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는 강신욱 한국체육학회장을 만나 한국 체육의 현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2016년 한국사회는 격동기였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의혹'으로 시작된 소용돌이는 '촛불시위'를 거쳐 국회의 대통령 탄핵으로 치달았다. 국민의 눈에 '국정농단세력'의 '먹잇감'으로 비친 체육계의 당혹감은 컸다. 새로운 100년을 눈앞에 두고 심각한 상처를 입은 채 새 길을 찾고 있는 체육계를 체육학자는 어떻게 봤을까. 스포티비뉴스는 지난 연말 단국대 천안 캠퍼스에서 강신욱 한국체육학회장(국제스포츠학과 교수, 스포츠사회학)을 만나 한국체육의 현실을 돌아보고, 자존심을 되살릴 방안을 물었다.

[스포티비뉴스=천안, 류재규 기자] 강신욱(62) 한국체육학회장은 새해 남상남 전 회장에 이어 2년간 회장 임기를 시작했다.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은 학자의 고심은 깊었지만 현실에 대한 진단과 해결방안에 대한 시각은 분명했다.

강 신임 회장은 이기흥 통합 대한체육회장에 대해 가장 먼저 통합정신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육회에는 오랜 기간 한국체육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성찰해온 체육인들이 참여해 새로운 100년의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지난해 10월 5일 열린 제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이 회장은 지난 1991년 국민생활체육회 창립과 함께 시작된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의 분리시대를 마감하고 한국체육을 망라하는 통합 체육회의 수장이 됐다.

다음은 강 회장과 일문일답.

- 오랜 산고 속에 통합 대한체육회가 출범했다. 이기흥 신임 회장의 최우선 과제는.

통합 체육회장은 통합 정신에 맞는 가치나 태도를 지녀야 한다. 통합정신의 핵심을 파악하고 실천하려고 애써야 한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라는 단체를 물리적으로 합치는 통합에 그치지 말고 왜 통합을 하려고 엄청난 산고를 겪었는지, 통합이 우리 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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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회는 이귀남 전 법무부장관을 미래기획위원장으로 영입해 장기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미래기획위원회가 논의할 핵심적인 과제는.

미래기획위원회는 먼저 통합에 따른 비전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체육에 대해 오래 성찰한 사람들이 체육회에 많이 들어가기 바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경계인들이 체육에 대해 논의하고 문제를 풀어갈 수도 있다. 이런 분들이 윤리적인 분야, 사회가 공유할 가치를 심어주는 역할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체육회가 추구할 큰 그림이나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방향까지 제대로 대안을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새 체육회는 학교체육의 근본적인 구조에 대해 이해하고 접근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 체육의 기본인 학교체육을 통해 배출된 엘리트 선수들이 생활체육을 활성화하고, 이들이 다시 전문체육 선수들을 키우고 가치를 생산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대한체육회의 정관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체육회 정관 중 어떤 점을 고쳐야 할까.

체육단체 임원 승인 규정이 손을 볼 대표적인 사례다체육은 정치나 관치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 IOC의 기본정신이다. 한국처럼 정부가 거의 모든 예산을 대는 구조에서는 일정 부분 정부의 입김이 들어갈 수밖에 없겠지만 지금은 과도하다. 특히 재정 지원의 반대급부로 인사문제에 독소 조항을 넣고, 이를 통해 통제하는 과정에서 큰 문제가 생겼다. 체육회가 대의원 총회를 통해 세칙을 바꾸고, 정부도 전향적인 자세로 수용하면 좋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왜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에 대해 체육계도 돌아봐야 한다. 체육단체가 잘 했으면 정부가 개입하려고 했겠나. 체육단체도 새 시대에 맞게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 처절한 반성을 거친 뒤 '사조직화 등 부작용을 반드시 없애겠다'는 자체 선언이라도 해야 한다.

- 지난해 프로야구 관중이 800만명을 넘는 등 프로 스포츠의 몸집이 커졌다. 그러나 진정한 국민 스포츠로 가려면 경기력 향상, 수익구조 개선, 지역 연고 정착 등 과제도 만만찮다. 프로 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점은. 

프로 스포츠 단체나 구단도 노력해야 한다. 그 전제에서 스포츠토토 적립금 배분 문제를 재검토해 보면 좋겠다. 여러 고려사항이 많아 조심스럽지만 체육에 대한 재정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스포츠토토 발행 총량 제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기금을 확대해 프로 스포츠에 지원하고, 그 성과를 다시 어려운 종목단체나 사회로 환원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면 좋겠다.

- 체육에 대한 정부의 재정 투입을 체육만이 아닌, 국민 전체의 복지 차원으로 확대해 발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체육에 대한 투자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의료비 지출 등을 줄여 결과적으로 재정을 건전하게 만든다는 보고도 있다.

복지가 체육을 통해 이뤄진다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복지 예산을 체육에 더 투자해야 한다는 것은 역사의 필연이다. 선진사회의 경험이 입증한다그러나 현재 우리의 체육정책은 본질적으로 복지 차원에서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체육은 단순히 놀고 즐기는 것이 아니다. 국민 건강이나 긍정적인 정서를 위해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스포츠 에디터 ljg@spotvnews.co.kr

[영상] 강신욱 학회장 신년 인터뷰 ⓒ 촬영 강원희 감독, 편집 임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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