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수 양면에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조일로 알몬테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한창 달려야 할 kt인데 정작 앞서 가야 할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다. 뒤를 돌아보니 아직도 터널을 빠져 나오지 못한 채 멈춰있다. 이제 kt는 이 선수들을 견인해서 끌고 갈지, 아니면 포기하고 새 선수를 찾을지 고민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올 시즌 리그 선두권에서 버티고 있는 kt지만 전력 곳곳에 고민이 많다. 불펜이 흔들리고 있고, 야수들 중에서도 부상자가 더러 있어 100% 전력은 아니다. 여기에 두 외국인 선수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머리가 아프다. 마운드에서는 윌리엄 쿠에바스(31), 타선에서는 조일로 알몬테(32)가 터널 안에 갇혀 있다. 좀처럼 시원하게 질주하지 못하는 두 선수를 오히려 국내 선수들이 끌고 가는 모양새다.

19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두산과 더블헤더에서는 두 선수 모두 고개를 숙였다. 1경기 선발로 나선 쿠에바스는 4회 이후 급격하게 힘을 떨어졌다. 결국 6⅓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다. 2경기를 위해 이닝을 더 소화해준 것이 그나마의 공헌이었다. 알몬테는 1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에 그친 것에 이어 2경기에서는 오른발 뒤꿈치 통증으로 조기 교체됐다. 공수 모두에서 제 몫을 못했다. kt 코칭스태프의 고민이 증폭된 하루라고 할 만하다.

쿠에바스는 2019년 13승, 지난해에도 10승을 거둔 경력자다. 분명 확실한 장점을 갖추고 있다. 다양한 구종을 수준급으로 던질 수 있다. 공도 느린 편은 아니다. 이강철 kt 감독은 “쿠에바스가 장점을 살린다면 에이스로 손색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그런데 그 장점이 안 나온다. 볼 배합 등 여러 문제를 계속해서 고쳐보려고 하지만, 제자리걸음에 가깝다. 더 잘할 수 있는 선수인데 못하니 아쉬움과 답답함은 더 커진다.

올해 부상으로 고전했던 쿠에바스는 10경기에서 2승3패 평균자책점 6.40에 그쳤다. 10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단 2번에 불과하다. 0.290의 피안타율, 1.77의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오히려 예년보다 못하다. 근래 들어서는 볼넷마저 많아지며 코칭스태프의 인내심을 실험하고 있다. 쿠에바스의 9이닝당 볼넷 허용은 지난해 2.62개에서 올해 무려 5.19개까지 폭등했다. 이 수치라면 단연코 좋은 성적으로 완주는 어렵다.

그나마 쿠에바스는 잘할 때 기억이 있고 몸 상태에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알몬테는 이제 정말 계륵이 되고 있다. 애당초 수비에서 큰 기대를 안 했던 알몬테다. 그렇다면 공격이라도 폭발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위기감이 커진다. 시즌 60경기에서 타율은 0.271, OPS(출루율+장타율)는 0.740에 불과하다. OPS 0.740은 외국인 타자의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60경기는 적지 않은 표본이다.

▲ 여전히 자신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 채 표류 중인 윌리엄 쿠에바스 ⓒ곽혜미 기자
여기에 수비력이 떨어지다 보니 외야 라인업 구성이 꼬인다. 최선을 다하는 수비가 그 정도라면, 큰 경기에서는 수비에 못 내보낸다고 보는 게 맞다. 지명타자로서의 공격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아니니 팀 내 활용도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 시점 kt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차라리 공격은 떨어져도 외야 수비가 되는 외국인의 절실함만 더하고 있다. 이 경우 배정대 유한준 조용호의 체력 부담이라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60경기가 지나는 시점에서 리그 선두와 멀리 있지 않은 kt다. 토종 선발진과 기초 공격력이 나쁘지 않아 시즌 막판까지 버틸 것이라는 기대도 생긴다. 그렇다면 외국인 선수 교체로 달리는 말에 동력을 더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거물급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긴 어렵지만 6월 말이 되면 트리플A 시장에는 옵트아웃(잔여계약을 포기하고 FA자격을 획득) 선언 자격을 가진 선수들이 풀리는 경우가 있다. 코로나19 자가격리 2주를 올림픽 브레이크에 해치우려면 결정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끌고 가려면 그 방법대로, 교체하려면 그 방법대로 명확한 판가름이 필요하다. 애매한 스탠스는 지금 상황에서 혼란만 가중시킨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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