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문회 감독(왼쪽)과 성민규 단장. ⓒ스포티비뉴스DB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누구는 예상된 수순으로 받아들였고, 누구는 이른 결단으로 받아들였다. 롯데 자이언츠의 허문회(49) 감독 경질이 그랬다.

롯데는 11일 “구단과 허문회 감독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 차이가 지속돼 사령탑을 교체하기로 했다”면서 허문회 감독과 결별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2군을 통솔하던 래리 서튼(51·미국)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예정된 임기의 반도 채우지 못한 동행이었다. 롯데는 2년 연속 최하위로 처진 2019년 말부터 새 감독을 찾았다. 양상문 감독이 중도 퇴진한 뒤 공필성 대행이 나머지 페넌트레이스를 이끌었지만, 최하위 성적에서 반등을 이뤄내지 못한 뒤였다.

후보군의 폭은 넓었다. 롯데는 먼저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을 비롯해 스캇 쿨바 그리고 래리 서튼과 면접을 진행했다. 그러나 3명 모두 최종 접점은 찾지 못했고, 국내로 눈을 돌려 키움 히어로즈에서 몸담고 있던 허문회 수석코치를 10월 27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계약기간은 3년, 총액은 10억5000만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2억5000만 원)이었다.

허 감독의 롯데행은 여러모로 화제를 모았다. 이보다 앞서 선임된 성민규 단장의 공이 많이 들어간 영입이었기 때문이다. 1982년생으로 이대호와 동갑내기인 성 단장은 선수단과 소통할 수 있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둔 경기 운영이 가능한 사령탑을 찾았고, 허 감독을 적임자로 택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뜻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꼬인 1번 스텝은 개막 엔트리였다. 성 단장이 데려온 포수 지성준(개명 후 지시완)을 허 감독이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하면서 불협화음이 시작됐다.

자신이 성사시킨 첫 트레이드로 데려온 지성준을 놓고 성 단장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기대감을 드러냈지만, 허 감독은 지성준의 기량 미달을 개막 엔트리 제외 이유로 삼았다. 구단 안팎에선 이를 감독과 단장 사이의 ‘알력 다툼’ 전초전으로 보는 이가 많았다.

▲ 롯데 성민규 단장(왼쪽)과 이석환 대표이사. ⓒ곽혜미 기자
이후 과정은 장밋빛 전망과는 다르게 흘렀다. 구단은 선수 기용과 콜업 등의 사안을 두고 사령탑에게 유무형의 압박을 가했고, 허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강도 높은 어조로 자신의 뜻을 강하게 주장했다.

첨예한 사안이었다. 구단은 감독의 고유권한을 건드린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고, 감독은 소통의 귀를 닫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구단은 ‘관심과 간섭’ 사이에서, 감독은 ‘소신과 고집’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이어간 셈이었다.

롯데가 지난해 페넌트레이스를 7위로 마치자 야구계 안팎에선 허 감독과 동행을 놓고 다양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예상을 깨고 경질 카드가 빨리 나올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전격 경질은 없었고, 허 감독은 예정대로 사령탑 2년차를 맞게 됐다.

이후 국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지휘한 허 감독은 올 시즌 목표를 4강 진입으로 설정했다.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와 유격수 딕슨 마차도가 잔류한 가운데 이승헌이 선발 로테이션으로 진입하면서 기대감이 높아진 덕분이었다.

그러나 롯데는 4월 한 달간 10승13패를 기록하고 8위로 내려앉았고, 5월 들어 뼈아픈 5연패를 당하면서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이렇게 롯데가 다시 추락하면서 허 감독을 향한 비판의 화살은 다시 거세졌고, 결국 롯데는 조기 경질 카드를 빼들었다.

2000년대 후반 제리 로이스터 시대 이후 모처럼 기대감을 모은 허문회호 롯데. 어느 때보다 합리적이고 유동적인 선수단 운영이 가능하리라는 기대가 컸지만, 롯데와 허문회 감독의 동행은 프런트 야구와 감독 야구의 불협화음이라는 씁쓸한 뒷맛만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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