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 거부한 김원중…"무조건 막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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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문 감독 "막을 수 있나" 질문에 "무조건 막겠습니다"
5이닝 125구 5실점 승리에 "부끄럽지만 좋은 경험"

[스포티비뉴스=대구, 김건일 기자] 10일 롯데 선발 김원중은 5회 2사 후 김헌곤을 풀 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때 투구 수는 120개. 양상문 롯데 감독은 불펜을 가리킨 뒤 직접 마운드로 걸어 올랐다. 교체 신호였다.
그런데 김원중은 마운드에 남았다. 양 감독은 김원중과 이야기를 나눈 뒤 홀로 더그아웃으로 달려갔다.
10일 양 감독은 "원래는 교체하려 했다. 그런데 김원중의 막고자하는 의지가 워낙 강력한 것을 느꼈고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후 김원중은 "기억이 안 난다. 부끄럽다. 할 말이 없다"며 "감독님이 '막을 수 있겠느냐' 물어서 '막겠습니다. 무조건 막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했다.
김원중은 1회부터 제구가 되지 않아 자멸했다. 1회에만 공 47개를 던졌다. 1회에 내준 볼넷이 무려 5개. 2회에도 3회에도 볼넷으로 말미암아 점수를 줬다. 3회까지 5실점. 정상적인 경기 운영이라면 강판되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3회에도, 4회에도 내려가지 않았다. 투구 수가 104개를 넘어선 5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승리 투수 요건에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 두고 맞닥뜨린 선수는 공민규, 앞선 타석에서 홈런을 때렸던 타자다. 김원중은 볼 카운트 2-2에서 이날 경기 125번째 공을 던졌다. 공민규의 방망이가 헛돌면서 이닝이 끝났다. 구속은 시속 146km가 찍혔다. 김원중은 마운드에서 내려오면서 글러브로 입을 가리고 쌓였던 감정을 쏟아 냈다.
"구속이 얼마가 나왔든 별생각이 없다.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났다. 내 등 뒤에 선수들이, 우리 더그아웃에서, 상대 팀에서, 또 관중석에서 모두 나만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6회, 5회까지 던지자는 마음뿐이었다. 다행히 던질수록 괜찮아졌다."

125구, 5이닝 5실점 승리 투수. 김원중은 이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취재진을 발견하고 "부끄럽다"며 몸을 숨겼다. 하지만 김원중이 5이닝을 막아 주면서 롯데는 12-5로 삼성을 꺾었다. 양 감독은 "김원중 덕분에 불펜을 아꼈다"고 칭찬했다.
김원중은 롯데 10년을 이끌어갈 선발투수로 불린다. 롯데 구단에선 경기 내용은 좋지 않았지만 이날 김원중이 선발투수로 보여 준 책임감을 높게 평가했다.
무조건 막겠다는 말에 양 감독은 책임감을 느꼈고, 김원중은 혼신의 투구로 기어코 약속을 지켜 냈다.
김원중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니 형들이 '영화 찍냐'라고 하더라"고 멋쩍어하면서 "경기 내용은 안 좋았으나 '이렇게 해선 안 된다'고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을 했다"고 미소지었다.
스포티비뉴스=대구, 김건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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