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너리그행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 양현종 ⓒ조미예 특파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스플릿 계약이라는 불리한 조건에도 끝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는 쾌거를 이룬 양현종(33·텍사스). 한때 좋은 활약으로 기세를 올리며 꿈을 실현하는 듯했지만,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냉정했다. 그러나 잘 생각하면 그렇게 낙담할 일은 아니다.

텍사스는 17일(한국시간) 부상자 명단에 있던 베테랑 이안 케네디를 25인 로스터에 등록하면서 양현종을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냈다. 양현종은 지난 4월 27일 감격적인 메이저리그 승격을 이룬 지 51일 만에 마이너리그 강등이라는 쓴맛을 봤다.

돌이켜보면 쉴 새 없이 달렸다. 개막 로스터에 포함되지 못한 양현종은 계속해서 메이저리그 근처에 있었고, 드디어 4월 27일 LA 에인절스전에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불펜에서 롱맨으로 좋은 모습을 선보이며 5월 6일 미네소타전에서는 선발 데뷔전까지 치렀다. 당시 선발진에 여러 구멍이 있었던 텍사스는 총 네 번의 선발 기회를 주며 양현종을 테스트했다.

그러나 5월 26일 LA 에인절스전에서 3⅓이닝 7실점하며 부진한 것에 이어, 5월 31일 시애틀전에서도 3이닝 소화(3실점 1자책점)에 그치며 입지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후 불펜으로 다시 간 양현종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었고, 모처럼 출전한 6월 12일 LA 다저스전에서도 부진(1⅓이닝 2실점)하며 신뢰가 흔들렸다. 그리고 17일 출전 대신 마이너리그행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포기하기는 이르다. 양현종은 마이너리그 강등에도 불구하고 팀 40인 로스터에 잔류했다. 텍사스가 양현종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텍사스는 양현종을 마이너리그로 보내 선발로 계속 활용할 계획이다. 이는 호재가 될 수 있다. 사실 지금은 언제 경기에 나설지 모르는 불펜에서 다소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트리플A라고 해도 선발로 뛰면 체계적인 등판 계획 속에 자신의 컨디션을 바로 잡을 수 있다. 

40인 로스터에 있기 때문에 향후 팀 선발 로테이션에 문제가 생긴다면 언제든지 콜업 대상이 될 수 있다. 오히려 콜업 1순위라고 보는 게 맞다. 양현종으로서도 꾸준한 경기 출전의 기회가 열린다는 점에서 마냥 나쁘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어쩌면 앞으로의 몇 달을 위한 잠시의 후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게다가 텍사스는 리빌딩 팀이고, 에이스 카일 깁슨을 비롯한 몇몇 선수들이 트레이드 대상자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지금의 선발진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선발진이 몇 차례 더 뒤틀릴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양현종이 꾸준히 컨디션을 갈고 닦는다면, 언제든지 기회는 다시 찾아올 수 있다. 다만 인내의 시간을 잘 이겨낼 강력한 멘탈이 필요한 건 분명하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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