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V NEWS=박현철 기자] 성동격서(聲東擊西)-동쪽을 치는 듯 하며 실제로는 서쪽을 치는 병법.

시즌 전 포크볼을 좌타자 상대 구종으로 언급하며 상대를 경계하게 했다. 그러나 실상은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 재미를 본 역회전 싱커를 주무기로 삼아 호투를 펼쳤다. 풀타임 세 번째 시즌을 맞는 두산 베어스 좌완 유희관(29)은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의 이야기처럼 영리했다.

유희관은 지난 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벌어진 한화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서 6이닝 동안 112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6탈삼진, 1사사구)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첫 등판에서 첫 승을 올렸다. 팀은 6-3으로 승리하며 개막 3연승을 달렸다.

2013년 25년 만의 베어스 국내 좌완 10승을 달성한 유희관은 지난 시즌 부침을 겪기도 했으나 12승 177⅓이닝을 기록하며 팀의 주축 좌완 선발로 우뚝 섰다. 포심 최고구속은 130km대 중반이지만 이를 제구력과 영리한 수싸움 능력으로 상쇄한 기교파 투수. 1일 경기에서 유희관은 포심 최고 134km로 여전히 스피드로 우위를 갖지는 못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신무기로 장착했다고 공언했던 포크볼을 이날 단 한 개도 던지지 않았다는 것. 지난해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0.337로 고전했던 유희관은 “포크볼을 새로 장착했는데 느낌이 괜찮다. 왼손 타자를 상대로 남발하지 않되 필요한 순간 던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공언이 전해졌으나 유희관은 중계가 있는 시범경기에서 이를 꺼내지 않았다. 지난 3월 26일 연습경기 경찰청전에서 네 개 정도를 던진 것이 실전에서 던진 포크볼이다.

따라서 신무기는 아직 페넌트레이스에서 포장도 뜯지 않은 셈. 대신 유희관은 오른손 타자에게서 재미를 본 싱커를 적극 구사했다. 싱커도 서클 체인지업처럼 역회전되어 떨어지는 공인데 스피드와 낙차각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게 마련. 그러나 유희관의 싱커와 서클 체인지업은 스피드 차가 그리 크지 않다.

구종이 유사한 만큼 타자들이 히팅 타이밍을 잡기가 미묘하게 힘들다. 더욱이 포크볼을 던진다고 공언했던 부분이 있는데 아직 시범경기에서 상대에 노출하지 않은 구종이다. 노출되지 않은 곳에서 던진 만큼 상대 타자는 이를 염두에 둬도 실체를 알 수 없으니 수싸움에서 혼선을 빚을 수 있다. 그리고 정작 결정구로 꺼내 든 것은 포크볼이 아닌 역회전 싱커였다. 역으로 꺾이는 공이라 자칫 왼손타자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줄 수도 있었으나 이날 유희관의 사사구는 볼넷 하나 뿐이었다.

“포크볼을 자주 던지지는 않을 예정이다. 정말 필요할 때 꺼내는 히든카드로 사용할 것이다. 대신 코칭스태프께서 '우타자 상대 싱커도 왼손타자를 상대로 던질 필요가 있다'라고 하시더라.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싱커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날 유희관의 한화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11타수2안타로 0.182다. 단 한 경기 표본이지만 지난 시즌에 비하면 확실히 많이 낮아진 셈이다.

투수의 스피드가 능사는 아니다. 좌우를 찌르는 제구력은 물론 우격다짐식 투구가 아닌 상대의 수를 이용하는 지능적인 투구는 분명 투수 유망주들에게도 권장할 만한 부분. 최고구속 134km의 유희관은 영리한 투구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사진] 유희관 ⓒ SPOTV NEWS 한희재 기자(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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