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나좌수'는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주전 좌익수나 다름없던 김문호(29)를 비롯해 열심히 하고 재능도 갖춘 좋은 후보들이 있지만 풀타임 주전을 맡기려니 뭔가 걸린다. 롯데 자이언츠의 끝나지 않은 주전 좌익수 경쟁에서 과연 누가 뽑힐까.

롯데는 1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시범경기에서 3-8로 졌다. 선발 조쉬 린드블럼이 3회까지 무실점 쾌투로 1-0 박빙 리드를 이끌었으나 4회 타 자일순 5실점한 뒤 5회 2실점을 더하며 경기가 두산 쪽으로 넘어갔다. 이 가운데 6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하며 기대를 모았던 박헌도(29)는 4타수 무안타 1삼진 1볼넷에 그쳤다.

그리고 1-5로 끌려가던 5회초 1사 주자 없는 순간 닉 에반스의 좌익수 오른쪽 3루타를 만들어주고 말았다. 포물선이 큰 타구였으나 타구 각도 상 뜬공이 유력했다. 그러나 타구 궤적을 쫓던 박헌도가 낙구 지점을 잡지 못했다. 박헌도가 공 궤적을 찾았을 때 이미 공은 파울 라인 안쪽에 떨어진 뒤였다. 에반스는 여유 있게 3루를 밟았고 후속 타자 양의지의 우전 안타로 득점했다.

한 야구인은 “낮 경기에서 타구 궤적을 잃는 것은 수비 좋은 외야수도 종종 겪는 일”이라며 “다만 그 경우 상체를 낮춰 시선을 달리해 궤적을 찾는 경우도 있는데 박헌도의 실수는 그런 면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넥센 시절부터 장타력을 인정받은 데다 2차 드래프트로 롯데로 이적한 후 열심히 주전 경쟁에 매달린 박헌도지만 기본적인 수비에서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말았다. 타석에서도 박헌도는 4타수 무안타 1삼진 1볼넷으로 침묵했다.

7차례 시범경기 가운데 타격 성적에서 가장 앞선 선수는 김주현(28)과 이우민(34)이다. 9일 SK와 시범경기에서 끝내기 홈런을 치는 등 2홈런 3타점으로 활약한 김주현은 지난해에도 대타로서 요긴한 활약을 펼쳤다. 김주현의 시범경기 성적은 6경기 타율 0.273(11타수 3안타) 2홈런 3타점. 그러나 지난해 실점으로 이어진 결정적인 실책들을 저지르며 수비에서는 높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박헌도와 마찬가지로 공격력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2007년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기 전까지 75경기 타율 0.301 1홈런 23타점 11도루로 롯데 주전 중견수로 활약했던 이우민의 시범경기 성적은 6경기 타율 0.308(13타수 4안타) 3타점이다. 12일 LG전에서 3안타를 몰아쳤기 때문. 무릎 부상 이후 스피드는 약간 느려졌으나 수비력은 롯데 좌익수 경쟁 후보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 이우민의 수비력, 그리고 야구를 하는 성실한 자세는 리그 전체를 봐도 수준급. 다만 오랫동안 그를 지긋지긋하게 쫓아다닌 '빈타' 선입견을 없애는 것이 우선이다.


지난해 좌익수 경쟁 후보들 가운데 가장 뛰어났던 김문호는 제 감각을 회복한다면 언제든 좌익수 경쟁 체제를 단숨에 무너뜨릴 수 있다. 지난해 김문호는 93경기 타율 0.306 4홈런 31타점 8도루를 기록하며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후보들 가운데 직전 해 실적이 가장 좋은 선수라 시범경기 타율이 0.154(13타수 2안타)에 그쳐도 단연 후보들 가운데 선두권이다.

다만 허벅지 햄스트링 부상 등으로 많은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고 뛰어난 운동 능력과 비교해 수비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지난해 경기 경험 때문인지 자기 앞으로 흘러오는 땅볼을 어이없게 뒤로 흘려 보내던 예전 수비와 비교하면 나아졌다. 김문호가 타격 기복의 폭을 줄이고 좀 더 안정적인 수비력을 펼친다면 코칭스태프의 최종 선택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 외 준족인 오현근(31)과 김재유(24), 급전직하한 기대치 속에 어렵게 1군으로 다시 올라온 김대우(32) 등이 있으나 아직 경쟁 체제 혼전을 이끌 정도는 아니다. 지난해 7월 손등 골절로 시즌 아웃된 김민하(27)가 건강하게 돌아온다면 좌익수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으나 말 그대로 전제는 김민하의 건강이다.

오는 9월이면 경찰 야구단에서 전준우가 제대해 복귀한다. 주전 중견수인 짐 아두치가 올해도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나는 좌익수다' 경쟁이 2017년에는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전준우를 중견수로 놓고 아두치를 좌익수로 보내면 되기 때문이다. 롯데 좌익수 주전 경쟁 참여 선수들에게 2016년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영상] 박헌도의 기록되지 않은 수비 실수 ⓒ 영상편집 김유철.

[사진] 김문호 ⓒ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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