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리듬체조가 중요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손연재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고 있고 국가 대표 선수들은 제 8회 리듬체조 아시아선수권대회 팀 경기 메달 경쟁을 앞두고 있다. 단체팀은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초로 올림픽 출전에 도전한다. 어느 때보다 중요한 2016년, 목표를 이루기 위해 태릉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국가 대표 선수들과 지도자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1분30초 동안 진행되는 리듬체조 프로그램은 30여 개에 이르는 복잡한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그동안 생소했던 리듬체조 기술을 짚어 보는 시간도 마련했다. 손연재 이후 한국 리듬체조가 나아가야 할 길과 매트에서 수구(手具)와 씨름하고 있는 선수들의 목소리도 담았다.

리듬체조 특집① - 송희 국가 대표 코치, "손연재 올림픽 메달 가능성 충분"

리듬체조 특집② - 정석 리듬체조, 복잡했던 기술 낱낱이 해부

리듬체조 특집③ - 천송이, 2020년 도쿄를 향해 달리는 소녀

리듬체조 특집④ - [현장 리포트] 태극 요정들, 아시아선수권대회 팀 경기 메달 도전

▲ 태릉선수촌에서 리본 훈련을 하고 있는 천송이 ⓒ 태릉,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국가 대표 선발전을 마친 뒤 이틀 동안 쉬고 곧바로 다시 훈련에 들어갔어요. 즐기고 싶은 것이 있었지만 운동에 모든 것을 쏟기 때문에 충전이 필요했죠."

늦은 저녁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 리듬체조장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천송이(19, 세종대)와 이다애(22, 세종대) 그리고 이나경(18, 세종고)은 늦은 시간까지 매트를 떠나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 9일 열린 2016년 리듬체조 국가 대표 2차 선발전을 거쳐 태극 마크를 달았다. 러시아 노보고르스크에서 훈련하고 있는 손연재(22, 연세대)를 제외한 이들은 태릉에서 수구와 씨름하고 있다.

천송이는 1, 2차 선발전 합계 122.350점으로 2위에 올랐다. 145.200점을 받은 손연재와 점수 차는 컸다. 그러나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그는 16점대에 근접한 점수를 고르게 받았다.

주니어 시절 천송이가 차세대 기대주로 떠오를 때 한국 리듬체조계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리듬체조는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연기에서 벗어나 '힘'이 들어간 시원한 연기를 선호하고 있다.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 선수들은 타고난 신체 조건을 활용해 선이 굵고 스케일이 큰 경기를 펼친다.

한국이 이러한 흐름을 쫓아가려면 신체 조건이 뛰어난 선수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천송이는 큰 장점을 가졌다. 174cm인 그는 아직도 성장판이 열려 있다. 단점인 유연성과 체력은 여전히 개선할 과제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다.

"2차 선발전에서 제가 경기한 영상을 봤어요. 그때는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니 동작 끝처리 같은 내용을 보완해야 할 것 같습니다. 턴 하고 마무리할 때 선발전에서는 조금씩 밀렸는데 이 부문을 깨끗하게 하도록 노력해야겠어요."

▲ 태릉선수촌에서 리본 훈련을 하고 있는 천송이 ⓒ 태릉, 곽혜미 기자

천송이는 볼 프로그램이 가장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제가 손에 땀이 많고 굴리는 것이 미끄러워서 힘들다. 볼은 체력적인 면에서도 힘들다. 앞으로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천송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 가운데 한 명은 마르가리타 마문(20)이다. 마문은 야나 쿠드랍체바(18, 이상 러시아)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리듬체조 금메달 후보로 평가 받는다. 마문의 장점은 뛰어난 기술은 물론 보는 이들을 사로잡는 다양한 표현력이다.

"저는 볼을 가장 어려워하는데 마문의 볼 연기를 보고 감탄이 절로 나왔어요. 월드컵이 열린 이탈리아에서 마문의 연기를 봤죠. 볼과 몸이 하나가 돼 움직였어요. 자석 같이 붙어 있는 것 같아  신기했죠."

천송이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 그러나 국가 대표 선발전 2위에 오르며 다음 달 8일부터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확보했다. 천송이는 개인전에서 자신이 할 요소를 깨끗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동료들과 힘을 합쳐 팀 경기에서 좋은 결실을 얻는 소망을 갖고 있다.

송희(42) 리듬체조 국가 대표 코치는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인전에서 (손)연재의 금메달 획득이 유력하다. 팀 경기에도 연재가 18점대 중반의 점수를 받고 (천)송이가 16점 이상의 점수를 받아 준다면 메달 가능성은 크다"고 전망했다.

천송이를 어린 시절부터 지도해 온 송희 코치는 "선수가 가진 최고의 퍼포먼스를 끌어낼 때까지 훈련해야 한다. 송이가 국제 대회 경쟁력을 갖추려면 심리적인 면과 이질감을 극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 대회에서 외국 선수들을 자주 만나면서 하는 것과 처음 출전해 어색한 환경에서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며 국제 대회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2016년 국가 대표 2차 선발전에 출전한 천송이 ⓒ 한희재 기자

송희 코치는 "송이는 지난해보다 좋아졌고 내년은 올해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며 천송이의 발전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리듬체조 선수 천송이의 최종 목표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이다. 손연재 이후 한국 리듬체조의 과제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이어진 올림픽 출전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는 신수지(25)가 출전했고 손연재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이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한다.

천송이는 또래 친구들이 즐겨 보는 드라마나 화제와는 담을 쌓은 채 운동에만 전념하고 있다. 그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언니와 동생 모두 잘할 거라고 믿고 있다. 모두 열심히 하면 잘될 것 같다"며 각오를 다졌다.

[영상] 천송이 인터뷰 ⓒ 촬영, 편집 스포티비뉴스 김유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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