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비하는 허경민(맨뒤)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허경민(26, 두산 베어스)이 가을 본능을 뽐냈다.

허경민은 2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한국시리즈 NC 다이노스와 1차전에 8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맹타를 휘두르며 공격 물꼬를 텄다. 두산은 연장 11회 오재일의 끝내기 희생플라이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가을만 되면 허경민의 방망이는 무섭게 돌아간다. 포스트시즌 통산 29경기에 출전해 타율 0.423 OPS 1.023 1홈런 12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인 23안타 신기록을 세우면서 부지런히 출루했다.

1차전 MVP는 8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친 더스틴 니퍼트에게 돌아갔지만, 승패를 가른 1점은 허경민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수비가 시작이었다. 허경민은 0-0으로 맞선 연장 10회 1사 3루에서 김성욱이 때린 빠른 타구를 재빨리 잡으면서 3루 주자 김종호의 퇴로를 차단했다. 김종호는 3루와 홈 사이에 갇혔고, 허경민이 김종호를 태그 아웃 하면서 2사 1루가 됐다. 허경민의 재치 있는 수비 덕에 실점 위기를 모면한 순간이었다.

안타와 발로 결승점을 뽑았다. 허경민은 연장 11회 선두 타자로 나서 중견수 앞 안타로 출루했다. 이어진 1사 만루 기회. 오재일의 타구가 우익수에게 향했다. 전진 수비를 하고 있던 우익수 나성범은 어렵지 않게 타구를 잡았고, NC 더그아웃은 뜬공으로 끝날 거란 생각에 환호했다. 

그 순간 3루에서 태그업 한 허경민이 홈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나성범의 송구는 홈에서 오른쪽으로 치우쳤고, 허경민은 홈을 밟은 뒤 동료들과 포효했다. '가을 남자 허경민'을 각인한 경기였다.

허경민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이어 올해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 맹활약을 펼치고도 최우수선수와 인연은 없었다. 하지만 연연하지 않았다. 허경민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다. 엔트리에 든 28명 모두 MVP가 아닌 우승을 목표로 뛴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MVP이자 친한 친구인 정수빈이 부럽지 않은지 물었다. 정수빈은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3-2 승리와 14년 만에 우승을 확정하는 쐐기 3점포를 날렸다. 

허경민은 "확실히 안타보다 홈런이 임팩트가 있다는 걸 지난해 느꼈다. 안타 많이 치는 건 소용 없다"고 농담을 던지며 웃었다. 이어 "MVP는 안 뽑혀도 되는데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며 두산이 21년 만에 통합 우승을 이루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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