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인천, 배정호 기자] 작은 구슬 하나에 희비가 엇갈렸다. 2016 KOVO 남자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이 13일 인천 하버파크호텔에서 열렸다. 

오전에 송림체육관에서 사전에 계획됐던 선수들과 감독들의 2차 간담회는 취소됐다. 감독들은 선수들의 경기력을 더 점검해 보고 싶었다. 

오후 3시가 되자 트라이아웃에 참가하는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들이 모두 모였다. 사령탑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지만 치열한 눈치 작전이 시작됐다. 구단 관계자들은 구슬 하나에 모든 희망을 걸었다.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이 신치용 단장에게 “1순위 구슬이 우리에게 나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라고 말하자 신치용 단장이 웃었다. 신 단장은 임 감독에게 “기대도 하지 마라”고 말했다. 

7개 구단 사무국장들이 단상으로 나와 사전에 배정된 구슬 숫자를 확인했다. 지난 시즌 최하위 우리카드가 구슬 140개 가운데 35개를 확보했고 KB손해보험 30개, 한국전력 25개, 대한항공 20개, 삼성화재 15개, 현대캐피탈 10개, OK저축은행 5개 순으로 구슬을 나눴다.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OK 저축은행 김세진 감독과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서로에게 눈빛을 교환하며 우리 둘은 기대하지 말자는 표정을 지었다. 사회를 맡았던 김장희 경기운영팀장이 추첨을 진행할 윤경식 사무국장을 소개했고 윤 사무국장은 구슬 추첨기를 돌렸다. 

첫 번째 구슬의 운명이 결정됐다.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이 기쁨의 소리를 쳤다. 1순위는 대한항공이었다. 박기원 감독은 한 치의 고민 없이 단상으로 올라가 가스파리니를 호명했다. 

김장희 팀장 옆에 있던 통역이 가스파리니에게 “Do You agree”라고 물었고 가스파리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웃으며 돌아오는 박기원 감독에게 신치용 삼성화재 단장은 “좋겠습니다”라고 덕담을 건넸다.

2순위를 뽑을 때 또다시 대한항공의 구슬이 나오자 몇몇 구단들은 “올 시즌 대한항공에 많은 운이 쏠린 것 같다”고 웃었다. 2번의 재추첨 끝에 KB 손해보험이 2순위를 확보했고 강성형 감독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강 감독은 아르투르 우드리스를 호명했다. 가장 1순위 확률이 높았던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3순위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의 차례가 올 때 가장 재밌는 장면이 나왔다. 신 감독이 바로티를 뽑자 OK 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이 환하게 웃었다. 

김 감독은 옆에 있던 옛 제자 바로티의 손을 잡아 주며 “축하한다”는 말을 건넸고 코치진에게는 “휴, 다행이다”고 말했다. 자신이 뽑으려고 한 선수를 신영철 감독이 지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바로티는 인성이 좋아서 한국전력에서 잘할 것이다”며 제자를 응원했다. 

4순위 삼성화재는 네덜란드 출신 타이스 덜 호스트를 뽑았고 회의 시간을 요청하며 고심했던 우리카드는 크리스티안 파다르를 깜짝 발탁했다. 

이제 마지막 남은 팀은 현대캐피탈과 OK 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김 감독이 “최 감독 최 감독”이라고 속삭였다. 김 감독은 “이긴 팀이 6순위를 가져가는 거라고”말했고 가위바위보를 했다. ‘묵’을 낸 김세진 감독과 ‘보자기’를 낸 최태웅 감독. 결과처럼 6순위는 현대캐피탈이었다.

최태웅 감독은 툰 밴 랜크벨트를 호명했고 곧이어 김세진 감독이 롤란도 세페다의 손을 잡았다. 김 감독은 드래프트 후 통역을 불러 세페다에게 “한국의 의료 기술은 매우 뛰어나다. 시몬의 무릎도 한국에서 완치됐다”고 웃으며 “아직 통증이 남아 있는 어깨를 완벽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운동하라”고 격려했다. 

V리그 출범 이후 진행된 첫 남자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호명되지 못한 선수들은 한국 무대를 누비게 될 7명에게 진심 어린 박수와 격려를 전하며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V리그에서 뛰게 된 선수 7명은 모두 연봉 30만 달러를 받는다. 계약 기간은 올해 8월부터 내년 4월까지다.

[영상] V리그 트라이아웃 현장 ⓒ스포티비뉴스 배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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