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웅(위)과 전창진 감독 ⓒ KBL
▲ 허웅(위)과 전창진 감독 ⓒ KBL

[스포티비뉴스=고양, 맹봉주 기자] "답답해서 감독님을 찾아갔다. 단도직입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지난 3일 열렸던 부산 KCC와 서울 SK의 경기. 전반까지 두 팀은 43-43으로 팽팽했다. 하지만 3쿼터가 끝났을 땐 KCC가 55-70으로 크게 지고 있었다. 1쿼터부터 시작된 득점 쟁탈전에서 결국 KCC가 밀린 것이다.

이날 KCC는 69-90으로 대패를 당했다. 경기가 끝나고 허웅은 1패 이상의 충격을 받았다.

KCC는 지난해 여름 최준용을 영입했다. 기존 허웅, 송교창, 이승현, 라건아에 최준용까지. 포지션별 국가대표 라인업을 완성하며 단숨에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듭났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이름값과 성적이 따로 논다. 현재 리그 5위로 상위권과 격차가 있다. 경기력만 놓고 보더라도 우승을 논하기엔 한참 모자라다.

▲ ⓒ KBL
▲ ⓒ KBL

허웅은 불만이 컸다. SK전 패배 후 직접 전창진 감독을 찾아가 속마음을 털어놨다.

"이번 시즌 남은 경기를 다 이겨도 우승하진 못한다. 하지만 난 SK전을 시작으로 남은 경기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SK에게 30점 차 가까이 졌다. 지고 나서 얻은 게 없었다. 뭐라도 하나 건져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말 그대로 그냥 진 거다. 그게 답답했다. 감독님을 찾아가서 단도직입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했다. 감독님 말도 들어봤다.“

5일 고양 소노전을 앞두고 전창진 감독도 허웅이 1대1 면담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지난주 SK전 패배 후 허웅이 내게 면담을 신청했다. 1시간 반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고민이 많더라. 팀 성적과 동료들에 대해 고민이 많은 친구다. 공격에서 부진하더라도 수비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오늘(5일) 좋은 경기를 할 거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웅은 소노를 상대로 31점을 퍼부었다. 어시스트는 10개. 송교창, 최준용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KCC는 소노를 117-85로 대파했다.

▲ ⓒ KBL
▲ ⓒ KBL

경기 후 만난 허웅은 전창진 감독과 나눈 구체적인 대화를 공개했다. 더불어 자신이 분석한 KCC의 장단점을 설명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

"우리 팀 농구 색깔이 분명하지 않다. (이)호현이 형한테 이정현(소노)을 10점 이내로 묶으라고 해도 현실적으로 안 되지 않나. 알리제(존슨)에게 상대 외국선수를 막으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수비에 꽂혀서 해결하려니 다 안 되는 느낌이었다. 수비는 경기에 들어가는 선수들이 죽기살기로 최선을 다하면 된다. 마지막 중요한 순간에 수비 잘하는 (이)승현이 형이나 (송)교창이, (최)준용이가 하나 막으면 된다."

"얼리 오펜스를 해야 한다. 솔직히 우리 팀 세트 오펜스는 강점이 없다. 외국선수가 기가 막히게 1대1로 점수를 쌓는 것도 아니고, 다른 선수가 1대1로 30, 40점 넣는 것도 아니다. 상대가 수비 진영 갖추기 전에 빠른 농구를 해야 한다. 그래야 오늘(5일) 같은 농구가 계속 나온다. 컵대회 때 그랬다. 그런데 수비, 수비 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소노전처럼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다 능력 있는 선수들이다. 2대2 할 수 있고, 개인 공격도 할 수 있다. 오늘 이상적인 농구가 나왔다. 농구 팬들도 재미있지 않았나. 교창이와 준용이가 빠졌는데 120점 가까이 넣었다. 난 이 농구가 재밌다고 생각한다."

"(이)승현이 형이 고득점(20점)한 것도 얼리 오펜스를 해서다. 쉬운 농구를 하니까 자연스레 코트 밸런스가 맞춰졌다. 공을 주고 맡기는 농구를 했다면 안 됐을 거다. 세트 공격 때 라건아나 승현이 형한테 공을 주고 모든 선수들이 보는 가운데 탑에서 쏜다고 생각해 봐라. 부담스럽지 않겠나. 오늘처럼 상대 수비가 진영을 갖추기 전에 2대2 플레이로 얼리 오펜스를 해야 한다.“

요약하면 수비보다 공격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고, 빠른 공격으로 투맨 게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 KCC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약점을 메우기보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소노전 대승으로 당장 KCC가 달라졌다고 보긴 힘들다. 외국선수가 1명만 뛴 소노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리그 최약체로 꼽힌다. 사실상 남은 시즌 성적을 포기하며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KCC 공격이 잘 된 것도 있지만 그전에 소노의 수비가 너무 허술했다.

KCC의 진정한 시험대는 앞으로 치를 두 경기다. 오는 7일 2위 수원 KT와 붙고, 9일엔 1위 원주 DB와 격돌한다. 진짜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선 이 두 경기 결과가 중요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