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택근이 22일 키움 구단의 팬 사찰 의혹과 관련해 KBO 상벌위원위원회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택근이 폭로한 키움의 ‘팬 사찰’ 의혹
-마지막 결재 놓고 정운찬 총재는 고심
-“키움 측 소명서 검토…곧 결과 나온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전례 없는 ‘팬 사찰’ 의혹을 심의한 KBO가 최종 판단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KBO는 23일 “정운찬 총재가 키움 히어로즈 구단의 소명과 상벌위원회 결과를 보고받고 검토했지만, 해당 사안을 조금 더 숙고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며 징계 여부 발표를 미뤘다.

이틀째 연기다. KBO는 22일 키움 구단의 팬 사찰 의혹과 관련해 상벌위원회를 열었다. 앞서 키움 구단 및 관계자들의 징계를 요청했던 이택근이 출석하는 등 해당 사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지만,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그리고 23일에도 최종 판단을 내리지 못하면서 징계 여부 확정은 또다시 연기되고 말았다.

논란은 지난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키움 허민 이사회 의장이 2군 구장에서 선수들을 상대로 공을 던진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고, 이는 구단 최고위층의 갑질 의혹으로 불거졌고 거센 후폭풍을 낳았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시 키움 선수였던 이택근이 “김치현 단장을 비롯한 키움 관계자들이 이 영상을 언론으로 제보한 팬을 사찰하고, 나에게 배후를 알아보라고 요청했다”고 폭로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또, 이택근은 이달 초 KBO로 ‘품위 손상’ 명목으로 키움 구단 및 관계자들의 징계를 요구했다.

키움 구단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이택근이 이야기한 팬 사찰은 사실과 다르다. 김치현 단장이 개인적으로 궁금한 부분을 이택근에게 물어봤을 뿐이지 팬을 사찰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택근은 당시 김치현 단장과 대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재차 공세 수위를 높였다.

양측의 입장을 모두 수렴한 KBO는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례가 없던 사안이라 결론 도출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KBO 관계자는 23일 전화통화에서 “이택근의 징계 요청 후 KBO는 조사위원회를 꾸려 해당 문제를 꼼꼼히 살펴봤다. 이택근과 키움 구단 관계자들을 따로 면담해 진상을 파악했다”면서 “이후 조사위원회 결과를 바탕으로 22일 상벌위원회가 징계 여부를 논의했다. 이택근과 키움 구단 관계자들이 출석했고, 23일 키움 구단으로부터 추가 소명서를 받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KBO는 23일에도 징계 여부를 확정짓지 못했다. 상벌위원회는 심의 결과를 정운찬 총재에게 보고했지만, 정 총재는 최종 결재 사인을 보류했다. 일각에선 올해로 임기가 마무리되는 정 총재가 향후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이번 사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KBO 관계자는 “다만 이 사안이 전례가 없던 터라 최종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총재님께서도 고심하고 계시다. 일단 오늘 받은 키움 측의 소명서를 상벌위원회가 다시 검토했고, 총재님께도 보고를 드린 만큼 더 늦지 않은 시점에서 발표가 나올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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