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아직 몸이 자라는 과정에서 공을 상대적으로 많이 던지면서 나온 부상이다. 따라서 미래를 위해 예의 주시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20대 초반으로 필승 카드 노릇을 했던 4선발 낙점 투수. 그러나 부상으로 올 시즌을 치료와 재활로 보낼 위기까지 놓였다. 감독은 투수를 1년간 지켜보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구단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넥센 히어로즈 오른손 투수 조상우(22)의 2016년은 어떻게 될 것인가.

조상우는 지난달 26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연습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구자욱 타석에서 5개째 공을 던지고 나서 부상으로 강판했다. 조기 귀국해 정밀 검진을 받은 결과 오른 팔꿈치 주두골 피로골절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팔꿈치를 만졌을 때 가장 돌출된 부위가 주두골로 팔을 움직이는 자체에 영향을 주는 곳이다.

2014년부터 지난 2년간 넥센 필승 계투로 활약한 조상우는 올 시즌 라이언 피어밴드-로버트 코엘로-양훈을 잇는 4선발로 등판할 예정이었다.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변신을 위해 착실하게 준비한 조상우였으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시즌 아웃 위기까지 놓였다. 염경엽 감독은 “선수단 귀국 후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 조상우는 올 시즌 쉴 수도 있다”며 시즌 아웃 가능성을 언급했다.

9년 전 조상우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수술대에 오른 투수가 있다. 2007년 두산 신인이던 이용찬(상무)이다. 이용찬은 당시 1차 지명으로 많은 기대를 모으며 입단했으나 주두골 부근 팔꿈치 뼈가 벌어져 통증을 호소했고 결국 이를 고정하는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됐다. 이용찬은 당시 수술에 대해 “팔꿈치 뼈가 벌어지는 바람에 아파 던질 수 없어 핀으로 고정하는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용찬은 2008년 시즌 1군에 데뷔했으나 팔꿈치 수술 여파로 어깨를 좀 더 심하게 쓰다 어깨 부상을 입었고 2009년에서야 팀 마무리로 자리했다.

이용찬과 조상우의 부상과 관련해 한 전문의는 “단순히 많이 던졌다고 일어나는 부상이 아니다. 성인 남성은 만 25세까지도 몸의 성장이 멈추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이 부상을 일으킨 1차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미국에서도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이런 부상을 자주 겪고 수술을 받는다. 힘의 포인트가 집중되는 과정에서 심하면 팔꿈치 뼈가 벌어지며 미세 골절이 일어난다거나 뼈가 웃자라 이를 깎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최고 구속 152km의 공을 던졌던 두산의 오른손 투수 이원재의 경우 주두골 부근 뼈가 웃자라 2011년 이를 깎는 수술을 받기도 했다.


뼛조각이 인대를 건드리는 등으로 인대가 손상될 가능성도 크다. 넥센 측은 “인대 문제는 아닌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으나 재활을 성급하게 마칠 경우 이는 조상우의 선수 생활에 다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조상우는 아직 성장을 멈추지 않은 20대 초반의 전도유망한 투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넥센의 팀 사정을 살피면 조상우의 시즌 아웃을 마음 놓고 결정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2년간 넥센은 강정호(피츠버그), 박병호(미네소타), 앤디 밴 헤켄(세이부), 손승락(롯데), 유한준(kt) 등 주축 선수들과 잇달아 이별했다. 클린업트리오가 모두 떠났고 2년 전 20승 투수와 붙박이 마무리가 다 떠났다. 이 선수들의 이적과 관련한 보상 선수 선택도 없이 돈으로만 보상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셋업맨 한현희마저 팔꿈치 수술로 전열 이탈했다.

넥센은 유망주가 상대적으로 많다. 이들이 1군에서 잠재력을 현실화한다면 의외의 좋은 성적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유망주들은 기본적으로 ‘만약’이라는 전제를 깔고 간다. 검증이 되지 않아 실패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고척 스카이돔을 안방으로 삼은 원년 자칫 유망주들이 1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한다면 리그의 ‘호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선발로 실패하더라도 계투로 검증된 조상우 없이 시즌을 계획한다는 자체가 넥센에는 악몽이다.

차라리 조상우가 1군에서 보여 준 것이 없는 투수라면 일찍 수술을 시키고 사회복무요원으로 2년 뒤를 기다리면 된다. 부상 자체가 선수의 몸이 모두 자라기를 기다리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상우는 실적이 있다. 그것도 2년간 마무리도 맡을 정도로 믿음을 줬고 리그에서도 각광 받을 오른손 파워 피처 선발 유망주다. 넥센 구단에서 쉽게 조상우의 수술 여부를 결정하기 힘든 이유다.

[영상] 조상우 부상 영상 ⓒ SPOTV 제작팀.

[사진] 조상우 ⓒ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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