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짓수 검은 띠 아오키 신야(위)는 통산 39승 가운데 25승을 서브미션으로 만들었다.
종합격투기(MMA)는 크게 타격과 그래플링으로 구분한다. 세분화하면 타격에는 복싱, 무에타이, 킥복싱, 산타 등 여러 종류가 있다. 그래플링 종류 역시 주짓수, 레슬링, 삼보, 유도 등으로 다양하다. '킥복싱이 강하다'거나, '주짓수가 강하다.' 등 종목 간의 우월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이유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은 어떤 무술이 더 강한지 겨루는 시절이었다. 이종(異種)격투기로 불렸다. 레슬러(레슬링)와 복서(복싱), 쥬도카(유도)와 주짓떼로(주짓수), 낙무아이(무에타이)와 킥복서(킥복싱), 가라테카(가라테)와 태권도 유단자, 삼비스트(삼보)와 스트리트 파이터의 대결 등. 서로 다른 이종 격투가들이 각 종목의 우월성을 놓고 대결했다.

그런데 점점 '어떤 무술이 더 강한가'보다 '누가 더 강한가'라는 질문이 관심사가 돼 갔다. 싸우는 종목에서 싸우는 이들에게 시선이 쏠렸다. 종목이 아닌 파이터들이 주인공이 됐다. 싸우는 이들은 주류가 되기 위해 한 종목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무술을 익혔다.

그러자 타격과 그래플링을 섞는 이가 무대를 주름잡기 시작했다. 예밀리아넨코 표도르가 대표적이었으며 마우리시오 쇼군 루아, 안토니오 노게이라, 슈퍼 복스, 브라질 탑 팀 등 브라질 선수들도 강세를 보였다. 일본 파이터 고미 다카노리도 마찬가지.

경기가 잦아지고 경험이 쌓이면서 싸움 안에서 논리가 잡혔다. 그라운드에선 주짓수, 타격전에선 복싱, 테이크다운할 때엔 레슬링, 빰 클린치(목 잡기) 땐 무에타이 등 각 상황마다 특정 무술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세워졌다. 파이터들은 다른 영역에서도 유리해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영역의 싸움에서 어떻게 이기느냐'라는 끊임없는 질문 속에 이종격투기는 종합격투기로 진화했다.

오늘날 종합격투기는 끊임없는 발전 속에 다른 무술들과 점점 다른 영역이 돼 간다. 다른 무술에서 정상을 지냈던 선수들이라도 종합격투기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외려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 유리한 영역이 있다 해서 항상 이기지 못한다. 상대방이 약점을 공략하고 다른 리듬으로 파고든다면 제아무리 정상을 지냈던 강자도 무너지기 십상이다.

종합격투기는 승패를 가리는 방식이 단일 무술 종목과 다르다. 무에타이 규칙은 빰 클린치와 무릎에 점수를 준다. 킥복싱에는 콤비네이션, 주짓수에는 패스와 백, 마운트에 점수를 준다. 태권도에는 머리를 때리면 3점, 배를 때리면 1점이다. 하지만 종합격투기에선 점수판의 점수가 올라가지 않는다. 패스를 한다고, 콤비네이션을 많이 기록한다고, 빰 클린치에서 무릎을 많이 올려 찼다고 무조건 승리가 따르지 않는다. 더 많이, 강하게 때려야 한다. 더 많이 눕히고 압박해야 이긴다. 어느 종목 챔피언을 지냈더라도 종합격투기의 기본적인 움직임과 규칙 등을 모른다면 절대 정상에 오를 수 없다.

특히 주짓수는 종합격투기와 많이 유사해 보이지만 실제 몸놀림엔 큰 차이가 있다. 종합격투기는 상대방의 바지춤이나 라펠을 잡지 않는다. 도복주짓수에서는 파운딩을 하지 않는다. 종합격투기는 띠가 없다. 도복주짓수는 케이지나 링이 없다. 물론 도복주짓수를 수련하면 그라운드의 이해가 높아져 종합격투기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도복주짓수보단 노기주짓수가 종합격투기와 더 어울린다. 도복을 입지 않아 육체적으로 조금 더 자주 섞인다.

종합격투기는 굉장히 전략적인 운동이다. 동시에 과학적이다. 상대방이 수준급 그래플러 라면 그래플링 디펜스와 타격으로 응수하고, 상대방이 타격가라면 카운터 태클로 상대방을 그라운드로 데리고 가야 한다. 상대방이 스텝이 좋다면 거리를 없애 공격하고, 상대방이 주먹을 활용한다면 킥으로 방어하고, 반대로 킥을 잘 찬다면 주먹으로 받아쳐야 한다. 어느 한 운동만 고집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약점을 곱게 바치는 꼴이다.

종합격투기(MMA)를 풀어쓰면 Mixed(뒤섞인, 혼잡의), Martial(싸움의) Arts(예술)이다. 뛰어난 신체 능력을 경제적, 과학적, 철학적으로 쓸 수 있는 움직임. 리듬, 템포, 등 음악적으로 표현 가능한 타격. 밑그림 구상, 스케치, 채색 같은 마무리 등 미술 같은 그래플링이 혼재돼 있다. 

종합격투기는 종합 예술이다. 발라드가 좋다, 록이 최고다, 조각이 재미 있다, 건축이 돈이 되나라는 논쟁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저 보고 듣고 느낀다면 더할 나위 없다.

필자의 말

- 1세대 이종(異種) 격투가의 시대

(최배달, 이소룡, 힉슨 그레이시 등. 어떤 무술이 최강인지 가린다.)

- 2세대 이종(二種) 격투가의 시대

(K-1, 프라이드의 시대, 각종 무수들의 혼합. 누가 어떻게 강한지 가린다.)

- 3세대 종합격투가의 시대

(UFC의 시대. 조르주 생 피에르, BJ 펜, 앤더슨 실바 등 타격, 그래플링 신체 능력 골고루 겸비한 강자들의 등장)

- 4세대 현재 하이브리드 격투가의 시대

(드미트리우스 존슨, 도미닉 크루즈, 존 존스, 코너 맥그리거 등 타격 그래플링, 신체능력 그리고 무언가 하나 더 특별한 능력이 존재해야 살아남는다)

■ 필자 소개- TFC 페더급 파이터 조성원. 부산 팀 매드 소속으로 선수 출신 기자를 꿈꾼다. 등장 퍼포먼스도 연습하는 흥미로운 캐릭터다. "선수들의 삶을 가까이서 전하고 싶습니다."

<기획자 주> 스포티비뉴스는 매주 수요일을 '격투기 칼럼 데이'로 정하고 다양한 지식을 지닌 격투기 전문가들의 칼럼을 올립니다. 격투기 커뮤니티 'MMA 아레나(www.mmaarena.co.kr)'도 론칭합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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