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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처럼 가만히 있고 싶어"…김혜자, 연기 쉬려던 마음 '여전히 찬란하게'로 바꾼 이유[종합]

작성일: 2026.10.15 17:28 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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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자 ⓒ곽혜미 기자
▲ 김혜자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배우 김혜자가 연기 활동을 쉬려던 마음을 바꾸고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에 출연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 언론시사회가 15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배우 박서경, 최주은, 문성현, 차미경, 조성하와 송일곤 감독이 참석했다.

이날 상영에 앞서 김혜자가 무대인사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송일곤 감독은 김혜자가 감기로 인해 무대인사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선생님께서 감기로 인해 정말 부득이하게 무대인사 참석을 못 하게 됐다. 조금 전에 통화했는데 너무 안타깝고 죄송하게 생각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이어 "부축을 받으면서라도 참석하실까 했는데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손편지로 마음을 담아 정성스럽게 쓰셨다. 많은 양해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전달 받은 손편지에는 김혜자가 "오늘 이렇게 여러분 앞에 서니 조금 떨린다. 제가 오랜만에 영화를 했다. 그리고 이렇게 영화를 보러 오신 기자 여러분 앞에 서는 것도 참 오랜만인 것 같다"며 소감을 전한 내용이 담겼다.

▲ 김혜자가 직접 전한 손편지.
▲ 김혜자가 직접 전한 손편지.

김혜자는 당초 이 손편지를 무대인사에서 낭독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참석하지 못하면서 편지만 전하게 된 것.

그는 "오늘은 제가 여러분에게 꼭 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이렇게 편지를 준비했다. 작년 가을 송일곤 감독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그 편지에는 ‘순옥은 울지 않습니다. 그녀는 친구와 함께한 시간이 여전히 찬란하다는 사실을 마지막까지 믿는 사람입니다’라고 적혀있었는데 그말이 참 오래 마음에 남았다"고 회상했다.

김혜자는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슬픈 역사 같다. 우리는 그 아이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는지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저는 그 아이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살고 싶어 했는지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영화에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오늘 이 영화를 보시고 여러분의 마음에도 작은 빛 하나가 남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송일곤 감독, 김혜자 ⓒ곽혜미 기자
▲ 송일곤 감독, 김혜자 ⓒ곽혜미 기자

이후 송일곤 감독은 김혜자를 순옥 역에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 영화는 그리움과 기억에 대한 이야기다. 한 사람이 누군가를 얼마나 그리워할 수 있을까, 그걸 잃지 않기 위해 마음속에서 붙잡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라며 "김혜자 선생님이 맡은 순옥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잊지 않으려 했던 과거를 교차해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순옥이라는 캐릭터는 인간을 따뜻하게 연민을 갖고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했다. 김혜자 선생님이 65년간 훌륭하게 쌓아온 캐릭터에 저희 영화의 순옥이 더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과거를 반추하는 캐릭터라 캐스팅 1순위였다. 다행히 어려웠지만 캐스팅이 돼 행복하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김혜자의 출연을 설득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렸다고. 송일곤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선생님이 마지막 드라마 이후 정말 쉬고 싶어 하셨다. 선생님이 가진 에너지와 감성은 한국 문화재 같은 분이라고 표현했다. 아직도 동세대에 충분히 울림이 있고 명분을 더 보여드릴 수 있는 역할을 하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확한 워딩으로는 집 앞에 있는 들꽃처럼 가만히 있고 싶다고 하셨다. 저는 이 작품이 선생님을 만나서 가 닿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긴 설득을 했다. 편지 때문에 감동해서라기보다는 선생님께는 명분이 중요했다. 김혜자라는 배우가 왜 이 작품에 출연해야 하는지 명분이 필요했고, 그 과정이 길었다"고 말했다.

송일곤 감독은 김혜자와 식사를 하며 작품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식사를 많이 했다. 중국 음식을 시켜 드시는 걸 좋아하신다. 맛있는 걸 시켜서 옛날 이야기도 하고, '만추'를 찍으실 때 어땠는지 같은 에피소드도 나눴다. 선생님이 이 작품을 하실 명분을 갖게 만드는 과정이 정말 길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출연을 결심한 뒤 김혜자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연습했다고. 송일곤 감독은 "본인이 더 이상 활동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있으셨다. 명분을 가진 다음엔 그 누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말 연습을 많이 하셨다. 밖에 아예 나가지 않고 대사 하나, 쉼표 하나, 시선 하나를 무수히 연습하신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가까운 분이 연습 영상을 찍은 게 있는데 그걸 보면 감동의 눈물이 난다. 저 대배우가 이 대사를 하기 위해 저렇게 연습한다고 싶다. 나중에라도 보여드리고 싶은데 지독스럽게 연습하시는 분이다. 현장에 왔을 땐 이미 그 캐릭터가 돼 계시더라. 울컥하기도 하는데 이 여정이 저에게는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1942년, 1992년, 2010년 세 개의 시간대를 오간다. 송일곤 감독은 "1992년이 당연히 의미가 있다. 1942년과 1991년, 1992년은 김학순 할머니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해다. 1942년 역시 중요한 해다. 일본이 아시아·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면서 한국의 젊은 남성과 여성들이 폭압당한 엄혹한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골에서 꿈을 가진 채 세상을 꿈꾸던 이들이 폭력을 당한 시기다. 혼돈과 기억을 붙잡기 위해 마음속에서 치열한 투쟁을 벌이는 한 할머니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며 "시간과 기억, 사라져가는 것들이 영화에서 유기적으로 보여지길 바랐다"고 밝혔다.

과거의 순옥과 정임을 연기한 젊은 배우들의 캐스팅 과정도 전했다. 송일곤 감독은 "영화 초반 30분 정도를 젊은 배우들이 이끌어가야 한다. 관객들이 영화를 처음 볼 때 너무 신인이다 보니 집중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연기를 잘하고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것을 넘어 그 이상을 해낼 수 있는 배우를 원했다. 오디션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어 "박서경 씨는 오디션 때 저를 굉장히 웃게 했다. 긴 시간 봤는데 아빠 미소를 짓게 했다. 최주은 씨는 저를 울게 했다. 문성현 씨는 단단한 차돌 같은 소년스러움과 묵직함이 있었다. 울림을 줄 수 있는 배우들인가 고민을 많이 했고, 그 조합에 굉장히 만족했다"고 설명했다.

송일곤 감독은 "젊은 배우들이 영화에 들어오길 바랐다. 준비가 돼서 현장에서 더 큰 에너지를 뿜어내길 원했다. 제 생각에는 너무 훌륭하게 따라와 줬고, 집중해서 아름답게 해줬기 때문에 굉장히 고마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배우들도 김혜자와 함께한 소감을 밝혔다. 최주은은 "김혜자 선생님과 한 화면에 담길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직접 촬영하면서는 제가 많이 떨었다. 너무 대선배님이시고 존경하는 선배님이라 엄청 떨었다"며 "슛이 들어갈 때 선생님이 '너 하고 싶은 것 다 했으면 좋겠다'고 엄청 큰 용기를 주셨다. 그렇게 후배 배우를 존중하고 배려해 주시는 모습이 너무 감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차미경은 김혜자와의 호흡에 대해 "선생님께서는 하얀색 도화지 위에 수채화처럼 물감을 떨어뜨리면 너무나 아름답게 번지는 분이다. 촬영할 때도 어떤 부담이나 상황을 머릿속에 굳이 두지 않아도 저도 같이 스며들고 번지게 됐던 것 같다. 정말 아름다운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박서경은 "처음에 김혜자 선생님께서 작품을 함께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안 믿기고 설렜다. 실제로 선배님을 현장과 대본 리딩에서 만났을 때 너무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손도 꼭 잡아주시고 안아주시고 좋은 말씀과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선생님의 온기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선생님께 너무 감사하고 영광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문성현은 "저도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른 대단한 선배님들도 함께해 주셔서 누를 끼치기 싫어 더 열심히 했다. 처음 대본 리딩을 했을 때도 선생님의 카리스마와 존재감에 압도됐던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선생님과 꼭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고 말했다.

조성하는 "김혜자 선생님에 대해 평소 저희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연기 부문의 인간문화재이시고 우리나라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시다. 그 연기를 찬란하게 보석처럼 펼쳐주시는 모습을 계속 보고 싶다"며 "이 작품에서 만나서 너무 영광이고 정말 행복했다"고 밝혔다.

▲ 여전히 찬란하게. 제공ㅣ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여전히 찬란하게. 제공ㅣ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또한 김혜자와 함께 순옥을 연기한 박서경은 김혜자의 연기를 참고해 캐릭터를 준비했다고도 전했다. 그는 "선생님의 작품을 많이 찾아보면서 잔잔하

게 말씀하시는데도 그 속에 힘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다는 걸 많이 느꼈다. 저도 연기할 때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침묵이나 눈빛의 언어로 전달할 수 있게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임이의 색깔이 빨간색이라면 저는 노란색으로 준비했다. 언니와 함께 빨간색, 노란색으로 옷을 맞춰 입거나 그렇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송일곤 감독은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밝혔다. 그는 "'기억할게'라는 것이 사실 중요한 메시지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순옥이라는 인물은 기억이 사라지면 정임이라는 존재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며 "다음 세대에 기억을 전달한다는 것, 우리들의 찬란했던 시절과 아팠던 시절이 기억돼야 한다는 것, 그것을 붙잡고자 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와 현재를 배치하는 방식이 어떻게 부드럽게 연결될지가 중요했다. 저는 이 영화를 인물화라고 생각했다. 클로즈업이 중요했고, 포커스 인·아웃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잊기도 하고 기억이 끊어졌다가 이어지는 마음도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송일곤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굉장히 설레기도 한다. 선생님 말씀을 빌리자면 나갈 때 마음이 따뜻하고 훈훈해졌으면 좋겠다더라. 실컷 운 뒤에 사람이 순해진다고 하시더라. 그 말씀을 대신 전해드린다.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찬란하게'는 내 생애 가장 찬란한 순간을 함께한 단짝 친구 정임(차미경)을 60년 만에 다시 만난 순옥(김혜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오는 2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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