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수 ⓒ 인천국제공항,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김민경 기자] "더 보여 줄 수 있다고 생각하며 힘든 시간을 견뎠다."

김현수(28,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13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했다. 공항은 9개월 만에 한국 땅을 밟은 김현수를 환영하는 인파로 가득했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김현수는 시범경기 때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 빨리 적응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볼티모어가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자고 제안했지만 김현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가는 잔혹했다. 홈 개막전에 김현수가 등장하자 팬의 야유가 쏟아졌다.

야유를 박수로 바꿨다. 김현수는 독기를 품고 타격 훈련에 집중하면서 조금씩 타석에 들어서는 기회를 늘렸다. 시즌 중반부터는 좌익수로 선발 출전하는 일이 많아졌다. 정규 시즌 95경기에서 타율 0.302 출루율 0.382 장타율 0.420 6홈런 22타점을 기록했다. 아메리칸리그 신인 가운데 출루율 2위다. 

단 한 경기였지만 가을 야구도 경험했다. 김현수는 지난 5일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2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볼티모어는 연장 11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2-5로 지면서 시즌을 마감했다.

다음은 김현수와 일문일답.

-첫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소감은?

이렇게 오래 나갔다 온 게 처음이다. 취재진이 많은 것도 처음이라 신기하다.

-시즌 초반 부진했는데, 그때 상황을 떠올려 보자면?

계속 준비하고 기다렸다. 제가 다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기다리고 준비했다. 적응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다 처음 본 투수들이니까 잘하려고 노력했지만 부족한 점이 있었다. 한국에서 시범경기 때 못했다고 부진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여기는 저를 잘 모르니까 못하면 바로 부진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

-어떤 점에서 애를 먹었나?

야구하는 방식도 달랐고, 언어 등 모든 면에서 달랐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제 생각이 가장 컸다. 솔직히 말하면 제가 미국에 가서 어떻게 하는지 직접 보고 의견 내신 분은 많지 않은 거 같다. 저는 더 보여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같이 있는 한국 선수들 (이)대호 형, (추)신수 형, (박)병호 형이 다들 응원해 주셔서 버텼다.

-개막전에서 홈 팬들이 야유를 보냈는데, 섭섭하진 않았는지?

섭섭하진 않았다. 제가 못했으니까. 그냥 잘해서 야유를 칭찬으로 바꾸고 싶다고 다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올해 힘든 일이 많았다. 계속 어렵다가 4안타를 쳤던 휴스턴전(8월 19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메이저리그 가을 야구를 경험했는데, 어떤 게 달랐나?

한국이랑 똑같다. 팬이 많이 오고, 홈 팬이 정말 많다는 생각은 했다.

-귀국하면서 구단과 어떤 이야기를 하고 왔는지? 국내에서 계획은?

시즌 준비 잘하라고 했다. 일단 조금 쉬고, 국내에서 몸 만들면서 훈련하다가 (다음 해)1월쯤 나갈 거 같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던지는 빠른 공의 변화(무브먼트)는 어땠나?

구속은 한국에서 뛴 리즈나 소사, 양현종이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무브먼트가 많다. 똑바로 오는 패스트볼은 거의 없다.

-팀에서 대우가 달라진 걸 느낀 적 있나?

언론에서는 초반에 사이가 나쁘게 나왔을지도 모르지만 동료들이 정말 잘해 줬다. 모두 한국인이 된 것처럼 잘해 줬다.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잘 지냈다.

-토론토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맥주캔이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다.

그런 걸 던질 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날아와서 당황했다. 선수들은 관중에게 항의했고, 감독님은 심판들에게 항의했다.

-얻은 게 있다면?

도전했다고 생각하는 시즌인데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도전은 끝이 없다는 걸 몸으로 부딪치니까 깨달았다.

-두산 베어스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김현수 공백을 지웠다는 말이 나왔는데?

제가 빠진 자리에 잘하는 두 선수(김재환, 박건우)가 나와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할 말이 없다. 저보다 더 잘하는 두 선수가 나왔다.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다 감사하다. 같이 있던 한국인 메이저리거 7명 모두에게 고맙다. 매일 걱정하고 전화해 주고, 경기 보고 연락 줬다. 힘이 됐다.

-WBC 예비 엔트리에 포함됐는데.

우선 엔트리에 들어 감사하다. 마음은 경기에 나가고 싶은데 구단과 이야기해야 하고 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구단과 조금 더 이야기해보려 한다.

-올 시즌 자신의 점수를 10점 만점에 몇 점 주고 싶나?

5점 정도 된다. 5점 깎인 건 많이들 아실 거라 생각하고, 5점은 제가 잘 버티고 견딘 걸 생각해서 주고 싶다.

[영상] 김현수 귀국 인터뷰 ⓒ 촬영, 편집 임창만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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