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민은 남자 단식에서 난공불락으로 여겨진 중국의 벽을 넘고 1988년 서울 올림픽 유남규 이후 16년 만에 한국인 탁구 올림픽 챔피언이 됐다. ⓒ대한체육회
 
[스포티비뉴스=신명철 편집국장] 제 28회 올림픽 개최지인 아테네는 8년 전인 1996년 제 26회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 피에르 쿠베르탱 남작의 주도적인 노력으로 근대 올림픽이 부활돼 1896년 제 1회 대회를 치른 지 10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해 다시 올림픽을 치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당시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던 그리스 정부의 재정 적자와 심각한 공해 문제 등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해 1990년 제 96차 도쿄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애틀랜타에 개최권을 넘겼고 7년 뒤인 1997년 제 107차 로잔 IOC 총회에서 개최권을 따 108년 만에 다시 올림픽을 치르게 됐다. 

근대 올림픽 108년 사상 처음으로 202개 IOC 회원국 모두가 참가해 최대 규모로 치러진 대회 개막식 선수단 입장에서 남북 선수단은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2000년 시드니 대회에 이어 올림픽에서는 두 번째, 국제종합경기대회로는 다섯 번째(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2003년 아오모리 동계 아시아경기대회,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로 손에 손잡고 그라운드에 들어서 7만5천여 관중과 40억 인류에 감동을 안겼다.

28개 종목 301개의 금메달을 놓고 8월 13일부터 29일까지 17일의 열전을 치른 아테네 올림픽에 한국은 선수 267명과 임원 109명 등 376명의 대규모 선수단이 참가해 금메달 9개와 은메달 12개, 동메달 9개로 종합 9위를 차지했다. 금메달 8개와 은메달 9개, 동메달 11개로 12위에 그쳤던 4년 전 시드니 대회에 비하면 종합 순위나 메달 숫자에서 큰 발전을 이룬 결과였다. 30개 메달로 1988년 서울 올림픽 33개(금 12, 은 10, 동 11) 이후 가장 많았다.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의 주인공은 유도 남자 73kg급에 출전한  ‘한판승의 사나이’이원희였다.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와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 그리고 올림픽이 열리기 두 달 전에 열린 모스크바 오픈에서 차례로 우승을 거머쥐어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이원희는 준결승까지 4경기를 모조리 한판으로 장식한 뒤 결승에서도 러시아의 비탈리 마카로프를 1분30초 만에 누르기 한판으로 간단히 제압했다. 

여자 양궁에서는 박성현이 2개의 금메달을 따며 메달 레이스에 톡톡히 한몫했다. 박성현은 후배 이성진과 맞붙은 개인전 결승에서 110-108로 역전승해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은 박성현의 우승으로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서향순 이후 6차례 올림픽에서 연속으로 양궁 여자 개인전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나라가 됐다. 단체전에서 박성현은 윤미진, 이성진과 팀을 이뤄 승승장구하며 결승에 올라 중국을 241-240으로 꺾고 우승하는 데 이바지했다.  양궁 여자 단체전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5연속 우승이었다. 남자 단제전에서는 박경모와 장용호, 임동현이 결승에서 대만을 251-245로 여유 있게 꺾고 양궁의 3번째 금메달을 명중했다.

남녀 4개씩 8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 태권도에서는 남자 80kg이상급의 문대성과 여자 57kg급의 장지원이 금메달을 따 종주국의 체면을 살렸다. 문대성은 결승전에서 개최국 그리스의 간판 스타인 알렉산드로스 니콜라이다스를 맞아 왼발을 180도 회전하는 뒤후리기로 KO승을 거뒀고 장지원은 결승전에서 미국의 니아 알달라와 접전 끝에 2-1 판정승을 거뒀다.

유승민은 탁구 남자 단식 준결승전에서 세계 랭킹 1위를 5년 동안이나 지켰던 스웨덴의 얀 오베 발드너를 4-3으로 꺾고 결승전에 오른 뒤 이면 타법의 귀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던 중국의 왕하오를 4-2로 따돌려 '탁구 신동'이 아닌 탁구 황제가 됐다.

배드민턴 남자 복식에서는 김동문-하태권 조와 이동수-유용성 조가 나란히 결승에 올라 메달 색깔을 놓고 접전을 벌인 끝에 국제 대회 경험이 많은 선배 김-하 조가 2-0으로 이겨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정지현은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0kg급 결승에서 2003년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리스트인 로베르토 몬존(쿠바)과 연장전까지 가는 팽팽한 경기를 펼친 끝에 허리 태클에 이은 옆굴리기로 순식간에 3점을 따 금메달 레이스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역도 여자 75kg이상급 장미란은 인상과 용상 합계 302.5kg으로 중국의 탕공홍(305kg)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해 여자 역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첫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체조 남자 개인종합에서 한국 체조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은메달을 획득한 김대은, 덴마크와 2차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이고도 33-33으로 승패를 가리지 못해 승부던지기에 들어가 2-4로 져 은메달에 머문 여자 핸드볼, 태권도 여자 68kg급에서 19살의 어린 나이로 동메달을 딴 황경선 그리고 1948년 런던 올림픽 출전 이후 56년 만에 8강 진출의 꿈을 이뤄 낸 남자 축구 등도 아테네 올림픽에서 탄생한 자랑스러운 태극 전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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