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과 FA 계약을 맺은 오재일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오버페이', '거품' 여론을 의식한 듯 소극적으로 FA 시장을 바라보기만 하던 구단들이 돌연 적극성을 띄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구단 수입은 1년 내내 혹서기 한파를 겪었으나 FA 시장만큼은 열기가 뜨겁다. 경쟁이 붙기 시작하니 몸값이 뛰는 것은 순식간이다. 오재일 역시 '앞자리'가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삼성 라이온즈는 14일 오후 오재일과 4년간 계약금 24억원, 연봉 합계 22억원(2년차까지 6억원, 3년차 이후 5억원), 인센티브 합계 4억원(매년 1억원) 등 최고 50억원의 조건에 사인했다. 

오재일은 올해 127경기에서 타율 0.312 16홈런 89타점을 기록했다. 주전이 된 뒤로는 처음 한 시즌 20홈런에 실패했지만 4할에 가까운 출루율(0.390)로 떨어진 장타력을 만회했다. 높은 출루율 덕분에 홈런이 5개나 줄었는데도 OPS는 지난해 0.863에서 올해 0.872로 올랐다. 투자 가치는 충분한 선수다. 

문제는 나이였다. 2016년에야 데뷔 후 처음 100경기 이상 출전하기 시작한 '대기만성형' 선수라는 점에서 모범이 될 만했지만 시장가치는 다른 문제다. 

올해 34살, FA로 4년 계약을 맺는 팀은 35살부터 38살까지 오재일의 황혼기에 베팅해야 했다. 시기에 따른 기복은 있지만 시즌 성적을 놓고 보면 꾸준히 뛰어난 공격력을 지닌 동시에 안정적인 1루 수비를 해내는 선수라는 점은 높게 평가할 수 있다. 관건은 나이에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조건을 뛰어넘는 변수가 등장했다. 경쟁이다. 수준급 FA가 극소수인 KBO리그에서는 시장가가 곧 적정가를 의미하게 된다. 일상적인 소비재가 아닌 사치품에 적정가를 논하는 것이 무의미한 것처럼, 극소수인 수준급 FA도 부르는 게 값이다. 

여기에 하위권 팀들의 전력보강 의지가 더해지면서 지난해와 다른 분위기가 형성됐다. SK의 최주환 영입을 지켜보기만 했던 삼성이 더욱 공격적으로 나섰다. 허경민 재계약 후에도 '실탄'이 남아 오재일까지 붙잡으려던 두산이 삼성을 따라붙었다. 여기에 자금력이라면 누구에게도 뒤떨어지지 않는 지방 팀이 참전한다는 소문까지 들렸다. 

결국 오재일의 몸값은 앞자리가 달라졌다. 40억원대에서 시작한 협상이 인센티브 포함 50억원에서 마무리됐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swc@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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