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내셔널리그 신인왕 코리 시거

[스포티비뉴스=오상진 객원기자]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팀들은 2016년 시즌을 앞두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지만 그리 좋은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스토브리그에서 시카고 컵스(28,925만 달러), 디트로이트 타이거즈(27,175만 달러)에 이어 3번째로 많은 돈을 투자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25,100만 달러)'짝수 해의 기적'을 만들지 못하고 디비전 시리즈에서 탈락했다. LA 다저스(8, 12,480만 달러)4년 연속 지구 우승에는 성공했지만 이번에도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6, 21,875만 달러)는 믿었던 잭 그레인키가 무너지며 리빌딩에 들어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지구 최하위를 다퉜다. 콜로라도는 없는 살림에 비해 큰 투자였던 헤라르도 파라(32,750만 달러)와 제이슨 모테(21,000만 달러)의 영입은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최고의 팀 - LA 다저스 

다저스는 2015년 시즌을 마치고 3년 연속 NL 서부지구 1(2013-2015)를 이끈 돈 매팅리 감독과 이별을 택했다. 그리고 새로운 사령탑으로 초보 감독인 데이브 로버츠 감독을 선임했다. 신임 감독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많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다저스는 샌프란시스코를 제치고 4년 연속 지구 1위를 차지했으며 로버츠 감독은 데뷔 첫 해 NL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사실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연봉 총액 1(2016년 개막 엔트리 기준 23390만 달러)'라는 허울에 비해 실속이 떨어지는 팀이었다. 2016년 역시 고액 연봉자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몸값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에이스 클레이트 커쇼는 12(4) 평균 자책점 1.69로 성적은 뛰어났지만 부상으로 21경기밖에 등판하지 못했다. 브랜든 맥카시(10경기), 브렛 앤더슨(4경기), 류현진(1경기)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2선발의 중책을 맡게 된 스캇 카즈미어(106패 평균자책점 4.56)는 기대 이하였다. 마에다 켄타(1611패 평균자책점 3.48), 훌리오 유리아스(52패 평균자책점 3.39) 등 신인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지만 지난해 NL 선발 평균자책점 2(3.24)를 차지했던 강력한 선발진은 아니었다(평균자책점 3.95, NL 5).  

다저스의 불펜은 빈 자리를 메우기 바빴던 선발진의 몫까지 대신해냈다. 2016년 다저스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3.35ML에서 가장 낮았다. 마무리 켄리 잰슨(47세이브 평균자책점 1.83)을 중심으로 조 블랜튼(75경기 72패 평균자책점 2.48), 페드로 바에즈(73경기 32패 평균자책점 3.04)가 뒷문을 지켰다. 선발과 마찬가지로 불펜도 끊임없이 부상자가 나왔지만 그랜트 데이튼(25경기 1패 평균자책점 2.05) 등 새로운 얼굴들이 나타나 공백을 채웠다. 

투수진에 비해 타선은 '지구 1'에 어울리는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팀 득점 NL 7(725), 홈런 8(189), 타율 11위(0.249), OPS 9(0.728) 등 대부분의 지표가 리그 중하위권에 머물렀고 기동력은 크게 떨어졌다(팀 도루 45, NL 13). 규정타석을 채운 3할 타자는 코리 시거(0.308)가 유일했고 30홈런, 100타점을 기록한 타자는 한 명도 없었다.  

다저스가 부족한 팀 전력으로 지구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꾸준함'이었다. 다저스는 지구 3위로 떨어졌던 522일과 23(한국 시간) 단 이틀을 제외하면 꾸준히 2위 이상을 유지했고 822일 이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라이벌 샌프란시스코가 전반기 승률 0.633(5733)에서 후반기 승률 0.417(3042)로 추락한 반면 다저스는 전반기(5140, 승률 0.560)와 후반기(4031, 승률 0.563)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월간 승률도 4(1213, 승률 0.480)을 제외한 모든 구간에서 꾸준하게 5할 이상을 유지한 덕분에 4년 연속 지구 1위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최악의 팀 -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그레인키와 셸비 밀러를 영입했을 때만 해도 애리조나는 장밋빛 미래를 꿈꿨다. 2014년 토미 존 수술을 받으며 한 시즌을 쉬었던 패트릭 코빈이 2015년 성공적으로 복귀(16경기 65패 평균자책점 3.60)하면서 그레인키-밀러-코빈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선발진이 갖춰졌다.  

그러나 세 선수는 콜로라도와 개막 3연전에서 나란히 홈런 3개씩을 허용하며 재앙의 시작을 알렸다. 그레인키는 13(7)을 거뒀지만 평균자책점이 크게 늘었고(1.664.37)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하며 2007(122이닝) 이후 가장 적은 이닝 158이닝을 소화했다. 밀러(312)와 코빈(513)은 합계 825패로 부진했고 로비 레이(815), 아처 브래들리(89)도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과감하게 투자한 선발진이 무너져버린 애리조나는 메이저리그(ML) 팀 평균자책점 최하위(5.09)를 당했다.  

투수진에 비하면 타선은 양호했다. 지난해보다 팀 타율(0.2640.261)이 약간 낮아졌지만 홈런(154190), OPS(0.7380.752) 등이 늘어나면서 팀 득점(720752)도 많아졌다. 간판 타자 폴 골드슈미트(타율 0.297 24홈런 95타점)3-30홈런-100타점에는 실패했지만 여전히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야스마니 토마스(타율 0.272 31홈런 83타점), 진 세구라(타율 0.319 20홈런 64타점), 제이크 램(타율 0.249 29홈런 91타점) 등 유망주들이 한꺼번에 잠재력을 터뜨리며 공격을 이끌었다.  

타선은 제 몫을 했지만 수비는 주전 선수들의 부상 공백이 컸다. 2015년 애리조나는 팀 DRS(디펜시브 런 세이브드)에서 69를 기록, 월드시리즈 우승팀 캔자스시티 로열스(56)를 제치고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올해는 -12(ML 18)로 크게 떨어졌다. 앤더 인시아테가 애틀랜타로 이적하고 A.J. 폴락(12경기)과 데이빗 페랄타(48경기)가 부상으로 시즌 대부분을 부상자 명단에서 보내면서 외야 수비(외야수 DRS 37-19)가 무너진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최고의 선수 - 코리 시거 (LA 다저스)  

코리 시거는 데뷔 전부터 형 카일 시거를 뛰어넘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저스가 '트레이드 절대 불가'를 외치며 지켜낸 시거는 지난해 9월 빅리그에 데뷔해 짧지만 강렬한 인상(27경기 타율 0.337 4홈런 17타점)을 남기며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2016NL 신인왕 후보 1순위로 꼽힌 시거는 4월 적응기간(타율 0.250 2홈런 12타점 OPS 0.707)을 거친 이후 타격감에 제대로 불이 붙었다. 5월과 6월 두 달 동안 15개의 홈런을 몰아쳤고 5월부터 8월까지 매월 0.890이 넘는 높은 OPS를 기록했다. 시거는 첫 풀타임 시즌에 타율 0.308 26홈런 72타점 OPS 0.877의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안타는 193(NL 2)를 기록했고 득점 5(105), 2루타 7(40), 장타율 10(0.512) 등 여러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시거의 활약은 내야 수비의 핵심 포지션인 유격수를 맡으며 올린 기록이라 더욱 빛났다. 시거는 NL에서 4번째로 많은 1345이닝을 유격수로 뛰며 4번째로 높은 10.6UZR(Ultimate Zone Rating, 수비 지표)을 기록하며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2015시즌 만장일치로 NL 신인왕을 차지했던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2016시즌 MVP까지 수상했다. 시거 역시 마찬가지로 2016시즌 만장일치 신인왕의 주인공이 되었으며 브라이언트(8.4) 다음으로 높은 7.5f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팬그래프닷컴)을 기록, MVP 투표 3위를 차지했다. 시거가 지금의 성장세를 이어나간다면 브라이언트가 걸었던 '신인왕-MVP'로 이어지는 로열 로드의 다음 주인공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 셸비 밀러는 2013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까
 

최악의 선수 - 셸비 밀러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2013년 밀러가 15(9패 평균자책점 3.06)을 거두며 호세 페르난데스, 야시엘 푸이그에 이어 NL 신인왕 투표 3(4위 류현진)에 올랐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은 젊은 에이스의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밀러는 이듬해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2년 연속 두 자릿수 선발승(109패 평균자책점 3.74)을 거두며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밀러의 불행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떠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밀러는 새로운 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200이닝을 돌파(205이닝)했고 준수한 평균자책점 3.02(NL 11)를 기록했지만 돌아온 것은 '리그 최다패(17) 투수'라는 불명예 뿐이었다. 

밀러는 2015시즌이 끝난 뒤 애리조나로 팀을 옮겼지만 이번에는 부상과 부진이 한꺼번에 겹쳤다. 2016년 선발 첫 경기부터 홈런 3개를 내주며(6이닝 6실점) 불안하게 출발했고 5월이 끝날 때까지 16패 평균자책점 7.09로 부진했다. 이후 오른손 검지 부상으로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복귀 후에도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고 결국 312패 평균자책점은 6.15(100이닝 이상 기준 NL 최하위)로 시즌을 마쳤다. 

트레이드 대상이었던 인시아테, 댄스비 스완슨이 애틀랜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밀러의 부진이 더욱 크게 느껴지고 있다. 인시아테는 애틀랜타의 테이블 세터로 자리잡았고 뛰어난 수비력으로 첫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2015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스완슨은 안정적인 수비와 기대 이상의 공격력(타율 0.302 3홈런 17타점 OPS 0.803)으로 다음 시즌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밀러는 마지막 2경기에서 1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아직 만 26세로 젊고, 부진의 원인도 부상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여전히 반등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다음 시즌에도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레인키와 함께 애리조나 최악의 영입이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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