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데이비슨(노스캐롤라이나주), 배정호 기자] NBA 슈퍼스타 스테픈 커리의 데이비슨대학교 시절 은사인 봅 맥킬롭 감독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커리가 올 시즌 NBA 최초로 ‘만장일치 MVP’가 된 이후 봅 맥킬롭 감독의 스케줄은 미국 매체들과 인터뷰로 꽉 찼다. 

바쁜 일정에도 봅 맥킬롭 감독에게 졸업식은 빠질 수 없는 행사였다. 27년간 감독 생활을 하면서 많은 선수를 키워 낸 봅 맥킬롭 감독은 16일 열린 졸업식에서도 4명의 제자를 배출했다. 봅 맥킬롭 감독은 사전에 주고받은 메일에서 “졸업식 행사장 뒤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있을 테니 찾아 달라”고 했다. 

행사장에 배치된 안전 요원과 봅 맥킬롭 감독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사진을 보여 주자 데이비슨 마을에서 그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데이비슨 마을에서 봅 맥킬롭 감독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었다. 

데이비슨 마을 주민들은 “봅 맥킬롭 감독은 데이비슨 마을의 보물이다.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옷을 아주 잘 입는다. 날카로운 눈은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정말 멋진 사람이다”며 자랑했다.  

30분 여를 헤맸을까. 갈색 구두에 회색 정장을 입고 흰 머리를 휘날리는 한 남자가 눈에 띄었다. 봅 맥킬롭 감독이었다. 그는 “시간을 따로 못 내 줘서 미안하다. 감독실에 가서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제자들의 졸업식은 꼭 보고 싶다”며 양해를 구했다. 그렇게 봅 맥킬롭 감독과 인터뷰가 시작됐다.


1) 감독님 얼굴에 만감이 교차하는 것 같습니다. 벌써 몇 번째 졸업식인가요? 


또 4명이 졸업했네요. 졸업식을 27년간 봤는데 매년 아들이 생긴 기분이에요. 제자들은 아들 같은 존재에요. 졸업 후에도 저는 계속해서 선수들과 연락하죠. 이미 아빠가 된 제자들도 있고 시간이 참 빠르죠. 졸업생들이 하는 일 그리고 그의 가족들까지 저에게 모두 특별한 존재입니다. 

2) 데이비슨 마을 사람들은 모두 감독님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사진을 보여 줬는데 다 알아보던데요. 

데이비슨 마을은 미국에서 특별한 지역이에요. 모든 이들이 캠퍼스에서 같이 살죠. 데이비슨 마을 안에 데이비슨 대학교가 있는 구조에요. 사람들끼리 친밀할 수밖에 없죠. 학생들은 서로 여자 친구가 누군지 남자 친구가 누군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샅샅히 알고 있어요. 커리도 학교에 대한 애정이 커요. 지난 시즌 MVP와 골든스테이트의 우승을 이끌고 학교로 금의환향했죠.

3) 커리의 존재는 데이비슨 대학교에서 어느 정도인가요? 

총장이 졸업식에서 커리를 언급한 것을 보면 존재감을 알 수 있지 않나요? (웃음) 커리는 데이비슨대학교의 자랑스러운 학생입니다. 학생 뿐 아니라 마을 주민들 모두 커리의 활약에 대해 매우 기뻐하죠.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73승과 만장일치 MVP는 앞으로도 깨지기 어려울 기록입니다. 정말 대단한 기록입니다. 

4) 27년간 데이비슨대학교 농구팀을 이끈 특별한 철학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소개 부탁드립니다. 

데이비슨대학교 농구팀을 설명하는 단어는 간단합니다. 저는 선수들에게 ‘TCC’라고 말합니다. T는 Trust의 첫 글자로 신뢰를 의미합니다. C는 Commintment 첫 글자로 헌신을 의미합니다. 마지막 C는 Care, 보살핌을 의미하죠. 지도자는 코트 안에서 선수들의 역량을 이끌어 내고 선수들은 팀을 위해 헌신하고 서로의 능력을 코트에서 보여 주는 것입니다. 

5) 커리 말고 데이비슨대학교 농구팀 졸업생 가운데 NBA로 간 선수가 있나요? 

커리가 처음은 아니에요. 2000년에 브랜든 윌리엄스라는 선수가 있었죠. 팀 던컨이 신인 시절 샌안토니오 스퍼스에서 활약했습니다. 현재는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에서 부사장을 맡고 있어요. 저와 함께 코치로 일하고 있는 제 아들은 NBA 사무국에서 일했습니다. 


6) 커리는 대학 시절 어떤 선수였나요? 


저는 커리를 10살 때부터 알았어요. 커리는 원래 야구 선수였죠. 제 아들과 함께 야구를 했습니다. 야구 실력이 수준급이었어요. 배트 스피트가 정말 빨라서 놀랄 때가 많았어요. 커리가 야구 하는 걸 보고 훌륭한 야구 선수가 될 것으로 생각했어요. 

커리는 경기 흐름을 제대로 파악할 줄 알았죠. 어린 나이에 깜짝 놀랄 플레이를 할 때가 많았어요.  팀이 뒤지고 있을 때와 앞서고 있을 때 어떻게 플레이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커리는 현재 상황을 예측하고 미리 대비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난 아이였어요. 더 놀라운 건 농구를 할 때도 장점이 그대로 나타난다는 거에요.


7) 혹시 커리의 플레이 가운데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을까요? 


저는 커리가 지구상에서, 아니 우주를 넘어서 가장 농구를 잘하는 것 같아요. (웃음) 

아마 오클라호마시티와 경기였던 것 같은데... 제 기억으로는 커리가 10개의 3점 슛을 전반전에 시도했는데 단 한 개도 성공하지 못했어요. 웬만한 선수들이면 위축돼서 소극적으로 경기할 텐데 커리는 주눅 들지 않고 중요할 때 한 방을 해 줬습니다. 그것도 연장전에서 말이죠. 역시 승부사 기질을 제대로 갖고 있는 선수라고 느꼈습니다. 

또 다른 일화는 커리의 겸손한 자세를 보여 주는 일화에요. 대학교 3학년 때 일입니다. 당시 커리는 미국 내에서 가장 높은 평균 득점을 기록하고 있었죠.  볼티모어에 있는 로욜라대학과 경기였는데 상대 팀 선수들이 커리에게 경기 내내 더블팀 수비를 시도했습니다. 한 명을 버린 셈이죠. 경기 시작 4분밖에 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커리가 벤치로 와서 저한테 속삭이더라고요. 

“2명이 막고 있는데 슛을 쏘면 확률이 낮아질 것 같습니다. 동료들을 활용하겠습니다.” 

데이비슨대학 최고의 스타가 많은 관중 앞에서 더 멋진 플레이로 자신을 알리고 싶을 텐데 커리는 팀을 먼저 생각하고 있었죠. 참 겸손했던 아이에요. 겸손한 자세가 자신감과 조화를 이뤘기 때문에 NBA 최고 선수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최선을 다하면서 자기 일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을 가장 좋아해요. 커리가 그래요. 만족을 모르는 선수에요. 그래서 더 무서운 거죠. 농구를 정말 즐기면서 해요.


8) 감독님이 대학 시절 커리의 슛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해 줬다고 들었습니다. 


커리는 이미 집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잖아요(웃음). 아버지 델 커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어요. 커리의 슛 동작을 바꿔 준 것도 아버지에요. 델 커리는 아들의 신체적 특성에 맞는 슛 동작을 알려 줬죠. 밑에서 위로 슛을 쏘도록 지시한 것도, 레이업을 전수한 것도 점프를 알려 준 것도 모두 아버지에요. 

아버지 말고도 커리의 성장에 큰 몫을 한 사람이 있어요. 바로 아내 아이셔에요. 커리는 아내에게 정신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스포츠에서 멘탈은 정말 중요한 요소에요. 일찍 가정을 이룬 것도 커리에게는 큰 도움이었어요. 농구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커리가 고등학교 때 아내를 만났는데 대학교 때 경기가 있는 날이면 아내는 치어리더로 커리와 함께 코트에서 호흡했어요. 커리가 부상으로 고통 받고 있을 때 그리고 힘들 때 언제나 아내가 커리 옆에 있었죠.


9) 커리도 가족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졸업식에서 학사모를 쓸 수 있겠죠? 


제자들이  졸업식에서 학사모를 쓰는 것을 보면 정말 자랑스러워요. 학업과 훈련을 함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저는 학업과 농구 둘 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커리는 대학 시절 수업 시간에도 교수들에게 칭찬을 많이 받았던 학생이에요. 학업에도 충실했죠. 커리가 3학년을 마치고 드래프트를 신청한다고 했을 때 저는 커리의 의견을 존중했어요. 단 약속 하나를 확실하게 했어요. 학위를 취득하는 것이었어요. 커리의 부모님들도 학업에 대한 열정이 크기 때문에 꼭 졸업해야 할 겁니다(웃음). 

드래프트 신청 전 커리는 7개 수업이 남았는데 비 시즌에 틈틈이 학점을 따 3개가 남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올 여름 비 시즌에 수업을 듣고 싶었지만, 미국 올림픽 대표로 선발돼 수업을 들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졸업은 농구 선수 커리의 목표가 아닌, 데이비슨대학 학생 커리의 목표일 거에요.

한편 커리는 잠시 후 10시부터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와 서부컨퍼런스 결승 4차전을 가진다. 이 경기는 SPOTV2에서 생중계한다.

[영상] 커리의 대학 시절 ⓒ스포티비뉴스 배정호 기자

[사진] 영상 캡처  ⓒ스포티비뉴스 배정호 기자, 데이비슨대학교, 김민승 데이비슨 대학교 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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