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등되더라도 함께하겠다" 과르디올라의 약속…맨시티, 리버풀 3-0 완파·개막 6연승에도 'EPL 퇴출' 공포→114건 유죄 판결에 운명은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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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구단 역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지만 피치 위에서는 흔들림이 적었다. 무려 114건의 재정 규정 위반으로 유죄 판단을 받아 강등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맨체스터 시티가 숙적 리버풀을 적지에서 완파했다.
'원정팀의 무덤'으로 불리는 안필드에서 후반에만 3골을 몰아치는 막강 화력을 뽐냈다. 개막 6연승을 질주하며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지만 정작 구단의 미래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처지다.
맨시티는 12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과 6라운드 원정에서 3-0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개막 후 6경기를 모두 쓸어 담았다. 승점 18을 확보해 리그 선두를 지켰고 2위 그룹과 격차도 승점 3으로 벌렸다.
경기 전부터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맨시티가 2009-2010시즌부터 2017-2018시즌까지 9시즌에 걸쳐 대규모 재정 규정을 위반했다는 독립조사위원회의 유죄 판단이 나온 직후였기 때문이다.
과거 맨시티와 치열하게 우승을 다툰 리버풀 팬들은 원정팀을 향해 거센 야유를 쏟아냈다. 승점 삭감은 물론 EPL 퇴출과 강등까지 거론되는 상대를 향해 적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하나 맨시티는 외부의 소음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전반을 득점 없이 마친 맨시티는 후반 들어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승부의 분수령은 후반 17분이었다. 리버풀 미드필더 라이언 흐라번베르흐가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하면서 팽팽하던 균형이 급격히 무너졌다.
수적 우위를 확보한 맨시티는 불과 3분 뒤 선제골을 뽑았다.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이 후반 20분 리버풀 골망을 흔들며 안필드를 침묵에 빠뜨렸다.
한 번 물꼬를 튼 맨시티의 공격은 거침이 없었다.
후반 23분 제레미 도쿠가 추가골을 터뜨려 점수 차를 벌렸다. 홀란의 선제골이 나온 지 단 3분 만에 리버풀 수비진을 재차 무너뜨렸다.
후반 33분에는 라얀 셰르키가 3번째 골을 작렬하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후반 20분부터 33분까지 불과 13분 사이에 3골을 몰아친 매서운 집중력이었다. 리버풀은 안방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엔초 마레스카 맨시티 감독은 경기 외적인 논란에 선을 그었다.
영국 '맨체스터이브닝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는 "축구 외적인 부분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않는다"면서 "경기 계획과 훈련 등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선제 결승골의 주인공 홀란 역시 선수단 정신력을 승리 원동력으로 꼽았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우리는 놀라운 정신력을 보여줬다. 정신적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하나로 뭉쳐 우리가 할 수 있는 좋은 축구를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안필드에서 거둔 통쾌한 대승에도 맨시티를 둘러싼 먹구름은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다.
앞서 EPL은 지난달 29일 독립조사위원회가 맨시티의 대규모 재정 규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 판단을 내렸다고 공식 발표했다.
2009-2010시즌부터 2017-2018시즌까지 9시즌에 걸친 재정 규정 위반 혐의 전체와 조사 비협조 관련 혐의 4건 가운데 3건이 인정됐다.
위반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독립위원회는 맨시티가 여러 상업 파트너와 실제 합의 내용을 왜곡한 '허위 계약'을 체결해 매출을 부풀리고 비용을 인위적으로 줄였다고 판단했다.
일부 스폰서는 계약서에 명시된 금액 중 일부만 부담했고 나머지는 구단주인 아부다비 유나이티드 그룹(ADUG)이 대신 지급했다는 것이다. 별도 약정을 활용해 구단 운영비도 실제보다 적게 장부에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방식으로 부풀리거나 축소한 금액만 9억 파운드(약 1조6000억 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은 8억3000만 파운드 이상 과대 계상됐고 초상권 수입도 약 7400만 파운드 부풀려졌다. 직원 계약과 관련한 부채는 약 1700만 파운드 적게 기록됐다.
위원회는 맨시티가 재정 상태를 정확히 보고했다면 EPL과 유럽축구연맹(UEFA)이 정한 지출 한도를 상당한 폭으로 초과했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42일간 이어진 심리 과정에서 일부 구단 관계자가 허위 증언을 했고 의도적으로 위원회를 오도했다는 판단까지 나왔다.
리처드 마스터스 EPL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사안을 "EPL 역사상 가장 중대한 징계 사건이자 결정"이라고 규정했다.
맨시티가 거의 10년 동안 조직적으로 규정을 위반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남은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제 시선은 최종 징계 수위로 쏠린다.
EPL 규정상 벌금과 승점 삭감은 물론 리그 퇴출까지 가능하다. 이미 에버턴과 노팅엄 포리스트가 재정 규정 위반으로 승점 삭감 징계를 받은 전례가 있어 맨시티를 향한 중징계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다만 실제 제재 수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맨시티가 항소 절차에 돌입한 만큼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맨시티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구단은 지난 2일 독립조사위원회의 판단에 불복해 포괄적인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법률과 원칙, 사실관계 등 여러 측면에서 명백하고 중대한 오류가 존재한다"면서 "우리는 EPL이 제기한 혐의에 대해 결백하다. 구단 입장을 뒷받침하는 반박할 수 없는 방대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페란 소리아노 맨시티 CEO 역시 구단주의 자금이 스폰서를 통해 은밀하게 유입됐다는 EPL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항소 절차가 얼마나 길어질지도 미지수다.
영국 BBC에 따르면 항소위원회는 법률 전문가 3명으로 구성된다. 원칙적으로 항소 심리는 시작된 날부터 12주 이내에 마무리하고 이후 30일 안에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다만 필요에 따라 기한이 연장될 수 있어 최종 결론이 언제 나올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맨시티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페프 과르디올라 전 감독도 친정팀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과르디올라는 지난 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 세계 맨시티 팬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나는 어느 때보다 여러분 곁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언제나 클럽과 구단주, CEO, 선수들, 코칭스태프, 서포터스의 편이었다"며 "우리는 언제나 함께 시련을 극복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2016년 맨시티 지휘봉을 잡은 과르디올라는 올해 5월까지 약 10년간 팀을 이끌며 EPL 6회, UEFA 챔피언스리그 1회, FA컵 3회, 리그컵 5회 우승을 일궈냈다.
구단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지도자로 꼽히는 그는 2024년 11월 재정 규정 위반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구단이 강등되더라도 이곳에 남겠다"며 강한 충성심을 드러낸 바 있다.
반면 맨시티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조차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데이비드 번스타인 전 맨시티 회장은 "항소가 실패한다면 맨시티는 리그에서 퇴출당하는 심각한 징계를 받아야 한다. 70년 동안 맨시티를 응원한 팬으로서 하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맨시티로서는 그라운드 안팎의 온도 차가 극명하다.
안필드에서 리버풀을 3-0으로 무너뜨린 경기력은 흠잡을 데 없었다. 홀란을 앞세운 공격진은 여전히 막강했고 개막 6연승으로 우승 경쟁에서도 한발 앞서 나갔다.
하지만 피치 밖에서는 구단의 존립과 미래를 뒤흔들 수 있는 법적 공방이 한창이다. 항소 결과에 따라 승점 삭감이나 강등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맨시티는 114건의 재정 규정 위반을 둘러싼 초대형 파문 속에서도 또다시 승점 3을 챙겼다.
그러나 지금 맨시티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승점을 쌓느냐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라운드에서 힘겹게 쌓아 올린 승점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느냐가 더 큰 숙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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