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가 2일 현재 3위를 달리고 있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창원, 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황금기만큼 많이 언급된 단어가 FA 유출이다. 6년 사이 김현수(LG), 민병헌(롯데), 양의지와 이용찬(이상 NC), 오재일과 이원석(이상 삼성), 최주환(SSG) 등이 빠져나갔다. 모두 투타 핵심 선수들이었다. 

그런데 리빌딩이 되고 있다. 내야는 올겨울 FA 시장에 나온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36)를 3년 25억원, 3루수 허경민(31)을 4+3년 85억원에 붙잡으면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위한 축을 세웠다. 김재호와 허경민 모두 구단의 뜻에 동의하며 도장을 찍었다. 오재일이 빠진 1루는 1991년생 양석환을 LG 트윈스와 트레이드로 영입해 대박을 터트렸다. 양석환은 안정적인 수비와 함께 타율 0.278, OPS 0.840, 9홈런, 29타점을 기록하며 5번타자 임무까지 곧잘 해내고 있다. 최주환이 빠진 2루는 보상선수로 영입한 박계범(25)과 강승호(27), 그리고 베테랑 오재원(36)을 골고루 기용해 채워 나가고 있다. 

김재호는 2021년 1차지명 유격수 안재석(19)을 스프링캠프 동안 전담 마크하며 '호랑이를 키웠다'는 말까지 들었다. 안재석은 두산이 김재호 다음 유격수로 생각하는 유망주다. 안재석은 잠재력도 있지만, 어린 선수인데도 악착같이 '자기 것'을 해내려는 의지를 보이며 김태형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안재석은 1군 무대에도 곧잘 적응하며 김재호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29경기 타율 0.313(64타수 20안타), OPS 0.780, 5타점으로 타석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10대부터 30대까지 골고루 뛰며 내야에 건강한 리빌딩이 이뤄지는 사이 외야에도 작은 변화가 생겼다. 좌익수 김재환(33)-중견수 정수빈(31)-우익수 박건우(31)로 견고하게 굳었던 외야진에 약간의 균열이 생겼다. 

시즌 초반 정수빈이 타석에서 주춤한 게 시작이었다. 이 자리를 김인태(27)가 치고 들어왔다. 김 감독은 지난해부터 대타 1순위로 힘을 실어준 김인태가 주전으로 뛸 기회를 줬고, 김인태는 42경기에서 타율 0.287(115타수 33안타), 3홈런, 16타점을 기록하며 조금씩 존재감을 키우기 시작했다. 최근 4경기에서는 7안타를 몰아치고, 최근 2경기 연속 홈런을 날리는 등 갈수록 타격감이 뜨겁다. 그사이 재정비를 마친 정수빈도 몰아치기를 시작하며 반등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동안 대주자, 대수비 요원으로 활약해온 조수행(28)도 마찬가지다. 빠른 발과 호수비로 계속해서 눈도장을 찍고 있다. 1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는 4-3으로 앞선 9회 2사 2루 위기에서 박진영의 타구가 중견수 조수행 앞으로 향했다. 2루주자 이재율이 홈으로 내달려 4-4 동점이 되는 상황이었는데, 조수행이 홈으로 빠르고 강하게 송구해 이재율을 태그아웃하면서 경기를 끝냈다. 조수행의 송구를 받은 포수 장승현은 "(조)수행이 형이 공을 던지는 순간 무조건 아웃이 될 줄 알았다. 워낙 어깨가 좋다"며 엄지를 들었다. 

김재환과 박건우 모두 예비 FA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김인태와 조수행의 성장세는 반갑다. 박건우는 도쿄올림픽 최종 엔트리에 들어야 FA 조건을 채우는데, 어쨌든 2년 안에는 시장에 나온다. 김재환과 박건우는 현재 타선의 핵심이라 구단이 어떻게든 잡으려 하겠지만, 미래를 확답할 수 없는 게 FA다. 만약을 대비해서라도 김인태와 조수행은 지금처럼 계속해서 그라운드 위에서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 왼쪽부터 1루수 양석환, 외야수 김인태, 투수 최원준 ⓒ 곽혜미 기자
투수는 최근 3~4년 사이 가장 활발히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1992년생인 홍건희가 올해부터 투수 조장을 맡은 것부터 큰 변화였다. 왼손 스페셜리스트로 돌아온 장원준(36)은 어느덧 투수조 맏형이 됐다. 1일 엔트리를 기준으로 1980년대생은 장원준과 김강률(33), 아리엘 미란다(32)까지 셋뿐이다. 

국내 선발진의 변화가 가장 크다. 이용찬이 이적하고, 이영하(24)와 유희관(35)이 부진해 2군으로 내려가면서 최원준(27)-곽빈(22)-박정수(25)로 새로 꾸렸다. 그나마 경험이 있는 최원준이 올해 선발 2년차다. 곽빈과 박정수는 시즌 전부터 선발 구상에 있진 않았지만, 김 감독은 이 선수들이 가능성을 보여주면 선발 로테이션에 계속 남겨두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곽빈은 팔꿈치 부상에서 3년 만에 재기했고, 박정수는 이용찬의 보상선수로 합류하자마자 큰 기회를 받았다. 기회를 받고도 자기 공을 던지지 못하면 2군에서 재정비를 하는 이영하와 유희관을 다시 부르겠지만, 지금은 곽빈과 박정수 각자 자리를 잡아야 할 계기가 있는 만큼 잘해줄 것이란 믿음이 더 강하다.  

안방은 더욱더 든든해졌다. 안방마님 박세혁(31)이 지난 4월 중순 안와골절로 이탈해 걱정을 샀지만, 장승현(27)이 바통을 이어받아 빈자리를 살뜰히 채웠다. 최용제(30)는 장승현의 체력 부담을 나누면서 대타로 쏠쏠한 활약을 보여줬다. 박세혁은 1일부터 퓨처스리그 경기에 나서면서 1군 복귀에 박차를 가했다. 김 감독은 조만간 박세혁이 합류하면 한 달 넘게 주전 포수를 맡으며 크게 성장한 장승현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리빌딩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성적도 내고 있다. 두산은 2일 현재 25승21패 승률 0.543로 3위에 올라 있다. 선두 SSG 랜더스와는 3경기차, 2위 kt 위즈와는 1경기차로 추격하고 있다. 두산은 암흑기 없이 세대교체에 성공하는 사례를 남길 수 있을까. 올해 새로 수혈한 선수들, 그리고 미래로 평가받은 선수들의 현재를 확인하는 재미가 있는 두산의 2021년이다.  

스포티비뉴스=창원,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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