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고 최지민(왼쪽)과 롯데 김진욱. ⓒ곽혜미 기자,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목동, 고봉준 기자] “어제 데뷔승 기운이 분명히 전해졌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린 음성은 기쁨과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후배들의 선전을 지켜본 선배는 당장이라도 야구장으로 뛰어올 듯한 기세였다.

지난해 강릉고의 전성기를 이끈 뒤 프로로 진출한 신인 좌완투수 김진욱(19·롯데 자이언츠)은 14일 저녁 내내 TV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후배들의 경기를 한 장면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날 강릉고는 목동구장에서 대구고와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을 펼쳤다. 지난해 강릉고 유니폼을 입고 뛴 이 대회에서 김해고를 상대로 역전패를 당해 첫 우승 트로피를 놓쳤던 김진욱은 마치 자신이 마운드를 밟고 있는 것처럼 후배들과 함께했다.

선배의 응원을 받은 강릉고는 1회초 1실점하면서 어렵게 경기를 출발했다. 그러나 곧바로 이어진 1회 공격에서 김세민의 1타점 내야안타로 균형을 맞췄다. 이어 4회부터 타선이 폭발하면서 13-4 대승을 거뒀다. 또, 마운드는 조경민이 3⅔이닝 5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최지민이 4⅓이닝 2피안타 4탈삼진 1실점으로 굳게 지켰다.

결승전 직후 연락이 닿은 김진욱은 “당연히 후배들이 우승을 할 줄 알고 지켜봤지만, 그래도 긴장은 됐다. 특히 4회 위기를 막아내고 곧바로 점수를 뽑은 점이 승부처였다. 물론 마지막 우승 세리머니를 할 때까지 TV에서 눈을 뗄 수는 없었다”고 활짝 웃었다.

이날 경기에선 김진욱의 닮은꼴로 잘 알려진 ‘좌완 에이스’ 최지민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었다. 김진욱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최지민은 4회 2사 1·3루 위기에서 올라와 김영민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급한 불을 껐다. 이어 묵직한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대구고 타선을 잠재웠다.

▲ 강릉고 시절의 김진욱(왼쪽). ⓒ스포티비뉴스DB
지난해까지 최지민과 동고동락한 김진욱은 “(최)지민이가 8회 들어 힘이 조금 떨어져 보이더라. 그래서 최재호 감독님께서 9회 지민이를 내리고 (김)백산이를 올리신 것 같은데 그 부분이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아무래도 지민이가 현재 강릉고의 상징적인 에이스인 만큼 끝까지 마무리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님께서 조금 센스가 없으셨다”며 애교 섞인 농담까지 곁들였다(이 이야기를 접한 최재호 감독은 “(김)진욱이가 학교를 오면 한번 혼내줘야겠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선배로서의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진욱은 “지민이가 2학년 때부터 체인지업을 잘 구사했다. 그러나 3학년이 된 뒤 슬라이더만 주로 던졌다. 이제는 체인지업을 많이 구사했으면 좋겠다. 나도 프로로 와서 보니까 다양한 구종을 갖고 있다는 점이 참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진욱은 지난해 황금사자기에서 에이스로서 맹활약했지만, 정상까지는 이끌지 못했다. 그래서 후배들의 이번 우승이 더욱 기쁘기만 하다. 무엇보다 결승전 전날인 13일 사직 KIA 타이거즈전에서 프로 데뷔 후 첫 번째 승리까지 거둔 터라 감격이 두 배였다.

끝으로 김진욱은 “곧 있을 도쿄올림픽 휴식기나 올스타전 브레이크 때 하루 날을 잡아서 모교를 찾아갈 생각이다. 후배들이 우승을 했는데 당연히 가서 한턱 쏴야 하지 않겠나. 빨리 감독님과 코치님들 그리고 후배들을 보고 싶다”고 웃으며 인터뷰를 마쳤다.

스포티비뉴스=목동,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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