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상현 GS칼텍스 감독 ⓒ 장충체,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장충체, 조영준 기자] '여자 배구의 명가' GS칼텍스가 올 시즌 항구를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5년 8개월 동안 GS칼텍스라는 배를 이끌었던 선장 이선구(64) 감독은 떠났다. 젊은 '캡틴' 차상현(42) 감독이 새로운 항해를 위한 깃발을 올렸지만 출발은 좋지 않았다.

GS칼텍스는 1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시즌 NH농협 프로 배구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현대건설에 1-3(27-25 21-25 18-25 22-25)으로 역전패했다.

GS칼텍스는 4승 9패 승점 11점으로 간신히 5위를 유지했다. 4연패에서 탈출하지 못한 GS칼텍스는 자칫 최하위로 떨어질 위기에 몰렸다.

이선구 전 감독은 지난 3일 자진 사퇴했다. 지난 8일 GS칼텍스는 차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그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GS칼텍스 수석 코치를 맡았다. 세화여고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그는 프로 감독으로 데뷔했다. 그러나 데뷔전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GS칼텍스는 팀 변화 분위기를 타고 의욕적으로 나섰다. 고비처에서 GS칼텍스는 현대건설에 밀렸다. 외국인 선수 알렉사 그레이(22, 미국)는 중요한 상황에서 결정타를 때리지 못했다. 전문 미들 블로커가 없는 점도 차 감독의 고민이다.

▲ 이소영(왼쪽)과 황민경 ⓒ 장충체, 곽혜미 기자

강팀은 고비처에서 이기는 팀, "20점 이후 무너지는 점이 문제"

경기를 앞두고 인터뷰를 한 차 감독은 의욕이 넘쳤다. 자신이 지휘하고 싶었던 GS칼텍스에서 감독 데뷔전을 치르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GS칼텍스의 문제점에 대해 "20점 이후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3~4점 차 리드 상황에서도 흔들리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GS칼텍스는 1세트 25-25에서 뒷심을 발휘했다. 모처럼 끈끈하게 상대를 물고 늘어졌고 27-25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그러나 2세트부터 GS칼텍스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드러났다. 중요한 상황에서 범실로 흔들렸고 해결사인 알렉스는 흔들렸다.

이 경기에서 GS칼텍스는 29개 실책을 했다. 현대건설도 23개 범실로 흔들렸지만 결과는 GS칼텍스의 패배였다.

경기를 마친 뒤 차 감독은 "초반 흐름은 분명히 가져왔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안 바뀌는 것 같다. 2세트 이후 GS칼텍스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GS칼텍스는 1세트의 좋은 흐름을 이어 가지 못했다. 2세트 막판 알렉사와 이소영(22)은 연속 공격 실책을 했다. 현대건설은 치고 나가야 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승패는 여기서 가려졌다. 차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중요한 상황에서 GS칼텍스는 무너지는 데 자신감 문제다. 앞으로 경기와 연습에서 자신감을 회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해결사가 있는 팀은 고비처에서 알토란 같은 점수를 올린다. 리그 1위인 흥국생명(9승 3패)은 타비 러브(25, 캐나다)와 이재영(20)이 있다. 2위 IBK기업은행(8승 5패 승점 26)은 매디슨 리쉘(23, 미국)-김희진(25)-박정아(23)로 이어지는 삼각편대가 있다. 3위 현대건설(8승 5패 승점 23)은 양효진(27)과 에밀리 하통(24, 미국)이 해결사 소임을 한다.

지난 시즌 최하위였던 KGC인삼공사는 공격 1위(44.87%)를 달리고 있는 알레나 버그스마(26, 미국)가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알렉사는 366점을 올리며 이 부문 1위에 있지만 중요한 상황에서 흔들리는 약점이 있다.

차 감독은 "3세트 중반 이후 주 공격수로 때려야 할 볼이 있었다. 여기서 쉽게 넘겨 주면서 상대 팀에 반격의 빌미를 줬다"고 말했다. 알렉사는 토스 구질이 자기 입맛에 맞으면 호쾌한 공격 득점으로 연결한다. 그러나 나쁜 볼이 올라오면 소극적인 연타로 처리한다.

이 문제에 대해 차 감독은 "알렉사는 저에게도 숙제고 팀에도 과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상대 블로킹에 막혀도 강하게 때려야 한다. 네가(알렉사) 의기소침하면 팀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쉽게 고쳐지지 않을 문제점이지만 이를 이겨 내는 것이 감독의 소임이라고 차 감독은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알렉사가 우리 팀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제다"고 밝혔다.

▲ 알렉사 ⓒ 장충체, 곽혜미 기자

전문 미들 블로커가 없는 팀, 결국 조직력이 관건

GS칼텍스는 국가 대표 미들 블로커 배유나(27, 도로공사)가 올 시즌 팀을 떠나면서 중앙의 위력이 떨어졌다. 날개 공격수로 뛰었던 한송이(32)가 팀 사정 때문에 미들 블로커로 나섰다. 최유정(24)과 정다운(21)도 있지만 중앙의 무게감은 떨어진다.

차 감독은 현대건설과 경기에서 그동안 날개 공격수로 뛴 표승주(24)를 미들 블로커로 투입했다. 표승주의 원래 포지션은 미들 블로커와 아포짓(라이트)이다. 표승주는 이 경기에서 4득점 공격 성공률 50%를 기록했다.

차 감독은 표승주의 활약에 대해 "60% 정도 만족한다"고 평가했다. 현재 상황에서 중앙의 힘을 기르는 점에 대해 그는 "현재 있는 미들 블로커들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것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높이를 장악하면 양쪽 날개 공격도 덩달아 상승한다. 세터 이나연(24)과 날개 공격수 강소휘(19)가 부상인 점도 차 감독의 고민거리다.

GS칼텍스는 이소영과 강소휘 황민경 등 뒤떨어지지 않는 공격수들이 있다. 또한 리그 득점 1위 외국인 선수 알렉사도 버티고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잘 조합해 끈끈한 조직력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차 감독은 "개인적으로 팀 워크를 강조하고 빠르고 정교한 배구를 하고 싶다. 지금 당장 변화는 어렵다. 경기를 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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