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형근, 박대현 기자] 한국 테니스계가 지도자의 폭력과 비리로 논란에 휩싸였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출신 지도자가 초·중등생에게 무자비한 폭행과 폭언을 가하고 학부모를 대상으로 금품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는 등 현역 시절 국가대표로 활약한 A코치는 은퇴 후에도 해외 주니어 대표팀 감독, 제주도 체육회 전임지도자를 역임하며 현장 일선에서 활동했다. A코치는 현재 제주 지역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피해 선수들의 증언에 따르면 A코치는 초·중등생에 불과한 어린 선수들을 일렬로 세운 뒤 공을 강하게 쳐서 맞추거나 라켓으로 머리, 종아리, 엉덩이를 마구 내리쳤다. 폭행뿐 아니라 초등생에게 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수준의 폭언도 반복했다. 

A코치의 폭행과 폭언으로 테니스 선수의 꿈을 포기했다고 밝힌 B씨는 "중학생 때 라켓으로 머리와 허벅지, 팔을 수시로 맞았다. 공포 속에서 운동하겠다는 의지로 버텼다. ‘XX 새끼야. 그것도 못하냐. 너희 엄마가 불쌍하다’ 등 잦은 폭언으로 A코치가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 선수의 학부모 C씨는 “아이가 중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갑자기 호출을 했다. 아이가 학교에서 상담하는데 자살률이 80%가 나왔다고 말씀하셨다. 상담 내용을 보니 A코치의 폭행과 폭언이 너무 심해 애가 100m 전방에서 A코치를 보면 ‘오줌을 지린다’는 식의 내용이었다. 지금도 아이가 대회장에서 A코치를 보면 당시의 악몽이 떠올라 공포를 호소한다”고 털어놨다. 

금품수수 의혹도 제기됐다. 피해 선수와 학부모에 따르면 A코치는 훈련비 명목으로 인당 50~100만 원가량의 웃돈을 학부모에게 요구했다. 대회 출전 때도 파견비 명목으로 돈을 수령했다. 

피해 선수 B씨는 “중학교 1학년 때 엄마한테 장학금을 모금하겠다고 통장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통장을 개설하자 A코치가 통장과 카드 비밀번호를 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가정이 불우한 내 집안 사정을 알고 장학금을 모금해 운동에 필요한 부분에 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A코치는 나를 팔아 돈을 받았고, 그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A코치가 두려워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학부모 C씨는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르고 100만원, 150만원을 입금하라고 하면 입금했다. 수업료도 따로 있었다.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학부모들이 돈을 따로 모아 70만원 정도씩 전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A코치는 제주도에서 초‧중등생을 대상으로 테니스를 지도하고 있다. A코치는 스포티비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폭행과 폭언, 금품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피해 선수들은 극심한 트라우마를 호소한다. 현재 A코치를 떠나 타 지역에서 선수생활을 이어 가고 있지만 전국 규모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마주치는 탓에 가혹했던 과거가 떠오른다는 것이다.

피해 선수의 학부모 C씨는 "경기 중 아이가 갑자기 스윙도 무너지고 실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해 이유를 물었다. A코치가 원인이었다. 그가 (경기장) 상단에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인지한 후 급격히 멘탈이 무너진 것"이라며 2차 피해를 호소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정말 간절히, 적어도 경기장에서만큼은 마주치지 않았으면 한다"며 합당한 처분을 바라고 있다.

피해 선수 D씨는 “A코치는 최근에도 내 친구들을 때린 것으로 알고 있다. 소리를 지르고 욕도 하고 있다. 그러나 친구들은 먼저 말하지 못할 것이다. 경찰 아저씨가 더 이상 내 친구들을 때리지 못하게, 나쁜 짓을 하지 못하게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현재 A코치를 둘러싼 의혹은 해당 지역 지방경찰청에서 조사 중이다. 폭행과 금품수수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정형근 기자, 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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