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뛰는 추신수(왼쪽)과 이대호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나이 마흔. 이제 각자 팀 내에서 최고령급 선수지만, 추신수(39·SSG)와 이대호(39·롯데)의 미소는 그들이 처음 만났던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서로 포옹을 하고, 안부를 묻는 얼굴에는 미소가 절로 떠올랐다.

추신수와 이대호는 2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시범경기 2연전을 앞두고 그라운드에서 만나 한참이나 이야기를 나눴다. 원정팀인 SSG의 훈련이 시작되자 먼저 훈련을 마무리한 이대호가 직접 3루 측 더그아웃을 찾았다. 추신수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튜빙을 하던 추신수는 이대호를 환한 미소로 맞이했다. 추신수는 “와 이렇게도 다시 만나네…”라며 친구를 반겼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아마도 한국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친구들이다. 초등학교 때 만나 부산 지역을 상징하는 아마추어 선수로 이름을 날렸던 두 선수는 프로에서도 승승장구했다. 이대호는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군림했고, 한·미·일 3개 리그에서 모두 뛰었다는 보기 드문 경력을 가진 채 롯데의 상징이 됐다. 추신수는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메이저리그에서만 16년을 뛰며 올스타까지 선정됐다. 그리고 돌고 돌아 이제 KBO리그에서 다시 만났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절친한 사이다. 하지만 이제 곧 시작될 정규시즌에서는 친구의 정은 잠시 접어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어야 할 사이이기도 하다. 동갑내기 슈퍼스타가 한 리그에서 뛴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비교’를 의미하기도 한다. 게다가 롯데와 신세계라는, 재계 라이벌 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경력으로나 명성으로나 금전적인 부분에서 이룰 것을 다 이룬 두 선수는 개인적인 비교보다도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팀의 우승이다.

이대호는 롯데에서는 단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은 여전히 1992년이다. 어린 시절부터 롯데를 보고 자란 이대호는 이것이 한으로 남아있다. 오죽했으면 올 시즌을 앞두고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을 당시 계약 기간(2년) 중 반드시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이대호 야구 인생의 마지막 목표다.

추신수도 다르지 않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신시내티, 텍사스를 거쳤으나 단 한 번도 월드시리즈에 가지 못했다. 포스트시즌 경험은 몇 차례 있으나 우승 문턱에 가본 적은 없다. 추신수 또한 경력의 마지막에 반드시 반지를 끼고 싶어 한다. SSG와 계약을 맺은 것도 우승을 할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두 선수에게 남은 시간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벌써 우리 나이로 마흔이다. 그래서 더 절박하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두 팀을 이끌고 일단 우승권으로 가는 것이 급선무다. 친구 사이지만, 사실 순위표에는 친구가 있기 어렵다. 올해 우승팀은 단 하나고, 두 선수 모두 이룰 수는 없거나 두 선수 모두 이루지 못할 수 있다. 우승이라는 마지막 목표를 세운 두 선수 중 누가 먼저 그 고지에 이를지도 관심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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