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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축구 "군대 안 갑니다" 후폭풍 일파만파→AG 병역특례 존폐 논쟁 재점화…"BTS도 다녀왔다" 정치권도 작심 비판

작성일: 2026.10.04 18:00 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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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SNS 영상 갈무리
▲ 출처 SNS 영상 갈무리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일부 국가대표 선수들의 병역 혜택 관련 발언을 둘러싼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일부 국가대표 선수들의 병역 혜택 관련 발언을 둘러싼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아시안게임 4연패의 환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군 면제 하나만 보고 경기했다"는 축구대표팀 선수의 한마디가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다.

선수들의 잇따른 사과와 대한축구협회의 공식 사과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급기야 정치권에서 "BTS도 병역을 이행했다", "군대가 혐오시설인가"라는 비판이 터져 나오면서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주어지는 병역특례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으로 불길이 번지고 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일부 국가대표 선수들의 병역 혜택 관련 발언을 둘러싼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결승전에서 후반 엄지성(스완지시티)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승리했다.

2014 인천 대회를 시작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에 이어 아이치·나고야까지 아시안게임 사상 초유의 남자 축구 4연패를 달성했다.

더욱이 숙적 일본을 결승에서 꺾고 대한민국 선수단의 이번 대회 마지막 금메달까지 장식했다.

박수만 받아도 모자랄 역사적인 우승이었다.

그러나 금메달 직후 일부 선수의 입에서 나온 말과 소셜미디어(SNS) 게시물이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었다.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킨 건 양민혁(베스테를로) 발언이었다.

양민혁은 우승 뒤 인터뷰에서 "메달이나 트로피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군 면제라는 보상이 있으니 그거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주장 이기혁(강원) 역시 병역 혜택을 언급했다.

그는 "금메달을 못 땄으면 한국에 돌아가서 입대가 9일 남았었다. 선수들에게도 군대 면제가 중요한 대회였는데 제게는 특히 현실적으로 코앞에 있었다"면서 "간절했고 절실했다. 마음이 무거웠는데 짐을 덜어내 뜻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대 안 갑니다"라고 말하며 금메달을 들어 올렸다.

박승수(뉴캐슬)는 금메달 획득 뒤 '전역모'를 쓴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군 복무를 하지 않은 선수가 금메달을 딴 직후 전역모를 쓰고, 국가대표 선수가 공개 인터뷰에서 "군 면제 하나만 보고 경기했다"고 밝힌 장면은 곧바로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 남자 축구가 어렵게 일군 아시안게임 4연패보다 병역 혜택을 둘러싼 논란이 더 크게 부각되는 상황으로 번졌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논란이 거세지자 선수들은 고개를 숙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기혁은 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주장인 만큼 제가 말의 무게를 생각하고 얘기했어야 한다. 국방의 의무를 쉽게, 가볍게 여긴 건 아니다"라고 사과했다.

양민혁도 SNS를 통해 "병역 혜택이 제가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가질 수 있었던 여러 동기 중 하나였다는 뜻이 잘못 전달됐다"며 "경솔한 발언으로 상처받고 실망하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박승수 역시 문제의 사진을 삭제했다.

그는 "경기가 끝난 직후 현장에서 팬 분께서 주신 모자를 받아 쓰게 됐다. 금메달을 딴 기쁨과 벅찬 마음이 너무 컸고 그 순간 모자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한 채 사진을 올렸다"면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계신 분들을 조롱하거나 그 노고를 가볍게 생각하는 마음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대한축구협회도 진화에 나섰다.

협회는 "일부 선수들의 경솔한 언행과 인터뷰로 많은 국민 여러분과 현역 장병들께 실망과 상처를 안긴 점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국가대표 소양 및 윤리 교육을 강화해 국민 정서와 사회적 눈높이를 벗어나지 않는 선수단 품행 관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역시 이날 아시안게임 결산 기자회견에서 "소양 교육을 통해 인터뷰 스킬부터 교육을 많이 했지만 모든 선수의 발언을 통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국민 정서에 맞지 않은 발언이다. 국가대표 선수답게 표현에 품위를 갖추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 출처 박승수 SNS
▲ 출처 박승수 SNS

하나 선수와 협회의 사과에도 불길은 정치권으로 옮겨붙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청년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병역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예체능 병역특례 제도의 근본적 개편 논의를 책임 있게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나 의원은 논란의 책임을 선수 개인에게만 돌려선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국가가 병역을 보상으로 걸었으니 선수가 그것을 보고 뛰는 것은 당연하다"며 "문제는 선수가 아니라 낡은 제도"라고 지적했다.

시대가 변한 만큼 '국위선양'을 근거로 한 병역특례 제도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 의원은 "한국을 세계에 알릴 길이 마땅치 않던 시절에는 메달 하나가 곧 국가 홍보였고 그 시절에는 분명 의미가 있었다"면서도 "지금은 다르다. 세계는 K-팝, K-드라마, 반도체와 스마트폰, 자동차로 한국을 안다"고 했다.

특히 세계적인 보이밴드 방탄소년단(BTS)을 사례로 들었다.

나 의원은 "세계 무대에서 국위선양을 누구보다 크게 한 BTS도 병역을 이행했다"며 "이제 국위선양이란 명분만으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체육·예술 병역특례 대상 대회와 종목을 현재 국가 위상에 맞게 재정립하고 단 한 번의 입상이 아닌 국제대회 누적 성적을 반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더욱 강한 표현을 사용했다.

안 의원은 페이스북에 "아시안게임 군 면제 이제 재고해야 한다"며 "축구대표팀 일부 선수의 발언이 가관이다. 군대가 혐오시설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대표로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선수들 의식이 이 정도라니 너무나 참담하다"며 "면제 없이도 우승하고 금메달을 따오는 선수도 많지 않나"라고 적었다.

최근 서부전선에서 임무 수행 중 지뢰로 부상을 입은 장병 사례도 언급하며 이기혁 등의 언행을 강하게 질타했다.

반론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정치권이 일부 선수 언행을 계기로 병역특례 논쟁을 키우는 것을 꼬집었다.

염 의원은 페이스북에 "금메달 딴 선수 노고에 대한 격려에 앞서 이때다 싶어 일부의 어리숙한 행동을 정치적 논쟁으로 끌어들이는 모 의원의 '갈라치기 정치'가 참으로 낯뜨겁다"고 적었다.

선수 몇 명의 경솔한 언행과 병역특례 제도 존폐 여부는 분리해 바라봐야 한다는 취지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한국은 현재 올림픽에서 3위 이상에 오르거나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체육 선수에게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흔히 '군 면제'라 표현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병역 의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상자는 3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34개월 동안 자신의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총 544시간의 특기 활용 봉사활동을 이수해야 한다. 

다만 현역병으로 군부대에서 복무하지 않고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어 엘리트 스포츠 선수에겐 막대한 혜택으로 여겨진다.

병역 공정성에 민감한 한국 사회에서 체육요원 제도는 오래전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특히 아시안게임의 국제적 위상과 종목별 경쟁력에 큰 차이가 있음에도 모든 금메달에 사실상 동일한 병역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두고 꾸준히 논쟁이 이어졌다.

축구와 야구는 더욱 민감하다.

한국은 이번 대회 남자 축구에서 4회 연속, 야구에서 5회 연속 정상에 올랐지만 다른 참가국과 선수단 구성에서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본은 축구대표팀을 21세 이하 선수 위주로 꾸렸고 야구 역시 사회인 선수가 주축을 이뤘다. 

반면 병역 혜택이란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한국은 두 종목 모두 프로리거 스쿼드를 구성해 출전해왔다.

연합뉴스에 의하면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한국의 제도는 상당히 파격적이다.

징병제를 유지하는 여러 국가가 엘리트 선수에게 훈련과 국제대회 출장을 위한 편의를 제공하지만 메달 하나로 현역 복무 부담을 크게 덜어주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싱가포르의 올림픽 역사상 첫 금메달리스트 조지프 스쿨링이 대표적이다.

스쿨링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수영 남자 접영 100m에서 마이클 펠프스(미국)를 꺾고 싱가포르 스포츠 역사에 남을 금메달을 따냈다.

하나 병역 의무가 소멸되진 않았다.

선수 생활을 위해 입영을 연기한 뒤 2021년 결국 입대해 약 2년간 복무했다.

튀르키예 역시 일정 요건을 충족한 선수의 입영 시기를 늦춰주는 제도를 두고 있으며 이스라엘과 핀란드,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도 군 복무와 선수 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에 가깝다.

한국에서도 병역특례 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다.

병역 혜택을 받은 당사자들이 우승 직후 직접 '군 면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오랫동안 잠복해 있던 공정성 논쟁에 불을 붙였다.

아시안게임 4연패라는 대기록을 세우고도 축하받아야 할 선수들이 줄줄이 사과했고 축구협회까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이제 논란은 선수 개인의 말실수를 넘어 제도 자체를 향하고 있다.

"군 면제 하나만 보고 뛰었다"는 한마디에서 시작된 후폭풍이다. 

한국 스포츠의 오랜 화두였던 '아시안게임 금메달=병역 혜택' 공식이 다시, 뜨거운 시험대에 올랐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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