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조시 톰린(왼쪽)과 로베르토 페레즈

[스포티비뉴스=오상진 객원기자]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20(이하 한국 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4차전에서 3-0으로 이기며 1997년 이후 19년 만에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게 됐다. 클리블랜드는 포스트시즌을 단 8경기(디비전시리즈 3, 챔피언십시리즈 41)만에 끝내며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내셔널리그(NL) 팀에 비해 많은 휴식 시간을 확보했다 

클리블랜드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을 때만 해도 월드시리즈 진출까지 성공할 것으로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각각 11승씩을 거둔 선발 투수 카를로스 카라스코(118패 평균자책점 3.32)와 대니 살라자르(116패 평균자책점 3.87)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져나갔다. 타자 쪽에서도 주전 포수 얀 곰즈가 정규 시즌 막판 부상에서 회복했지만 실전 감각이 크게 떨어져 있었고 지난 2(2014~2015년) 타선을 이끌어 온 마이클 브랜틀리는 이미 어깨 수술로 시즌을 마감한 상황이었다. 

클리블랜드는 경쟁 팀에 비해 전력 누수가 심했지만 의외로 쉽게 상대를 누르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ALCS MVP 앤드류 밀러와 든든한 마무리 코디 앨런, 에이스 코리 클루버 등을 앞세운 투수진은 강력한 보스턴과 토론토 타선을 잠재웠고 팀의 미래 프란시스코 린도어는 ALCS 1차전과 2차전에서 결승타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클리블랜드가 월드시리즈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간판 선수들의 활약도 있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몫을 다한 숨은 영웅, 이른바 언성 히어로(Unsung Hero)'들의 힘이 있었다.

 

▲ 베테랑의 힘을 보여준 코코 크리스프

코코 크리스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출전 시간에 불만이 있던 크리스프는 91일 트레이드로 11년 만에 친정 팀 클리블랜드에 복귀했다. 포스트시즌 명단에 포함될 수 있는 트레이드 마감일에 이적한 크리스프는 정규 시즌 남은 20경기에서 타율 0.208(2홈런 8타점)로 부진했다. 

그러나 베테랑의 진가는 큰 경기에서 빛났다. 보스턴과 ALDS 3차전에서 결정적인 2점 홈런으로 승리에 쐐기를 박았고 토론토와 ALCS 5차전 2-0에서 3-0으로 달아나는 홈런을 때려 냈다. 크리스프는 다음 시리즈 진출이 결정되는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홈런으로 승리에 힘을 보탰다. 

라이언 메릿 

올해 빅리그 무대를 밟은 메릿은 정규 시즌 4경기(선발 1경기) 11이닝의 경험이 전부인 신인 투수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벤치만 지키고 있던 메릿은 갑작스럽게 팀의 운명이 걸린 ALCS 5차전 선발투수로 나서게 됐지만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메릿은 평균 구속 86.5마일(139km)에 불과한 패스트볼로 홈런 타자들이 즐비한 토론토의 강타선을 잠재웠다.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로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4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기대 이상의 구실을 해냈다. 

로베르토 페레즈 

2014년 데뷔해 3년째 백업 포수를 맡고 있는 페레즈는 올해 2할에도 못 미치는 타율(0.183)로 팀 공격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클리블랜드는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올스타 포수 조나단 루크로이의 영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포스트시즌에서 페레즈에게 안방을 맡겨야만 했다. 

페레즈는 주전 포수의 부담감을 이겨 냈다. ALDS 1차전에서 보스턴 에이스 릭 포셀로를 상대로 홈런을 기록하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수비에서는 안정적인 리드로 투수들을 이끌며 8경기 평균자책점 1.77(15실점 14자책점)로 상대 팀을 막아 내는 데 큰 몫을 했다. 

조시 톰린  

전반기 9(2) 평균자책점 3.51로 활약했던 톰린은 86경기에서 5패 평균자책점 11.48로 크게 흔들렸다. 한 차례 불펜으로 등판한 이후 감을 되찾으며 9월 이후 5경기 2(1) 평균자책점 1.69로 부활에 성공했지만 피홈런이 36(AL 2)나 되는 톰린이 큰 경기에서 제 몫을  해낼지 의문이었다. 

톰린은 포스트시즌 2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평균자책점 2.53) 우려를 불식했다. 카라스코와 살라자르가 빠진 상황에서 2선발 노릇을 충분히 해냈으며 우려했던 홈런은 아직 1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클리블랜드는 다른 팀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지만 베테랑과 신인, 주전과 백업 선수가 조화를 이루는 단단한 조직력으로 1948년 이후 68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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