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로스앤젤레스, 문상열 특파원] 미국의 프로 4개 메이저 종목 가운데 감독의 임팩트가 가장 적은 게 야구다. 국내 프로 야구에서 기자나 팬들은 감독의 임팩트가 매우 크다고 믿는다. 4개 메이저 종목 감독 가운데 연봉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선수 연봉은 발표하지만 감독 연봉은 비밀이다. 다른 종목은 감독의 연봉이 밝혀지는 경우가 많지만 야구는 베일에 가려 있다. 이유는 선수에 비해서 너무 적게 받기 때문이다. 경험이 일천한 신인 감독의 연봉은 100만 달러가 넘지 않는다.

지난해 시즌 후 메이저리그는 5명의 감독이 교체됐다. 내셔널리그 4, 아메리칸리그 1명이다. 5명 가운데 감독 유경험은 워싱턴 내셔널스 더스티 베이커 감독과 마이애미 돈 매팅리 감독뿐이다.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의 전문가들은 2016년 시즌 워싱턴을 내셔널리그 월드시리즈 진출 후보로 꼽고 있다. 투타의 안정된 전력에 경험이 풍부한 베이커 영입이 가장 큰 요인이다. 베이커 감독은 뉴욕 메츠의 테리 콜린스와 66세 동갑 최고령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카고 컵스, 신시내티 레즈 등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우승 반지는 없다. 승부처에서 번번이 약점을 드러냈다.

미국은 경험이 짧은 지도자를 감독으로 영입할 때 전직 감독으로 이를 보완한다. 전직 감독이 아닐 경우에는 최소한 벤치 코치(한국의 수석 코치)라도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를 앉히는 게 기본이다. LA 다저스가 신인 데이브 로버츠 감독을 영입하면서 벤치 코치는 오클랜드 에이스에서 지휘봉을 잡아 본 봅 게렌을 뉴욕 메츠에서 데려왔다. 게렌은 뉴욕 메츠 테리 콜린스 감독의 벤치 코치였다. 시애틀 매리너스 스콧 서비스 신인 감독은 탬파베이에서 벤치 코치를 지낸 바 있는 베테랑 팀 보가를 벤치 코치로 영입했다.

NBA 오클라호마시티더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플로리다대학을 두 차례나 NCAA 토너먼트에서 우승시킨 빌리 도너번을 감독으로 영입했다. 대학 농구에서 프로 무대로 옮긴 신인 도너번을 보좌하는 코치 가운데 2명이 감독 출신이다. 지난 시즌까지 뉴올리언스 펠리칸스의 감독을 지낸 몬티 윌리엄스, 전 필라델피아 76ers 모리스 칙스 등이 도너번을 받쳐 주고 있다. 오클라호마는 서부 콘퍼런스 3위를 달리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조원우 감독은 사령탑 신인이다. 부산고 동문 김태균 수석 코치도 올해 처음으로 감독을 직접 보좌하는 수석 자리에 앉았다. 둘 모두 경험이 짧은 편이고 수비 코치 출신이라는 한계도 함께 있다. 조 감독은 2016년 데뷔전에서 넥센 히어로스를 2-1로 꺾었다. 144경기에 1승이지만 개막전, 특히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뒀기에 의미가 각별하다. 한마디로 기분 좋은 승리다. 그러나 갈 길은 아직 멀다.

신인 감독들은 패기로 부딪힌다. 실제 내세울 무기가 없다. 하지만 144경기의 장기 레이스는 패기로 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야구단 사장들이 정신력으로 무장해 장기 레이스를 치르면 될 게 아니냐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야구에서 단기전은 정신력과 패기로 맞설 수 있으나 장기 레이스는 전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한때 잘나갔던 김재박 감독이 현대에 있을 때 40대 초반 감독들이 대거 등장한 적이 있다. 당시 김 감독은 상대의 수가 그대로 읽혔다고 했다. 경험은 수 싸움에서 앞서는 최대 무기다.

롯데는 지난해에도 프로 감독 경험이 없는 이종운을 감독으로 앉혔다. 수석 코치에 롯데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자길치' 김민호를 선임해 이 감독을 보완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구단은 실패라고 판단해 SK 와이번스 수석 코치를 지낸 조원우를 새로운 사령탑으로 데려왔다. 시범경기 꼴찌로 롯데 팬들에게 다소 불안감을 안겨 줬으나 개막전 승리로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LA 다저스 로버츠 신인 감독은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클럽 하우스 분위기를 바꾸는 데 주력했다. 낮은 자세로 선수들에게 파고들어 갔다. 메이저리그는 감독이 선수의 정신 자세를 바꾼다거나, 팀 분위기를 개조하겠다고 나설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팀의 전통적인 컬러가 있기 때문이다. 신인 감독은 선수들과 동화하면서 차츰 자신의 컬러를 내세울 뿐이다.

로버츠는 신인 감독이지만 벤치 코치 게렌이 있고, 전력을 보강해 주는 프런트가 있다. 이 점이 롯데와 다저스의 차이다. 로버츠는 올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되면 무조건 실패다. 그러나 조원우 감독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사진]롯데 조원우 감독(위)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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