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키워드 키워드 기준 i금일 기준 많이 본
뉴스 기사의 키워드 수집

런던·리우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김종현, 27년 사선 떠나 지도자로 새 출발

작성일: 2026.10.19 11:04 정형근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한국 사격의 간판 김종현이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대한사격연맹
▲ 한국 사격의 간판 김종현이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대한사격연맹

[스포티비뉴스=제주, 정형근 기자] 2012 런던올림픽과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2회 연속 은메달을 목에 건 한국 사격의 간판 김종현(41·KT)이 27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김종현은 18일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제107회 전국체육대회 사격 남자 일반부 50m 소총3자세 경기를 끝으로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부산 대표로 출전한 김종현은 본선에서 578점을 기록해 12위에 머물렀다.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27년간 이어온 선수 생활의 마지막 무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특히 창원은 김종현에게 특별한 장소다. 2008년 창원시청에 입단해 처음 화약총을 잡았던 곳이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던 장소에서 선수로서 마지막 총성을 울렸다.

김종현은 "마지막 발을 쏘기 전에 그동안의 선수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고 소감을 밝혔다.

1999년 광주 각화중학교에서 처음 사격을 시작한 김종현은 광주체고와 동국대를 거쳐 2008년 창원시청에 입단했다. 전남 무안 출신인 그는 고교 시절인 2002년 첫 전국대회 개인 메달을 따내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주 종목은 공기소총이었지만 실업팀에 입단하면서 50m 소총으로 영역을 넓혔다. 새로운 종목에 적응한 지 불과 2년 만인 2010년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김종현은 "새로운 걸 배운다는 재미가 있었다. 화약총 기록이 오르면서 공기소총 기록도 함께 좋아졌다. 팀 동료들이 자세부터 많이 도와준 덕분에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국가대표로 출전한 첫 국제종합대회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50m 소총복사와 50m 소총3자세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하며 2관왕에 올랐다. 개인 은메달과 단체 동메달까지 더해 총 4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김종현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무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첫 대회"로 기억했다.

2년 뒤인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한국 사격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생애 첫 올림픽에서 남자 50m 소총3자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본선 1171점과 결선 101.5점을 합쳐 1272.5점을 기록했다. 마지막 한 발로 순위를 끌어올리며 한국 소총에 12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안겼다.

김종현은 "마지막 한 발은 3위를 지키자는 마음으로 쐈는데, 결과를 보고 나도 놀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영광 뒤에는 시련도 있었다. 런던올림픽 이후 장비 교체와 부진이 겹치면서 2년간 슬럼프를 겪었다.

그는 "장비 후원을 받으면서 많은 것을 바꾼 것이 화근이었다. 모든 것이 백지상태가 되면서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김종현은 다시 일어섰다. 2016 리우올림픽 남자 50m 소총복사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2회 연속 올림픽 시상대에 올랐다.

2017년 KT로 소속팀을 옮긴 뒤에도 꾸준히 경쟁력을 유지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단체 은메달에 이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김상도, 모대성과 함께 남자 50m 소총3자세 단체 동메달을 합작했다. 아시안게임 3개 대회 연속 메달이었다.

2024년 1월 열린 자카르타 아시아 소총·권총선수권대회에서도 50m 소총3자세 단체 동메달을 추가했다.

16년간 태극마크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서는 "솔직히 비결은 없는 것 같다. 꾸준히 앞만 보고 달려왔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은퇴를 결심한 데에는 오랜 선수 생활에서 느낀 부담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생각이 작용했다.

김종현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땄지만 그만큼 성적에 대한 부담도 컸다. 선수로서는 여기까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는 후배들을 돕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며 "마침 올해 팀에서 좋은 제안을 해줘 지도자로 새 출발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랜 선수 생활을 함께한 사람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KT로 왔을 때 송남준 감독님과 이현태 코치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지난해 먼저 은퇴한 김상도 선수와도 동고동락했다"며 "무엇보다 아내가 물심양면으로 힘써주고 응원해준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내 권나라도 국가대표 사격 선수 출신이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50m 소총복사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권나라는 김종현과 같은 대회에서 인연을 맺었다. 두 사람은 2012년 대구 전국체전에서 나란히 2관왕에 올랐고, 2016년 결혼했다.

권나라는 "내조는 많이 못 했지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만둬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지도자로 새로운 출발을 앞둔 김종현은 후배들을 향한 애정과 함께 한국 사격의 훈련 환경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지금은 선수층이 얇아 기록이 아쉽지만 고등학생 유망주들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 정말 기쁘다. 사격장에서 후배들이 질문하면 언제든 알려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김종현은 "런던올림픽 결선장 사대 점검 훈련 때 처음 50m 실내경기장에서 쏴 보고 공기저항의 차이를 실감했다. 당시에는 당황했지만 그 경험을 활용해 결선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몽골과 대만,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은 50m 실내 사격장을 갖추고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27년 동안 수많은 대회에서 메달을 따냈지만, 마지막 순간 그에게 가장 크게 남은 것은 동료들과 후배들의 진심이었다.

김종현은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로 기억되고 싶었다. 오늘 경기 후 은퇴식에서 '동시대에 함께 시합해서 영광이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좋았다"고 밝혔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