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키워드 키워드 기준 i금일 기준 많이 본
뉴스 기사의 키워드 수집

"왜 그랬답니까, 죗값은요?" 안정환·권일용 '용감한 형사들' 200회의 '원칙'[인터뷰S]

작성일: 2026.10.23 09:00 김현록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안정환(왼쪽) 권일용. 제공|티캐스트 E채널 '용감한 형사들'
▲ 안정환(왼쪽) 권일용. 제공|티캐스트 E채널 '용감한 형사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티캐스트 E채널 '용감한 형사들'(연출 이지선, 작가 권소현, 이하 '용형')이 200회를 맞았다. 현장을 발로 뛰는 형사들이 출연, 직접 수사한 사건을 바탕으로 범죄의 실체를 추적하고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되짚어온 시간이 어느덧 햇수로 5년, 프로그램은 어느덧 5번째 시즌이 됐다. 그 사이 늘어난 비슷한 범죄 예능 속 '용감한 형사들'은 원조의 고집과 품격을 지키며 확장과 변주를 이어가고 있다. 채널은 물론 넷플릭스, 유튜브를 통해서도 시청자와 두루 만나는 한편 스핀오프 '형사들의 수다'(형수다)도 단단히 자리를 잡았다. 출발부터 든든히 '용감한 형사들'을 지켜온 방송인 안정환과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연출자 이지선 PD는 "감회가 새롭다"고 입을 모았다.  

◆ "우리 시대의 '수사반장'" …일선 형사들의 지지 "도움이 됩니다"

권일용은 처음 '용형'을 시작했을 당시를 돌아보며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수사기법이나 형사들의 이야기를 어디까지 공개해야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개할 수 없는 부분을 빼고 이야기하다 보면 내용이 듬성듬성해져서 재미가 없어진다. 그런데 기획이 촘촘하게 이뤄지고 형사들도 선을 지키면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하게 되니까 속도가 붙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현직에서 사건을 오래 겪다보니 방송을 통해 빚어지는 것들에 관심이 많았어요. 시즌1을 지나며 '이게 '수사반장'의 새로운 버전이 될 수 있겠다, 그렇게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수사반장'을 보며 형사에 대한 로망을 갖던 시절이 있었어요. 요즘엔 강연을 다니다보면 '용형'을 보고 경찰이 되고싶다는 자녀가 있다더라고요. 누군가에게는 꿈이 되고,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고, 문어발같은 낙수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권일용)

유쾌한 분위기의 예능을 주로 누벼온 안정환에겐 '용감한 형사들'이 더 낯선 기획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이게 어떤 프로그램인지도 몰랐다. 굉장히 깊이 있게 사건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라 부담도 있었다"며 "대한민국에 이렇게 사건 사고가 많은지 몰랐다. 지금은 아니지만, 프로그램 처음에는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웠을 정도다. 눈물을 흘린 적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힘이 된다"는 일선 형사들의 이야기가 그를 다잡았다. 더욱이 '용형'의 모든 사건은 범인이 잡혀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를 알리며 마무리된다. 안정환은 "모방 범죄가 생기지 않을까 했는데, 형사분들은 여쭤보면 아니다, 더 도움이 된다 하시니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고 지난 시간을 돌이켰다. 

"제작진이 잘 만들어준 덕분이지만 200회나 됐다니. 처음엔 싫었어요. 다 살인사건이다보니까 잔상도 남고, 고통스럽기도 하고. 일반인 입장에선 대한민국에 이렇게 사건사고가 많나 놀라기도 했고요. 다만 이 프로그램이 일말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다는 면이 있다는 데서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작진에게 피해 유가족이 '우리 사건을 다뤄달라' 한 적도 있다고 하는데, 또다시 범죄가 일어나지 않게끔 해달라는 말씀이셨다고 하더라고요."(안정환)

◆ 안정환 그리고 권일용…형사들의 마음이 열렸다

▲ 이지선 PD. 제공|티캐스트 E채널 '용감한 형사들'
▲ 이지선 PD. 제공|티캐스트 E채널 '용감한 형사들'

E채널의 새 프로그램이 낯설어 섭외한 형사들이 EBS인가 헷갈리곤 했던 초창기, 이지선 PD는 안정환과 권일용이란 두 MC가 존재만으로 든든했다고 했다. 그는 "장수 IP가 되려면 시작부터 형사님들 출연이 중요했다. 그런데 형사님 대부분 축구를 좋아하니까 '안정환' 하면 바로 마음이 열렸다"면서 "여기에 권일용 교수가 계시니 프로그램에 무게와 공신력이 실렸다. 시작부터 두 분이 혁혁한 공을 세워주셨다"고 웃음지었다. 

"어마어마한 월드스타" 안정환과 첫 만남에 긴장했었다는 권일용은 "사건에 너무 감정을 몰입하는 모습을 보며 되려 인간적인 면을 느꼈다. 지나고 보니 순발력이 좋더라. 몸을 움직일 때 뿐 아니라 뇌에서도 대응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느꼈다. 프로파일링을 했다면 상당한 위치가 됐을 것"이라고 파트너 안정환을 향해 혀를 내둘렀다.

"형사 10년 보다 네가 낫다고 했다"는 권일용에게 손사래를 치던 안정환은 "처음엔 그저 그프로파일링 쪽에 계셨구나 하다가 사건을 같이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저도 어려선 형사를 꿈꾼 적 있다"면서 "그런데 실제 그 사건을 해결하시고, 시체 냄새를 맡아가며 상상 못할 일을 하셨다 생각하니 '나는 그렇게 못 살았겠다' 싶었다. 대단하시구나 했다"고 털어놨다. 

그랬던 둘은 지금은 전우나 다름없는 사이가 됐다. 비극적 사건을 다루다보니 마땅한 회식도 거의 없고, 밥 먹으며 방송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는 '용감한 형사들' 팀이다. 각별히 더 마음이 힘든 사건을 다뤘을 땐 마치 고된 하루를 보낸 형사들이 종종 그러하듯  소주를 나눠 마시며 사건들을 털어낸다.  

이지선 PD 역시 초반에는 감정적으로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프로그램의 의미를 되새기며 견뎠다고 했다. 그는 "저 스스로 의미를 생각하면서 이겨내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억울한 일을 세상에 알리는 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지 않나"라며 "형사님들이 수사 일지를 끝내며 하시는 말씀이 울림이 있다. 유가족에게 ‘빨리 잡지 못해 죄송하다’고 전하는 진심 어린 멘트들이야말로 우리 프로그램의 핵심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그 메시지의 힘으로 지금까지 견뎌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범죄예능 원조의 품격…'용감한 형사들'의 원칙

실재했던 비극적인 사건, 그리고 그 사건을 해결한 형사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만큼 원칙도 분명하다. 이지선 PD는 "판결이 다 끝난 사건을 먼저 다룬다. 그래서 미제 사건은 다루지 않는다"며 "형사님들이 고생하셔서 검거한 사건이 우선 순위다. 미제사건도 다루는 '형수다'와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색하지 않는다'는 '용형'의 다른 중요한 원칙이다. 이지선 PD는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픽션을 넣어서 자극적으로 만들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며 "현장은 이야기하더라도 범행 과정을 거의 묘사하지 않는다. 범인의 변명도 길게 보여주지 않고, 핑계나 범행 과정을 자세하게 전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권일용 역시 범죄를 재현하는 방식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범행 과정이 너무 자세하게 표현되면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제가 다른 방송을 평가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범행 과정까지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건 모든 방송에서 지양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피해자들을 만나고 그분들을 위해 일하는 일을 평생 해왔다. 피해는 사람이 죽었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니다. 다시는 이런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하면서 범행 과정을 자세하게 보여준다면 잘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안정환. 제공|티캐스트 E채널 '용감한 형사들'
▲ 안정환. 제공|티캐스트 E채널 '용감한 형사들'

안정환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범죄자의 처벌이다. 그가 사건을 다룰 때마다 던졌던 "왜 그랬답니까?", "죄값은요?"라는 질문은 어느덧 '용형'의 공식 레퍼토리가 됐다. 안정환은 "범죄가 발생한 이유도 궁금하지만, 제대로 죗값을 치렀는지도 중요하다. 판결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 판사님들에게 물어보고 싶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자신은 TV 앞 시청자의 눈높이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셈이라는 안정환은 사건의 전말을 미리 아는 게 맞지 않다고 생각해 대본을 읽지 않고 촬영에 들어간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알고 들어가면 솔직한 마음을 전달하지 못할 것 같다. 그러면 우리가 앉아 있을 필요가 없는 거다. 일반 시청자와 똑같은 입장에서 사건을 본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안정환은 "너무 강한 사건을 계속 다루다 보면 어느 순간 무뎌지는 것 같을 때도 있다. 그런 내 모습에 실망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권일용은 "저도 강력사건에 무뎌지는 사람이 될까 봐 경계한다. 사실 무뎌지는 게 아니라 익숙해지는 것"이라며 "28년 동안 현장에 나가고 수많은 시신을 봤다고 해서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다. 갈 때마다 충격적이고 힘들다. 다만 반복된 경험 때문에 사건을 바라보는 과정에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선 PD 역시 초반에는 감정적으로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프로그램의 의미를 되새기며 견뎠다고 했다. 그는 "저 스스로 의미를 생각하면서 이겨내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억울한 일을 세상에 알리는 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지 않나"라며 "형사님들이 수사일지를 마무리하면서 빨리 잡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씀하실 때 뭉클하고 감동적이다. 그런 메시지들이 있었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 '용형'의 확장은 계속된다

'용형' 200회에 자신의 공은 없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인 안정환은 "제작진이 제일 힘들 것이다. 준비하고 고생하는 일이 많다. 아마 제작진이 그사이에 많이 늙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어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런 프로그램을 해봤다는 것 자체가 제 커리어와 인생에 도움이 된다. 축구만 하다가 다른 영역에 와서 시청자 입장으로 사건을 바라보게 됐다"고 감회에 젖었다. 

안정환은 "범죄가 없어지고 프로그램이 끝나면 좋겠지만, 제작진은 일이 끝나면 안 되니까"라고 농담하면서도 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사건을 알리는 일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 권일용. 제공|티캐스트 E채널 '용감한 형사들'
▲ 권일용. 제공|티캐스트 E채널 '용감한 형사들'

권일용은 형사 아버지의 녹화에 따라왔던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아버지가 이렇게 힘든 일을 하는지 몰랐다며 눈물을 흘렸던 일이 생각난다"면서 "제가 30년 동안 현장에 다니면서 냄새가 배어 집에 가도 아내는 그게 뭔지 모르는 거다. 그런데 방송에 나오면서 형사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가족들도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이해가 형사들이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범죄는 그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한다. '용감한 형사들' 200회를 들여다보면 1980~1990년대부터 범죄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볼 수 있어요. 앞으로 미래에 어떤 범죄가 나타날지 예측할 수 있는 정도의 프로그램으로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미래를 볼 수 있는 방송이 됐으면 합니다."(권일용)

▲ 이지선 PD. 제공|티캐스트 E채널 '용감한 형사들'
▲ 이지선 PD. 제공|티캐스트 E채널 '용감한 형사들'

이지선 PD는 현재 후반부 코너인 'Q'를 언급하며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질문을 던지는 코너다. 지금은 미래로 가는 과도기 정도로 생각하면 어떨까 싶다"고 밝혔다.

소재 고갈에 대한 고민도 있지만, 프로그램을 이어갈 동력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이 PD는 과거 사건을 수사했던 형사들이 새로운 수사일지를 들고 출연하거나, 형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사건을 제보받기도 했다고. 프로그램의 확장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지선 PD는 디지털 콘텐츠를 비롯해 또 다른 스핀오프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저희가 모든 회차를 보신 충성도 높은 팬들이 많다. 시청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프로그램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