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히어로즈 구단 문제를 놓고 고심 중인 정운찬 KBO 총재(왼쪽).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KBO가 키움 히어로즈 때문에 다시 한 번 고민에 빠졌다.

KBO는 이달 초 이택근으로부터 키움 징계 요청서를 건네받았다. 지난해 6월 허민 키움 구단 이사회 의장이 2군 구장에서 선수들을 세워놓고 공을 던지는 영상이 언론사를 통해 공개된 뒤, 구단 고위 관계자들이 영상 촬영자의 신상을 파악하고 이택근에게 그 배후를 캐게 했다는 것. 영상 촬영자는 이택근의 팬으로 알려졌다.

이택근은 허 의장이 권력을 남용해 선수들을 자신의 놀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이를 공익 제보한 팬을 사찰했다며 그 증거 자료들을 KBO에 제출했다. KBO는 구단에 해당 사실을 전달하며 구단에도 소명 자료를 받아 사실 파악에 들어갔다. 그 결과 22일 상벌위원회가 열렸는데 키움 구단이 추가 소명 의사를 밝히면서 징계 결정이 23일로 미뤄졌다. 그러나 KBO는 23일에 이어 24일까지 징계 여부를 정하지 못하고 연휴에 들어갔다. 징계는 빨라도 다음주에 날 가능성이 크다.

23일 KBO 발표에 따르면 상벌위원회는 이미 양측의 입장을 정리하고 결과를 내 정운찬 KBO 총재에게 전달하였으나 정 총재가 이를 검토하는 과정이 오래 걸리고 있다. 키움 구단의 행위가 KBO의 품위를 손상시킨 것은 맞다 하더라도 KBO가 제재를 할 수 있는 범위가 너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키움은 9일 입장문을 내며 "이택근 선수의 KBO에 요청한 구단 및 관계자에 대한 징계 요구에 대해 강력하게 법적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O가 구단의 입장에 상반된 징계를 내릴 경우 KBO를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KBO로서는 구단과 법적 공방전을 벌이는 상황이 달갑지 않을 뿐더러 승소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사적 재산인 구단 경영과 관련해 KBO가 법적 제재권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KBO는 지난 3월에도 키움 구단 관계자들의 제보를 통해 이장석 전 대표이사의 '옥중 경영'에 대한 사실을 확인했으나 더 이상 구단을 제재할 규정이 없어 구단 제재 2000만 원과 관련자 엄중 경고에 그쳤다. 많은 이들이 여전히 대주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 전 대표이사를 야구계에서 퇴출시키라고 주장했으나, KBO 관계자는 당시 "KBO에는 사적 재산을 몰수할 수 있는 집행권이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강정호가 올해 6월 국내 복귀 의사를 밝혔을 때도 '음주운전 삼진아웃제'를 강정호에게 소급적용할 경우 법적 분쟁으로 불거졌을 때 KBO가 불리하다는 의견에 따라 1년 자격정지 징계에 그쳤다. 사익이 아닌 공익 단체의 성격이 짙은 KBO는 법적 싸움에서 패소 가능성이 큰 징계를 내리는 데에 매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KBO의 징계 규모는 제재금 부과, 신인 드래프트권 박탈, 관련자 자격 정지 등으로 예상되지만 키움 구단의 KBO 회원사 권리 박탈 등 적극적인 징계로는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키움 구단과 이택근 양측의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어 한동안 키움 내외부의 잡음은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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