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대통령은 '지원' 약속, 체육회장은 '변화' 강조…한국 스포츠 '새로운 100년'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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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제주, 정형근 기자] 전국체육대회는 단순히 시·도의 명예를 걸고 메달을 다투는 무대가 아니다. 한국 스포츠의 오늘을 확인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12년 만에 제주에서 열린 제107회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향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정부 차원의 지원 확대를 약속했고, 유 회장은 제도 개선을 통한 현장의 변화를 강조했다.
두 사람의 발언은 표현과 강조점에서 차이가 있었지만 지향하는 방향은 같았다. 국민 누구나 스포츠를 즐기고, 선수들이 공정한 기회 속에서 성장하며, 체육인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개회식에서 이 대통령은 전국체전이 한국 스포츠 발전에 기여한 의미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전국체육대회에서 시작된 그 수많은 도전들은 대한민국 스포츠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었고, 우리 선수들이 더 큰 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든든한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유 회장 역시 전국체전이 지닌 선수 육성의 의미를 부각했다.
그는 "지역에서 시작된 선수들의 작은 꿈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부심으로, 그리고 세계무대의 감동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바로 전국체육대회의 힘이다"라고 밝혔다.
전국체전은 1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한국 스포츠의 성장과 함께했다. 학교와 지역에서 운동을 시작한 선수들이 전국의 경쟁자들과 실력을 겨루고, 더 높은 무대로 도약하는 기회가 됐다.
이번 대회에는 전국 17개 시·도와 재외한인체육단체 선수단 등 3만599명이 참가해 50개 종목에서 경쟁하고 있다. 18세 이하 선수부터 대학·일반부 선수까지 다양한 세대가 한자리에 모였다.
특히 얼마 전 막을 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선수들이 이번에는 각자의 시·도를 대표해 출전한다. 지역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국제무대를 거쳐 다시 전국체전으로 돌아오는 모습은 한국 스포츠의 육성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연결고리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지는 고민해야 할 문제다.
학교운동부의 운영 여건, 지역별 훈련 환경의 차이, 지도자들의 처우 문제는 선수 육성의 기반과 직결된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무대에 도전할 다음 세대 선수들을 어떻게 발굴하고 성장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한국 스포츠의 경쟁력은 국가대표선수촌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학교와 지역의 운동장에서 스포츠를 처음 접하고, 운동을 계속할 기회를 얻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스포츠의 사회적 역할에도 주목했다.
그는 "스포츠는 우리 삶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만든다. 때로는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이 일상에서 스포츠를 즐기고, 선수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꿈을 키우며, 체육인들이 자긍심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스포츠를 통한 지역 활성화와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 회장은 체육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선수와 지도자에 대한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제도 개선을 통해 체육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역과 종목, 세대를 아우르며 누구나 스포츠를 즐기고 공정한 기회 속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의 지원 확대와 대한체육회의 제도 개선은 별개의 과제가 아니다.
학교체육과 생활체육, 전문체육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선수들이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도자들이 선수 육성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일 역시 정부와 체육단체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그동안 한국 스포츠는 국제대회 성적을 통해 경쟁력을 증명해 왔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성적뿐 아니라 스포츠에 참여하는 인구와 선수 육성 기반, 지도자들의 활동 여건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이 대통령이 재외한인체육단체 선수단에 대한 지원을 직접 약속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 대통령은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들이 전국체전 참가를 위해 고국을 찾을 때 큰 부담이 생기지 않도록 대한체육회와 함께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재외동포들이 국내 행사에 차별 없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전국체전은 지역 간 경쟁을 넘어 국내외 체육인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무대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약속이 구체적인 지원 방안으로 이어진다면 재외동포들의 대회 참여 기회를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제시한 방향을 어떻게 실현하느냐다.
정부의 재정적·제도적 지원이 확대되더라도 학교와 지역의 선수 육성 현장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대한체육회가 추진하는 제도 개선 역시 선수와 지도자가 체감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유 회장은 개회사에서 "대한민국 스포츠의 새로운 100년을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일은 지난 100년의 성과를 기념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더 많은 아이들이 스포츠를 접하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지역과 환경에 관계없이 성장하며, 지도자들이 안정적으로 선수들을 가르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제주 전국체전은 일주일간의 열전을 마치면 막을 내린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약속한 지원과 유 회장이 강조한 변화는 대회가 끝난 뒤부터 본격적으로 평가받게 된다.
결국 한국 스포츠의 새로운 100년은 개회식에서 나온 약속이 얼마나 구체적인 정책으로 이어지고, 선수와 지도자, 국민이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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