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V NEWS=강화도(인천), 박현철 기자] “지난해 교육리그 도중 애리조나 경기를 봤을 때가 기억나요, 그리고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강정호(피츠버그) 선배를 보며 더 큰 꿈을 꾸고 싶습니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의 소년. 그러나 야구에 있어서는 굉장히 진지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바에 대해 분명히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현재 힘든 시간이 자신의 미래를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는 진리를 머리와 가슴에 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SK 와이번스 2년차 내야수 유서준(20)의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성남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4년 2차 2라운드로 SK에 입단한 유서준은 고교 시절 뛰어난 재능의 허슬 플레이어로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유서준이 3학년 시절 주전 유격수로서 올린 성적은 16경기 0.362 1홈런 12타점 14도루. 180cm 75kg의 체격에 빠른 발이 돋보이는 내야수 유망주다. 지난해는 퓨처스리그에서 3경기 2타수 무안타로 잠시 숨죽였으나 뛰어난 재능을 지닌 만큼 팀에서도 기대가 크다.

지난 1일 SK 퓨처스파크(인천 강화군 길상면 위치)에서 만난 유서준은 지난 한 시즌을 뒤돌아보며 “팀에 입단한 후 한동안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설레고 또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그 좌충우돌한 시기를 겪고 나니 후배도 들어오고 어느 정도 적응도 된 것 같다”라며 웃었다. 배우는 데 충실했던 유서준에게 지난해 가장 인상깊었던 기억은 무엇일까.

“박진만 선배께서 제 롤모델이시거든요. 진만 선배의 장점을 모두 습득하고 싶었는데 고교 졸업도 하지 않았던 2013년 마무리훈련 때 선배와 함께 유격수 자리에서 수비 훈련을 할 기회가 왔어요. 와, 정말. 상상도 못했던 일이. 지금도 그 때 생각하면 소름 돋아요. 야구는 물론이고 인성과 자기 관리에 대해서도 진만 선배를 보면서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진만 선배 뿐만 아니라 1군에서 뛰는 선배들은 확실히 저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입단할 때는 막연하게 프로의 벽을 실감하지 못했다면 지금은 벽에 부딪혀보고 '아마추어와 프로는 다르구나'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진만 선배께 들은 조언이요?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있다보니 제가 쉽게 여쭤보기는 힘든 부분도 있어요. 그래도 선배의 플레이와 훈련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배울 수 있거든요.” 쑥스러워 하는 그에게 '실력은 물론 성품도 좋은 선수니 여쭤보면 많은 것을 가르쳐줄 것이다'라는 말을 건네자 유서준은 또 한 번 웃었다.

자신의 장점과 앞으로 어필하고 싶은 포인트에 대해 묻자 유서준은 발 빠르기를 장점으로 먼저 꼽았다. “주력이 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수비력은 아직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주루에 있어서도 상황 판단 능력과 센스를 제대로 갖추고 싶어요. 그리고 제게 오는 모든 타구를 최대한 잘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수비력을 보완하면 저도 1군 무대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넥센의 40홈런 유격수 강정호는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었다. 이는 KBO리그 최초의 야수 직행 케이스. 시범경기 막판 타격감을 끌어올리며 호평을 받고 있는 강정호가 개막 이후에도 피츠버그 핵심 멤버로 안착한다면 KBO리그에서 뛰는 내야수들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이다. 또한 선수들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아닐 수 없다.

“저도 강정호 선배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보며 동기부여가 많이 되더라고요. 박진만 선배와 강정호 선배는 또 약간 다른 안정감을 갖고 있잖아요. 진만 선배가 차분한 안정감이라면 강정호 선배는 파워와 강한 어깨, 그리고 화려함이 돋보이는 안정감이랄까요. 사실 우상은 박진만 선배지만 제 스타일은 차분하기보다 달려들고 덤벼드는 스타일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아직 강정호 선배는 뵙지도 못했고 인사도 못 드렸지만 선배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후배로서 힘을 얻고 있습니다.”

야구 시작 당시 꿈인 '프로야구 선수'라는 꿈을 일단 이룬 유서준. 그러나 꿈은 진화하게 마련이다. 프로팀에 입단했다면 1군 무대를 밟고 주전이 되고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타이틀을 따내고 싶다는 등 모든 선수들은 자신의 꿈을 점차 키운다. 1차 목표를 이룬 유서준은 지난해 애리조나 교육리그 당시를 떠올리며 또 한 번 웃었다.

“지난해 교육리그를 갔다가 애리조나 홈 구장인 체이스필드로 가서 직접 메이저리그 경기를 본 적이 있어요. 와, 정말 그런 곳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뤘으니 더 큰 꿈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는데 체이스필드를 찾은 관중들과 그곳에서 뛰는 선수들을 보며 제 꿈이 훨씬 커졌습니다.”

팀 내 모든 선배들과 코칭스태프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유서준은 특히 이대수, 신현철 선배 내야수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특히 신현철에 대해 유서준은 “지난해 한 달 간 함께 숙소 생활을 하며 정말 많은 조언을 들었다. 부상으로 인해 퓨처스팀으로 내려왔는데도 따뜻한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재차 고마움을 표시했다.

프로 2년차 선수이자 약관의 나이인 유서준. 그동안 했던 야구 생활보다 앞으로 더 뛸 경기가 훨씬 더 많은 유서준에게 먼 훗날에 대한 질문을 꺼냈다. '20여 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지난 뒤 은퇴할 때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유서준은 주저없이 '유니폼이 더러운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라고 답했다.

“경기가 끝날 때 항상 유니폼이 더러워진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몸을 사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뛰고 열심히 슬라이딩하며 공을 잡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팬들로부터 단순히 잘 하는 선수가 아니라 '유서준 선수는 열심히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소년은 '비룡 허슬'을 꿈꾼다.

[사진] 유서준 ⓒ SK 와이번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