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워커 로켓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공은 좋은데…."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시즌 초반까지 워커 로켓(27)을 향한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 정확히는 눈높이가 높아져 있었다. 김 감독은 2019년 조쉬 린드블럼(34, 밀워키 브루어스), 지난해 라울 알칸타라(29, 한신 타이거스)까지 해마다 20승 에이스를 데리고 시즌을 치렀다. 로켓뿐만 아니라 웬만한 투수는 한번에 눈도장을 찍기 어려웠다. 

시즌 50경기를 치른 현재 로켓은 두산은 물론 KBO리그를 통틀어 가장 빼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11경기에 선발 등판해 8차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면서 6승3패, 67⅓이닝, 평균자책점 1.87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리그 단독 1위고, 퀄리티스타트는 공동 선두에 올라 있다.  

문제는 투구 수 관리였다. 타자와 조심스럽게 승부하다 볼이 많아지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보통 5이닝이 지나면 100구에 육박해 6이닝보다 더 긴 이닝을 맡기기 어려웠다. 지난달 11일 잠실 키움전에서는 6이닝 1실점 호투로 3-2 승리를 이끌긴 했지만, 투구 수가 무려 121개였다.

김 감독은 로켓이 개인 한 경기 최다 투구 수를 기록한 당시 "볼이 많으니까 투구 수가 많다. 공이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간다고 다 맞아 나가는 것도 아니다. 가운데로 몰렸을 때 다 맞아 나가는 경기도 있긴 했지만, 본인 공에 확신이 있어야 한다.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닌데, 타자를 확실하게 속이려 하고 조심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사령탑의 메시지는 간단했다. 충분히 구위가 좋으니 일단 타자와 빠르게 승부하면서, 피해야 할 때는 피하는 영리한 투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무기 투심 패스트볼 구속이 153km까지 나오면서 움직임도 좋으니 충분히 장점을 살려 더 좋은 투구를 펼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로켓은 경험이 쌓일수록 조금씩 김 감독이 바라던 투구를 펼쳤다. 지난달 30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102구로 7이닝을 버티면서 단 한 점만 내줬다. 28타자를 상대하면서 12차례나 땅볼을 유도했다. 지난 5일 잠실 SSG전에서는 6이닝 동안 볼넷을 단 하나도 내주지 않고 1실점했다. 투구 수는 83개에 불과했다.

로켓은 어느덧 두산의 든든한 에이스로 자리를 잡았다. 최원준(6승), 아리엘 미란다(5승)와 함께 17승 책임졌다. 덕분에 두산은 국내 선발투수들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치열한 순위 경쟁에서 버틸 수 있었다. 

전임 에이스의 그늘에 가려져 있지만, 로켓도 충분히 자기 몫을 해내고 있다. 사령탑이 품고 있던 물음표도 느낌표로 바뀌어 가고 있다. 김 감독은 최근 로켓을 지켜보며 "계속 좋아지고 있다. 잘 던지고 있다"고 격려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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