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개봉한 영화 '정글 크루즈'(감독 자움 콜렛 세라)는 재치 있는 선장 프랭크(드웨인 존슨)와 용감하고 자유분방한 식물 탐험가 릴리(에밀리 블런트)가 신비로운 힘으로 둘러싸인 아마존에서 고대 치유의 나무를 찾기 위해 벌이는 스릴 넘치는 모험을 그린 액션 어드벤처다.
포스터의 첫 인상으로는 얼핏 비슷한 류의 어드벤처 판타지물들이 떠오르지만 '정글 크루즈'는 다행히도 이들의 장점을 '쏙쏙' 뽑아 컴팩트하게 잘 만든 작품이다. 예를 들면 '캐리비안' 맛이 나는 '인디아나 존스' 같은 느낌이랄까. 액션 어드벤처 계의 명작인 이 작품들에 대한 향수가 있는 관객이라면 '정글 크루즈' 역시 흥미로운 관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고대부터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는 치유의 나무와 그 나무에 피는 꽃인 '달의 눈물'을 찾기 위한 여정을 담는다. 그 시대가 받아들이기엔 좀 앞서갔던 여성 탐험가 릴리와 보기만 해도 안심되는 근육질 선장 프랭크의 모험은 예고편에서 기대한 것 이상의 판타지로 보는 재미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짜릿함을 안겨준다.
또렷한 캐릭터들의 개성은 '정글 크루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강점이다. 그로 인해 조화롭게 이어지는 인물들의 상호작용이 영화 전반을 감싸는 매끄러운 유머를 만들어낸다.
주인공 릴리는 이 작품을 뻔한 양산형 모험물로 치부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정글 크루즈'의 시대적 배경은 릴리를 두고 "여자가 바지를 입다니"라고 놀라는 신이 수차례 등장할 만큼 보수적인 어느 때다. 릴리는 그런 세상에서 미래에서 뚝 떨어지기라도 한 듯이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진취적 에너지의 소유자다.
그렇지만 이런 모험물에 흔히 등장하는 '여전사들' 처럼 전형적인 멋짐과 완벽함을 보여주는 인물은 아니다. 똑똑하고 용감하지만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도망치고, 넘어지는 '생존 액션'을 펼치는 비교적 허술한 모습에서 뜻밖의 매력이 엿보인다. 에밀리 블런트 특유의 러블리함은 캐릭터에 시너지를 더한다. 이같은 특징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극 초반부 릴리의 '절도 액션'은 만화의 한 장면처럼 잘 계산된 합이 아기자기하게 딱딱 맞아 떨어지는 쾌감과 함께 웃음을 자아낸다.
그런 릴리를 대신해 시원한 타격감을 담당하는 것이 프랭크다. 살벌한 아마존에서 치트키 급의 믿음직한 액션을 뽐낸다. 여기에 썰렁한 유머를 시도때도 없이 내뱉는 설정을 곁들였다. 영화는 이 '아재개그'를 메인 웃음코드로 내세우지 않고 등장 인물들이 프랭크의 유머에 질색하는 모습으로 폭소를 자아낸다. 중반 이후부터 프랭크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흥미로운 캐릭터 전사를 공개하면서 인물의 매력을 화끈하게 끌어올린다.
설정만으로는 '어울릴까' 싶은 두 사람이지만, 모험을 함께하면서 서로의 단점을 채워나가며 놀라울만큼 완벽한 합을 보여준다. 승선료로 맺어진 이들이 점차 믿음을 나누는 사이로 가까워지는 모습은 눈여겨봐야 할 관전 포인트다. 두 사람 사이에서 윤활제 역할을 하는 릴리의 동생 맥그리거의 패션쇼와 깜찍함은 덤이다.
정글 크루즈가 아마존 깊숙히 들어서면서부터는 영화가 감춰둔 매혹적인 전설과 저주 스토리가 전면에 드러난다. 무르익은 캐릭터들의 '티키타카'로 만들어진 소소한 웃음이 터지면서 점점 거대해지는 스케일의 판타지로 몰입도를 높이고, 화려한 비주얼로 시선을 잡아끈다. 작고 낡은 정글 크루즈라는 한정적인 공간이 주무대지만 지루한 신이 없이 엔딩까지 속도감이 이어진다.
물론 빌런의 등장과 갈등의 해소 방식, 절정의 순간 앞뒤로 긴장감을 유발하는 장치들은 지극히 디즈니스러운 공식을 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군더더기 없이 기대했던 쾌감을 주는 만큼 이런 장르에서 색다른 전개가 아니어서 아쉬운 포인트는 아니다.
이렇듯 액션 어드벤처 장르가 각광받는 매력 포인트를 잘 살려냈기에 큰 단점이 없는 작품이다. 알찬 볼거리와 더불어 국내 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두 배우가 열연을 펼친다는 장점도 있다. 너무 유치하지도, 어둡거나 어렵지도 않은 만큼 가족 단위로 오는 다양한 연령대를 모두 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음 한 구석에 전설을 믿고 있는 관객들에게 올 여름 '정글 크루즈'가 준비한 판타지는 만족스러운 보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28일 오후 5시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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