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들어 타격감을 되찾은 손아섭.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너무 많은 조언을 들어서 헷갈리기도 했어요.”

길고 긴 슬럼프의 터널에서 빠져나온 남자는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부진이라고는 몰랐던 롯데 자이언츠 우익수 손아섭(33)은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었다”며 지난 두 달을 돌이켜봤다.

손아섭은 롯데는 물론 KBO리그를 대표하는 호타준족 외야수다. 2010년 주전 도약 후 언제나 타격 부문 상위권을 차지한 이가 바로 손아섭이었다.

그런데 손아섭은 올 시즌 초반 좀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4월 타율이 0.272로 머물더니 5월에는 0.259로 성적이 더 떨어졌다. 언제나 3할대 초중반의 타율을 기록한 손아섭으로선 자존심이 꽤나 상한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얼굴을 찌푸리는 날이 많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손아섭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속설처럼 손아섭은 6월 들어 반등했다. 이달 치른 7경기에서 타율 0.323으로 방망이를 고쳐잡았다. 또, 10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에선 5-4 승리를 결정짓는 9회말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기도 했다.

▲ 5월 1일 사직 한화전에서 볼 판정을 놓고 항의하고 있는 손아섭(오른쪽). ⓒ롯데 자이언츠
다음날 만난 손아섭은 “6월 들어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했다. 결과와 상관없이 스스로 잘 되는 것처럼 보이려고 행동도 바꿨다. 그러다 보니 이틀 전 5타수 무안타를 기록했을 때나 어제 끝내기 안타를 쳤을 때 모두 밝은 표정을 지으려고 애썼다”고 그간의 마음고생을 이야기했다.

이어 “지난해 최고의 성적을 냈는데 올 시즌을 앞두고 타격폼을 바꾸려고 하니까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해줬다”면서 “그래도 선수라면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지난해 부족했던 홈런 개수를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늘리고 싶었다. 그래서 변화를 줬는데 아니나 다를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시작이 꼬이면서 악순환이 길어졌다”고 덧붙였다.

부진이 길어진 손아섭을 다시 일으킨 원동력을 결국 노력이었다. KBO리그 대표 노력파는 “이번 슬럼프 기간 노력이 결과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웃었지만, 결국에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타격감을 되찾았다.

손아섭은 “그간의 노력과 열정, 집착이 지금의 나를 있게끔 해줬다고 믿는다. 그런데 그러한 노력이 좋은 점은 많지만, 슬럼프 기간에는 좋지 않기도 하더라”면서도 “최근까지 실내야구장을 빌리다시피 했다. 두 달 정도 됐다. 이 이 자리를 빌려서 훈련을 도와준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퇴근도 못 하고 배팅볼을 정말 많이 던져줬다”고 미소를 지었다.

KBO리그 정상급 타자답지 않은 자세도 이야기했다. 손아섭은 “나는 생각보다 야구와 관련해서 자세가 열려있다. 고등학생들에게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동료는 물론 상대 코치와 선수들로부터도 너무나 많은 조언을 들어 헷갈리기까지 했다는 손아섭은 끝으로 “어제 경기에서부터 타격 스피드가 원래 수치로 돌아오고 있다”며 웃고는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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