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미나리'. 제공|판시네마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미국 아카데미상의 바로미터 골든글로브가 영화 '미나리'를 작품상 후보에서 배제시켜 논란이다.

버라이어티 등 외신에 따르면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는 22일 내년 시상식 출품 접수를 완료하면서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의 '미나리'를 작품상 부문이 아니라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배정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영화의 경우 드라마 부문과 뮤지컬/코미디 부문으로 나눠 작품상과 남녀주연상, 감독상을 수여한다. 그런데 '미나리'의 경우 대부분의 대사가 한국어라는 이유로 작품상 후보에서 제외되고 외국어영화상 부분으로 빠졌다. 다만 출연자인 스티븐 연, 한예리 등은 드라마 부문 남녀주연상 후보가 가능하다. 100% 한국어 영화인 '기생충' 또한 때문에 지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부분 후보에 들지 못하고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영어와 한국어가 모두 쓰인 '미나리'의 경우 영어 비중이 50%를 넘어야 한다는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작품상 후보에서 배제됐다. 지난해 영어-중국어가 쓰인 룰루 왕 감독의 '페어웰'이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 못하고 외국어영화상 후보가 된 일과 마찬가지다. 

▲ 영화 '페어웰'과 '미나리'. 제공|AUD, 판시네마
'미나리'의 골든글로브 작품상 후보 배제 소식이 알려진 뒤 SNS가 들끓고 있다. 특히 '페어웰'의 룰루 왕 감독은 SNS를 통해 규정이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룰루 왕 감독은 "올해 '미나리'보다 더 미국적인 영화는 못 봤다. 이건 미국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좇는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다. '미국'을 그저 '영어를 말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구시대적 규정은 바뀔 필요가 있다"고 일침했다.

미드 '로스트' 등으로 잘 알려진 한국계 배우 대니얼 대 킴 또한 "이건 내 나라가 미국인데 '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와 같은 영화"라며 반발했다. SNS상에서는 "'미나리'는 미국에서 찍고 미국인이 주연을 맡고 미국 제작사가 만들고, 미국인이 쓰고 연출한 미국 영화다. 이보다 더 미국적인 게 뭐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앞서 골든글로브 작품상 후보였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경우 영어대사 비중이 30%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나리'는 100% 한국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닌 '기생충'과 태생이 완전히 다르다. 친숙한 한국어 제목과 달리 '문라이트'를 만든 A24가 투자하고 브래드피트의 플랜B가 제작한 미국 영화다. 주연 스티븐 연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제작에도 참여했으며, 각본과 연출을 맡은 정이삭 감독도 한국계 미국인이다. 촬영 역시 100% 미국에서 이뤄졌다.

'미나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와 아칸소 주의 벌판을 일구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한국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국어와 영어가 모두 쓰였다. 지난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하면서 올해 아카데미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는데, 이미 윤여정이 유력 여우조연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작품상 후보로도 물망에 올랐다.

2021 골든글로브 후보는 내년 2월3일 발표된다. 시상식은 내년 2월28일이다. 

▲ 영화 '미나리'. 제공|판시네마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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