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는 강신욱 한국체육학회장을 만나 한국 체육의 현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2016년 한국사회는 격동기였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의혹'으로 시작된 소용돌이는 '촛불시위'를 거쳐 국회의 대통령 탄핵으로 치달았다. 국민의 눈에 '국정농단세력'의 '먹잇감'으로 비친 체육계의 당혹감은 컸다. 새로운 100년을 목전에 두고 심각한 상처를 입은 채 새 길을 찾고 있는 체육계를 체육학자는 어떻게 봤을까. 스포티비뉴스는 지난 연말 단국대 천안 캠퍼스에서 강신욱 한국체육학회장(국제스포츠학과 교수, 스포츠사회학)을 만나 한국체육의 현실을 돌아보고, 자존심을 되살릴 방안을 물었다.


[스포티비뉴스=천안, 류재규 기자] 강신욱(62) 한국체육학회장은 새해 남상남 전 회장에 이어 2년간 회장 임기를 시작했다.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은 학자의 고심은 깊었지만 현실에 대한 진단과 해결방안에 대한 시각은 분명했다.

강 회장은 체육계의 "참담한 현실"에 대해 먼저 이같은 상황을 초래한 '국정농단세력'과 함께 그들과 연결고리가 된 경계인들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나 이들의 숙주가 될 수밖에 없었던 체육계 구조에 더 주목했다. '상명하복'이라는 독특한 문화, 외부세력의 입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를 거론한 뒤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눈, 일반 시민과 공감하고 행동하는 사회성"을 끌어올리는 것을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다음은 강 회장과 일문일답.

- 2016년 체육계는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사태의 주무대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체육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최근 정치적인 문제는 문화·체육계 뿐만 아니라 전체 국민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냈다
. 특히 체육계에서 문제가 터진 것은 체육에 발을 들여놓은 외부인들의 이해관계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라는 인물의 연결고리가 작용한 결과로 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체육계에 깊게 잠재된 상명하복 의식의 영향도 크다고 생각한다.

상명하복 문화는 지도자와 선수, 스승제자의 관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행정관료와 체육단체의 관계도 그렇다체육단체가 재정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다 보니 이런 흐름이 형성되고 강해졌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의식이 없는, 도덕성이 무너진 상태가 됐다. 자정 노력이 없으면 제2, 3의 사태가 또 생길 수 있다.

- 외부세력이 특히 체육과 문화계를 먹잇감으로 활용한 이유는.

이번 사태를 보고 체육계가 정치적, 행정적, 재정적으로 매우 취약하다는 걸 느꼈다. 오랜 기간에 걸쳐 독립성과 자율성이 크게 훼손됐다. 작은 먹잇감만 던져줘도 쉽게 휘둘릴 수 있는 구조가 자리잡았다.

체육계의 소중한 자산인 스포츠 스타들도 논란에 휘말렸다국가대표를 포함한 스포츠 스타들은 많은 시간 동안 운동에만 집중했다. 그 결과 사회성이 부족하고 현실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게 됐다.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보편적인 부분을 잘 모른다. 작은 유혹이나 인간관계에 쉽게 빠져든다. 이걸 일부 못된 어른들이 악용했다.

- 승부조작과 불법도박, 심판매수, 음주운전, 몰래카메라 설치 등 체육인의 일탈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근원적인 대책은 없을까.

이런 문제는 체육뿐만 아니라 어느 집단에도 계속 일어날 것이다. SNS를 통해 일탈의 모든 방법이 노출돼 있다. 드러나지 않은 더 심각한 일이 있을 수도 있다.

주목할 점은 이 정부가 체육인에게 비정상적 집단이라는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워놓고, 이를 정상화한다며 체육인의 일탈을 더 크게 부각시킨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탈의 원인을 제공한 집단이 정치인이냐 관료냐 체육인 스스로냐에 상관없이 현재 도덕성이 무너진 것은 맞다
. 체육계가 이번 기회에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도덕성 회복운동을 벌여야 한다.

도덕 교육의 핵심은 어른과 지도자가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자신들이 살아온 방식대로 일방적으로 훈육을 하면 안된다.

- 최근 몇년 사이에 선수 출신 체육행정가들이 기대 속에 주요 단체장으로 취임했으나 현재 평가는 엇갈린다. 선수 출신이 체육단체장이나 행정가, 정치인으로 성공하기 위한 리더십의 핵심은 무엇인가.

흔히 지도자의 자질로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 사회정의에 바탕한 비전, 실행력을 꼽는다.

모두는 아니겠지만 선수 출신 행정가들이 이것을 보여주는데 실패한 것 같다. 사람은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떤 사람이냐가 더 중요하다. 선수 출신 행정가들이 인격, 세계관, 체육관, 인생의 비전을 총체적으로 증명하는데 실패했다. 기초가 약했고 준비가 부족했다.

앞으로는 더 준비되고 존경받는 체육인, 남에게는 겸손하고 자신에게는 엄격한 분, 정신적으로 성숙한 분들이 중요한 일을 맡으면 좋겠다.

스포츠 에디터 ljg@spotvnews.co.kr

[영상] 강신욱 학회장 신년 인터뷰 ⓒ 촬영 강원희 감독, 편집 임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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