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고 시즌을 보내고 있는 기쿠치 유세이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기쿠치 유세이(30·시애틀)는 시애틀 프런트의 자유계약선수(FA) 흑역사를 또 이어 가는 주인공이 되는 듯했다. 2019년을 앞두고 옵션 포함 최대 7년게 계약했으나 첫 2년은 부진했다.

2019년 32경기에 나서는 등 선발 로테이션에서 꾸준한 기회를 받았지만 6승11패 평균자책점 5.46에 머물렀다. 빠른 공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메이저리그(MLB) 타자들의 방망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피안타율이 0.295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MLB 적응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020년에도 9경기에서 2승4패 평균자책점 5.17에 머물자 시애틀 프런트의 웃음기가 사라졌다.

스캇 서비스 시애틀 감독은 기쿠치에 대한 무한 신뢰를 드러냈으나 속이 타는 건 마찬가지였다. 올해도 4월 한 달 동안 5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4.40에 그쳤다. 시애틀과 기쿠치의 계약은 특이하다. 첫 3년은 기본적으로 깔고, 2022년 계약 선택권은 기쿠치에게 있다. 여기까지가 4년 5600만 달러다. 혹은 시애틀이 연장을 택하면 4년 6600만 달러의 계약으로 바뀌는 조항이다. 그러나 시애틀이 권리를 행사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그런데 5월 이후 기쿠치가 시애틀 선발 로테이션을 주도하며 이 분위기를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 기쿠치는 5월 5경기에서 2승2패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한 것에 이어 6월 2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 중이다. 시즌 전체 평균자책점도 3.67까지 떨어졌다.

12경기에서 73⅔이닝을 던지며 비교적 이닝도 잘 소화하고 있고, 12경기에서 9경기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는 등 비교적 안정적인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8경기에서는 7경기가 퀄리티스타트다. 

상승세는 ESPN이 최근 발표한 MLB 판타지리그 랭킹 ‘TOP 300’에서도 도드라진다. 기쿠치는 5월 16일 발표 당시 선발 62위, 전체 248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6월 7일 랭킹에서는 선발 25위, 전체 111위까지 수직 점프했다. 리그 선발투수 중 가장 가파른 상승세였다. 이어 가장 근래 발표된 6월 15일 랭킹에서는 선발 22위, 전체 84위까지 또 점프했다.

그간 아시아 최고 좌완은 류현진(34·토론토)의 입지를 건드릴 선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류현진이 근래 커맨드 불안으로 평균자책점이 3.43까지 올라온 것에 비해 기쿠치의 평균자책점은 계속 내려가고 있다. 류현진의 선발투수 랭킹은 지난 발표와 같은 19위였다. 그렇게 멀지 않은 위치까지 올라온 셈이다. 류현진이 못했다기보다는 기쿠치의 기세가 좋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쿠치는 최근 볼넷이 줄어들고 탈삼진을 많이 기록하면서 경기 내용이 안정화되고 있다. 올 시즌 피안타율은 0.201,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1.05에 불과하다. 세부 내용도 좋다. 다만 73⅔이닝에서 허용한 13개의 홈런은 문제다. 강속구를 앞세우는 기쿠치가 절정의 경기운영능력을 보여주는 류현진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제보> skullboy@spotvnews.co.kr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