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축구 절망' 김민재-황인범-황희찬 은퇴설 충격, FIFA 랭킹도 32위 제자리…4연전 끝낸 모레노호 '답답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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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숫자는 끝내 움직이지 않았다. 사령탑을 바꾸고 분위기 쇄신에 나섰지만 한국 축구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여전히 32위에 묶여 있었다.
FIFA가 8일(한국시간) 발표한 최신 남자축구 세계랭킹에서 한국은 1562.49점을 기록하며 32위를 유지했다. 9월과 10월에 걸쳐 에콰도르,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우즈베키스탄을 차례로 상대해 2승1무1패를 거뒀지만, 순위를 밀어 올릴 만큼의 포인트를 쌓지는 못했다.
모레노호가 출범한 뒤 네 차례 A매치를 치르며 반등의 실마리를 찾으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순위표에는 아무런 변화도 새겨지지 않았다.
출발은 산뜻했다. 한국은 에콰도르를 3-0으로 완파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듯했다. 하지만 이어진 우루과이전에서 1-4로 크게 무너지며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고, 베네수엘라와는 0-0으로 발이 묶였다. 마지막 우즈베키스탄을 2-0으로 꺾으며 다시 웃었지만, 네 경기 전체를 돌아보면 뚜렷한 반등이라고 부르기에는 어딘가 부족했다.
랭킹 포인트의 흐름도 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에콰도르전 승리로 5.32점을 보탰지만 우루과이전 대패로 4.37점을 도로 내줬다. 베네수엘라와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서 0.89점이 추가로 빠졌고, 우즈베키스탄전 승리로 3.70점을 만회했다. 승리와 패배, 무승부가 차례로 얽히면서 네 경기를 치르고도 포인트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경쟁국의 흐름을 보면 답답함은 더욱 짙어진다. 내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다툴 일본은 같은 기간 훨씬 힘차게 치고 나갔다. 우루과이를 3-1로 제압한 데 이어 베네수엘라를 2-1로 꺾었고, 에콰도르와 0-0으로 비긴 뒤 뉴질랜드까지 2-1로 제압했다. 3승1무의 흐름 속에 1684.75점을 쌓으며 FIFA 랭킹 17위를 지켜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10위권에 자리한 팀이다.
일본의 뒤에는 이란이 23위, 호주가 26위로 자리했다. 한동안 아시아 3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한국이 이제는 호주에도 밀려 4위까지 내려앉은 셈이다. 순위표만 바라봐도 아시아 축구에서 한국의 입지가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추락의 시작점을 거슬러 올라가면 북중미월드컵의 충격과 맞닿아 있다. 한국은 올해 1월만 해도 22위였지만 4월 25위로 떨어졌고, 월드컵 직후 발표에서 무려 7계단을 한꺼번에 잃으며 32위까지 내려갔다. 2021년 12월 33위를 기록한 이후 4년7개월 만에 다시 30위권으로 밀려난 것이다.
월드컵 본선에서의 충격적인 조별리그 탈락이 결정타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첫 경기에서 체코를 꺾으며 기대를 키웠지만, 이후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잇달아 패하면서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홍명보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한국은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분위기 전환을 꾀했다. 하지만 랭킹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했고, 월드컵 이전 일본과 이란을 뒤쫓던 한국의 위치는 어느새 호주에도 밀린 아시아 4위가 됐다.
경기장 밖 풍경도 마냥 편하지 않았다. 우즈베키스탄전이 끝난 직후에는 대표팀의 1996년생 핵심 선수들을 둘러싼 때아닌 은퇴 소동까지 번졌다. 김민재와 황인범, 황희찬이 대표팀을 떠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삽시간에 퍼지면서 선수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시선이 쏠렸다.
축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경기 전 일부 동료들에게 '오늘이 마지막 국가대표팀 경기가 될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즈베키스탄을 2-0으로 꺾은 뒤에는 라커룸에서 눈물을 흘렸고, 그라운드에서는 서로를 껴안으며 감정을 나눴다. 사진 촬영 과정에서도 이들만 따로 모여 실제 작별 인사가 아니냐는 추측에 불이 붙었다.
아직 당사자들의 입에서는 확정적인 은퇴 선언이 나오지 않았다. 황인범은 은퇴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니, 아니요"라고 짧게 답했다. 대표팀 생활에 대한 고민이 없지는 않다는 분위기를 풍겼지만 당장 태극마크를 반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만한 발언은 아니었다. 황희찬 역시 소속팀으로 돌아가면서 "정해진 건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은퇴 소동은 주장 손흥민을 포함한 대표팀 내부 갈등설로까지 번졌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전후해 대표팀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불편한 기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결국 모레노호의 첫 4연전은 승패 이상의 숙제를 남겼다. 한국은 두 차례 승리를 챙겼지만 FIFA 랭킹은 32위에 그대로 멈췄고, 확실한 반등의 힘이 보이지 않았다. 대표팀을 둘러싼 은퇴 소동과 갈등설까지 더해지면서 한국 축구가 안고 있는 답답함에는 아직 마침표가 찍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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