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취재 김민경 기자, 영상 장아라 기자] 멀리서 봐도 눈에 띈다. 211cm 큰 키에 활기 넘치는 플레이로 배구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리카드 센터 김은섭(27)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우리카드 훈련장인 인천 송림체육관을 찾았다. 김은섭은 외국인 선수 크리스티안 파다르(20)와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사진 촬영을 시작하자 김은섭은 "하얗게 나오게 찍어 달라"고 부탁하며 밝게 웃었다.

배구 선수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김은섭은 2012~2013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었지만 코트에 나설 기회를 잡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상무에서 제대한 뒤에는 은퇴를 결심하고 잠시 코트를 떠났다.

김은섭은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다. 그러면서 운동에 흥미도 잃었다"고 했다. 막상 유니폼을 벗으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다시 마음을 잡고 실업 팀에서 뛰면서 프로 무대로 돌아갈 날을 기다렸다. 센터가 필요했던 우리카드는 김은섭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는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몸을 만들었다.

▲ 김은섭 ⓒ 송림체육관, 한희재 기자
시즌 초반 방황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김은섭이 부담을 느낄 때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이 옆에서 다독였다. 김은섭은 "감독님께서 늘 '자신을 믿으라'고 하신다.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지나간 일이고 지금과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그런 말을 자주해 주셔서 감독님을 더 믿고 의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에서 라이트로 뛴 김은섭은 상무에서 센터로 포지션을 바꿨다. 그는 "어릴 때부터 센터, 라이트, 레프트 다 뛰긴 했다. 상무에서 (신)영석이 형, (박)상하 형, (진)상헌이 형을 만나면서 센터로 완전히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센터로 적응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김은섭은 "라이트는 큰 공격이라서 편했다. 센터는 시야를 넓혀서 더 많은 공격수를 봐야 하고 몸이 느린 편이라 더 빨라져야 해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팀에서 가장 많이 도움을 주는 선수는 박상하(30)다. 김은섭은 "(박)상하 형 한테 많이 물어본다. 잘 안돼도 해보려고 하는 성격이다. 느린 걸 보완하기 위해서 잔 스텝 연습을 많이 했다. 훈련하거나 같이 있을 때 상하 형의 장점을 배우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 김은섭 ⓒ 송림체육관, 한희재 기자
우리카드 선수들은 올 시즌 좋은 흐름의 원동력으로 '밝은 분위기'를 꼽는다. 올해 합류한 김은섭이 본 우리카드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그는 "다들 열심히 하려고 하고, 기회가 오면 잡으려는 마음은 모두 같다. 운동 시간이나 운동 끝날 때도 감독님께서 먼저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신다. (최)홍석이 형을 중심으로 코치님들도 밝게 하려고 한다"고 했다.

김은섭은 코트에서 가장 파이팅이 넘치는 선수다. 그는 "파이팅을 해야 배구가 잘된다. 동작은 즉흥적으로 한다. 그날 그날 다르다"고 했다. 웜업존에서 주문을 외는 듯한 동작을 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웜업존에서 블로킹이랑 전날 경기 분석한 걸 생각한다. 생각만 하는 것보다 입으로 말하면 더 잘 된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전반기 활약을 평가해 달란 말에 김은섭은 "너무 부족하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저희 다 열심히 뛰어왔다. 앞으로도 더 액션을 크게 하고 더 미치도록 뛸 예정이다. 아직 절반이 남았다. 이길 수도 질 수도 있지만, 늘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걸 보여 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시즌이 한창인 만큼 크리스마스도 훈련 일정으로 채워졌다. 동료들과 훈련을 마치고 따로 시간을 보낼 생각이 없는지 묻자 김은섭은 "시즌이 중요해서 다른 계획은 생각하지 않았다"며 팀 성적에만 집중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 김은섭 ⓒ 송림체육관,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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