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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까지 金 0개→아시아 챔피언' 25세 송다빈이 쓴 대반전…韓 태권도 노골드 위기 구원한 '대기만성 파이터' 등극 "40년 금맥 지켜 기뻐요"

작성일: 2026.10.03 19:15 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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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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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다빈이 생애 첫 아시안게임에서 기분 좋은 '사고'를 쳤다. 한국 태권도 겨루기가 아시안게임 사상 첫 '노골드' 위기에 몰린 '9회말 2아웃'에 등판해 포효했다. ⓒ연합뉴스
▲ 송다빈이 생애 첫 아시안게임에서 기분 좋은 '사고'를 쳤다. 한국 태권도 겨루기가 아시안게임 사상 첫 '노골드' 위기에 몰린 '9회말 2아웃'에 등판해 포효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그동안 제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본 적 없던 선수가 한국 태권도의 40년 금맥을 지켜냈다.

중학교 때까지 금메달 하나 없었다. 태극마크를 단 뒤에도 국제대회 시상대와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묵묵히 발차기를 반복하고 또 반복한 '대기만성형' 송다빈(25·울산광역시체육회)이 생애 첫 아시안게임에서 마침내 일을 냈다.

그것도 한국 태권도 겨루기가 아시안게임 사상 첫 '노골드' 위기에 몰린 '9회말 2아웃'에 등판해 포효했다.

송다빈은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태권도 겨루기 여자 67㎏초과급 결승에서 무원저(중국)를 라운드 점수 2-1(4-2 4-10 8-5)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이 이 체급에서 정상에 오른 건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다빈 이후 8년 만이다.

무엇보다 한국 태권도에 너무나 귀중한 금메달이었다.

태권도는 1986년 서울 대회에서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처음 치러졌다. 한국은 당시 금메달 8개 가운데 무려 7개를 쓸어 담았다.

이후 태권도가 열린 모든 아시안게임에서 단 한 번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이번 대회 전까지 9개 대회 연속 금메달, 통산 63개.

그러나 아이치·나고야에서는 그 전통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윤규성-정하은을 앞세운 품새는 안정적으로 '금맥'를 캔 반면 겨루기가 좀체 풀리지 않았다.

대표팀은 당초 겨루기에서 금메달 2~3개를 바라봤다. 2024 파리 올림픽 챔피언 김유진과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 춘천 코리아오픈, 무주 그랑프리를 잇달아 제패한 문진호 등이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예상과 달랐다.

첫날 금메달 없이 동메달 2개에 그쳤다. 마지막 날에도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유진이 여자 57㎏급 8강에서 탈락했다.

문진호와 강상현마저 준결승에서 고개를 떨궜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선수는 송다빈 한 명뿐이었다.

송다빈마저 결승에서 패하면 한국 겨루기는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처음으로 아시안게임을 '노골드'로 마칠 상황이었다.

혼자 짊어져야 할 무게가 너무나 컸다.

송다빈도 알고 있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그는 "(오늘 함께 경기한) 선수들이 다 결승에 갈 줄 알았다. 각자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 저만 올라갔다"고 털어놨다.

같은 울산광역시체육회에서 누구보다 가까이 훈련한 김유진의 탈락은 더욱 마음 아팠다.

송다빈은 "옆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한 걸 봐서 눈물이 날 것 같다. 너무 아쉽다"고 했다.

하나 자신까지 흔들릴 수는 없었다.

"결승 무대에 나설 때 어깨는 무거웠지만 발은 가볍게 하려고 노력했다."

말 그대로였다.

결승까지 가는 길은 완벽에 가까웠다.

16강에서 울라 알도사리(바레인)를 라운드 점수 2-0으로 제압했고 8강에서도 라마 아부알루브(요르단)를 2-0(8-2 13-4)으로 완파했다.

준결승에서는 파테메 아흐마디(이란)를 2-0(7-1 2-0)으로 돌려세웠다.

결승에 오르기까지 단 한 라운드도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한 판은 달랐다.

중국 무원저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송다빈이 1라운드에서 몸통 공격을 두 차례 성공해 4-0으로 달아났다. 이후 2점을 허용했지만 침착하게 리드를 지켜 4-2로 기선을 제압했다.

2라운드부터 흐름이 급변했다.

몸통과 머리 공격을 잇달아 허용했다. 송다빈도 몸통 공격과 상대 감점으로 추격했지만 막판 추가 실점과 감점까지 겹쳤다.

4-10.

이번 대회 처음으로 한 라운드를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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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다빈(왼쪽)은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태권도 겨루기 여자 67㎏초과급 결승에서 무원저를 라운드 점수 2-1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연합뉴스
▲ 송다빈(왼쪽)은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태권도 겨루기 여자 67㎏초과급 결승에서 무원저를 라운드 점수 2-1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연합뉴스

금메달의 주인은 마지막 3라운드에서 결정됐다.

송다빈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먼저 몰아붙였다.

몸통 공격을 연달아 적중시켜 4-0으로 앞섰고 종료 50초를 남겨두고 왼발 몸통 공격까지 성공해 6-2로 달아났다.

금메달이 눈앞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하지만 무원저의 반격이 매서웠다.

종료 약 30초를 남기고 머리 공격을 허용했다.

6-5.

순식간에 1점 차였다.

한 번만 더 공격을 허용해도 승부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

그 순간 송다빈 귀에 한 사람 목소리가 선명히 꽂혔다.

이아름 코치였다. 이 코치가 "배 가려"를 강하게 주문했다.

앞발을 뻗는 순간 상대 공격을 허용치 않도록 몸통을 지키라는 지시였다.

송다빈은 오직 그 목소리에 집중했다.

그리고 다시 몸통 공격을 꽂았다.

8-5.

남은 시간을 버텨냈다.

마침내 경기 종료를 알리는 순간이 찾아왔다.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이었다.

송다빈은 "아름 코치님 목소리가 너무 잘 들렸다"면서 "2라운드는 이미 진 거니까 최대한 잊으려고 했다. 상대 선수가 다리가 길어서 오히려 뒤로 빠지면 한 대 더 맞는다. 무조건 악착같이 버텼고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집중하려 했다"고 돌아봤다.

그렇게 한국 겨루기의 '노골드 위기'도 사라졌다.

송다빈 금메달로 한국 태권도 겨루기는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1986년 서울 대회부터 태권도가 열린 10차례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금메달을 수확하는 전통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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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 한국 태권도의 세 번째 금메달이기도 했다. 앞서 품새 남녀 개인전 윤규성과 정하은이 정상에 오른 데 이어 송다빈이 겨루기의 마지막 자존심을 세웠다.

한국은 여자 67㎏초과급에서도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다빈의 금메달과 2022 항저우 대회 은메달에 이어 3개 대회 연속 입상을 이어갔다.

그러나 송다빈의 금메달이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따로 있다.

처음부터 정상만 걸었던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때 친오빠를 따라 태권도를 시작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보면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에 서는 꿈을 키웠다.

하지만 성장은 더뎠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금메달 하나 따지 못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야 첫 대회 우승을 경험했다.

국가대표가 된 뒤에도 국제대회에서 좀처럼 메달을 따지 못했다.

남들보다 늦었다.

그래서 더 많이 훈련했다.

오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체력 운동으로 몸을 만들고 오후에는 끊임없이 발차기와 전술 훈련을 반복했다.

조금씩 결실이 나타났다.

지난해 라인-루르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여자 73㎏초과급 정상에 올랐다.

지난달 무주에서는 생애 첫 정규 그랑프리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그리고 한 달 뒤 '사고'를 쳤다.

첫 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의 이름을 아시아 정상에 새겼다.

송다빈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 코치는 연합뉴스를 통해 "성실하고 예의 바른 친구다. 운동할 때도 열정이 가득하다"며 제자를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그간 다빈이가 제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자기 혼자 스스로 얼마나 많이 노력했을지 모르겠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 태권도가 가장 절박했던 순간 금메달을 가져온 선수가 바로 송다빈이다.

그러나 본인은 아직 완성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곧바로 다음 목표를 바라본다.

오는 9일 개막하는 2026 세계태권도 그랑프리 파리 대회가 기다리고 있다. 그 너머에는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도 있다.

송다빈은 "아직도 성장 중인 선수라고 생각한다. 재능보다는 노력으로 결실을 이룬 것 같다"며 "그랑프리부터 LA 올림픽을 목표로 다 최선을 다할 테니 많은 응원을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날만큼은 마음껏 웃었다.

"선수 생활 가운데 오늘이 최고로 기쁘다."

중학교 때까지 금메달 하나 없던 선수.

제대로 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본 적도 많지 않았던 선수.

그 송다빈이 첫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태권도의 40년 금맥을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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