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데이비슨(노스캐롤라이나주), 배정호 기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는 데이비슨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데이비슨 마을 안에 있는 데이비슨대학교에서 16일(한국 시 간) 졸업식이 열렸다. 

데이비슨 대학교는 NBA 최고 스타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스테픈 커리의 모교로 잘 알려졌다. 캐롤 퀄린 데이비슨대학교 총장이 졸업 축사에서 “우리 학교는 NBA 슈퍼스타, 올 시즌 만장일치로 MVP에 선정된 스테픈 커리가 나온 학교다.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말하자 학생들의 환호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학교를 돌아다니다 보면 커리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평소 농구에 관심이 없던 데이비슨대학교 조정 선수는 커리의 매력에 흠뻑 빠졌고 지금은 NBA광이 됐다. 이 사연은 데이비슨 대학교 본관 게시판에 붙어 있다. 학교 기념품 매장에서 파는 커리 관련 물품은 인기가 가장 높다. 


지난해 9월 커리는 MVP 수상과 함께 골든스테이트의 40년 만의 우승을 이끌고 학교로 금의환향했다. 당시 커리를 보기 위해 학생들은 아침 7시부터 강당 앞에 줄을 섰다. 데이비슨대학교 학생들은 “모교 출신 미국 대법관인 소니아도 강연을 하러 왔다. 하지만 커리 때 인파를 따라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2006년 체육 특기생으로 데이비슨대학교에 입학 허가를 받은 커리는 농구 뿐 아니라 학업에도  열정을 보였다. 대학 시절 커리의 은사인 봅 맥킬롭 데이비슨대학교 농구팀 감독은 “커리는 매우 적극적인 학생이었다. 학업을 소홀히 하지 않아 많은 교수에게 인기가 높았다”고 기억했다. 

데이비슨대학교는 한국과 달리 학부를 정해 놓고 입학하지 않는다. 1, 2학년때 교양과목으로 다양한 수업을 이수한 뒤 3학년 때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한다. 커리는 3학년에 올라간 뒤 전공과목으로 사회학을 선택했다. 스포츠 선수답게 논문 주제도 독특했다. 


이날 졸업식에 후배들의 졸업을 축하하러 온 데이비슨대학교 김민승 졸업생은 “학창 시절 커리의 논문을 본 적이 있다. 논문 내용은 ‘흑인 스포츠 선수들이 새긴 문신의 의미’였다. 매우 흥미로운 주제다”면서 “커리의 왼쪽 손목에는 ‘TCC’가 적힌 문신이 있다. 데이비슨에 대한 커리의 애정과 그가 추구하는 농구 철학이 문신 속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TCC’는 데이비슨대학교 농구팀이 추구하는 목표다. ‘TCC’는 Trust(신뢰), Commitment(헌신) Care(보살핌)을 조합한 단어다. 

봅 맥킬롭 감독은 “선수들이 최고의 역량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믿고, 팀을 위해 헌신할 것으로 기대하며, 서로를 보살피며 각자의 능력을 코트에서 보여 줄 것이고 믿는다는 뜻이다”며 “TCC의 철학 아래 약 25년간 데이비슨 농구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가 있을 때마다 선수들은 라커룸에 부착된 ‘TCC’를 손바닥으로 치며 마음을 다잡는다. 이 의식은 데이비슨대학교 농구팀의 전통이 됐다. 

커리의 강한 애교심을 확인할 수 있는 사연이 하나 더 있다. 데이비슨대학교는 매년 샬럿에 있는 이웃 학교 UNCC(Univercity of North Carolina at Charlotte)와 교류전을 펼친다. 지난해 커리는 데이비슨대학교와 UNCC의 농구 경기를 보기 위해 샬럿을 방문했다. 

커리는 ‘Davidson’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후배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싶었다. 하지만 문제는 데이비슨대학교 농구팀의 스폰서가 나이키라는 점. 커리는 미국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와 2024년까지 대형 계약을 맺은 상황이기 때문에 ‘Davidson’의 유니폼을 입을 수 없었다. 

커리는 방문 전 이 상황을 언더아머 측에 알렸고 언더아머는 급히 데이비슨대학의 로고를 새긴 유니폼을 제작해 커리와 데이비슨대학교 학생들에게 선물했다. 

이 일이 있는 뒤 언더아머는 데이비슨대학교 모든 운동부에 무상으로 용품을 지원하는 통 큰 결정(농구부는 나이키와 계약이 올해까지이기 때문에 2017년부터 착용)을 내렸다. 언더아머는 나이키가 조던을 이용해 ‘에어 조던’이라는 시리즈를 만든 것처럼, 커리와 데이비슨의 네이밍을 활용한 제품을 시리즈로 계획하고 있다. 

데이비슨대학교 한 관계자는 “미국에는 기부 문화가 활발하다. 하지만 스포츠 스타들이 기부를 하는 일은 많지 않다. 이 계약은 커리가 직접 기부를 하는 것보다 더 큰 의미와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커리는 졸업까지 3개 과목을 남겨 두고 있다. 커리가  곧바로 데이비슨대학교로 돌아와 졸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커리는 학위 취득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봅 맥킬롭 감독은 “커리가 비 시즌인 여름 학기에 데이비슨으로 돌아와 수업을 듣고 싶었지만, 미국 올림픽 농구 대표팀에 선발돼 불가능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커리는 나에게 꼭 졸업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졸업은 부모님과도 한 약속이다”며 “커리의 졸업은 농구 선수 커리가 아닌 데이비슨대학교 학생으로서 커리의 목표일 것이다”고 힘줘 말했다. 

캐롤 퀼린 총장은 졸업식 후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커리가 돌아온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커리는 학교를 알리는 데도 큰 일을 하고 있다. 커리가 돌아온다면 매우 환영할 일이고 마을의 축제가 될 것이다”며 웃었다.

 졸업식이 끝나고 졸업생들은 기쁨의 학사모를 던졌다. 한 학생은 "커리, 꼭 모든 과목을 이수해서 우리 함께 데이비슨의 동문으로 남길 바란다"고 소리쳤다. 봅 맥킬롭 감독은 “언젠간 커리가 저 교정에서 학사모를 쓰고 마을 주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졸업식에 입장을 할 것이다. 상상만 해도 정말 행복한 일이다”고 했다. 

2편에서는 커리를 지도했던 봅 맥킬롭 감독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영상] 데이비슨 대학교 내에서 커리의 위상 ⓒ스포티비뉴스 배정호 기자
[사진] 영상 캡처 화면 ⓒ스포티비뉴스 배정호 기자, 데이비슨대학교, 데이비슨대학교 졸업생 김민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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