 베팅했고, 가격은 두산과 에이전시가 만날 때마다 조금씩 높아졌다. 결국 두산도 허경민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예상보다 많은 지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최주환 또한 SK의 첫 제시액보다는 높은 가격에 도장을 찍었다. 역시 지방 한 개 구단의 오퍼를 무시할 수 없어서였다. 인센티브 등에서 다소간 차이가 있으나 이 구단의 제시액은 총액 기준으로 오히려 SK의 제시액보다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SK도 결국 그 자리에서 2억 원을 더 올려줄 수밖에 없었다. 최주환 측이 안정보다 금전을 택했다면 42억 원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의 계약도 가능했다.

남은 선수 중 최대어로 뽑히는 오재일 시장도 경쟁 속에 서서히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초 야구계에서 예상했던 대략적인 금액은 이미 뛰어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팀이 레이스에서 떨어져 나가느냐만 남은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역시 협상을 할 때마다 금액이 달라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첫 협상과 지금 오가는 액수는 확실히 다르다.

FA 시장은 결국 수요와 공급이라는 평범한 경제 논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대다수 구단들이 지갑을 닫았다. 외부 FA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다. 이 시장에 들어갈 만한 명분이 각 구단별로 다소간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팀 전력을 강화할 수 있는 확실한 매물이 나왔고, ‘전력 보강’이라는 명분이 급한 몇몇 구단들이 FA 시장에 눈독을 들이면서 당초 예상가를 초과하고 있다. 

다만 모든 선수들에게 온기가 도는 것은 아니다. 경쟁이 없는 몇몇 선수들의 몸값은 한파를 느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보상 규모가 까다로운 재자격 선수들은 일부를 제외하고 협상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시선이 많다. 한 팀이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한 에이전시와 한 푼이라도 더 깎으려는 구단들의 싸움은 다른 양상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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