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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남' 이어 '작은 아씨들'…타국 심기 거스른 K콘텐츠 감수성[초점S]

작성일: 2022.10.08 10:15 김현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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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아씨들' '수리남' 포스터. 제공|tvN, 넷플릭스
▲ '작은 아씨들' '수리남' 포스터. 제공|tvN, 넷플릭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K드라마를 전세계가 주목한다. 이 가운데 우리 드라마가 해외 시청자들이 심기를 거스르는 사례가 발생해 우려를 낳는다. 윤종빈 감독의 첫 시리즈 '수리남', 그리고 종영을 앞둔 tvN '작은 아씨들'이다. 

마지막 두 회를 앞두고 인기가 더욱 치솟은 '작은 아씨들'(극본 정서경, 연출 김희원)은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에 소개되며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갑작스럽게 베트남에서 방송 중단 사태를 맞았다. 베트남 방송전자정보국이 베트남 전쟁을 왜곡했다며 '작은 아씨들'을 베트남 넷플릭스에서 삭제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3일 넷플릭스에 전달한 탓이다. 사흘 만에 드라마 전편이 삭제되고 말았다. 전세계 OTT 순위를 집계하는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작은 아씨들'은 베트남 넷플릭스 최고 인기 드라마였다. 지난달 30일부터 5일까지 연속 1위를 기록했으나 이후 순위에서 사라져버렸다. 

문제가 된 대목은 극중 인물의 베트남 참전 경력을 언급하는 부분이다. "한국 군인이 베트콩 병사 20명을 죽일 수 있다. 어떤 군인은 100명까지 죽였다", "한국 군인은 베트남 전쟁 영웅이다" 등의 대사가 베트남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들은 드라마가 대사나 설정을 통해 한국군을 베트남 전쟁 영웅으로 묘사하고 있다며 "역사 왜곡"이라고 반발했다. 베트남 정부가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를 중국 영토로 표현한 작품들을 문제삼아 베트남 넷플릭스에 삭제를 요구한 전례가 있지만, 한국 작품이 역사왜곡이란 이유로 삭제 조치된 것은 '작은 아씨들'이 처음이다.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7일 스포티비뉴스에 "베트남 방송전자정보국의 서면 요청에 현지 방영이 중단된 게 사실이다. 논란을 빚어 죄송할 따름"이라며 "향후 콘텐츠 제작에 사회적, 문화적 감수성을 고려해 더욱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작은 아씨들' 베트남 퇴출 소동에 앞서 지난달에는  '수리남'(극본 윤종빈 권성휘, 연출 윤종빈)이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될 뻔한 아찔한 상황을 맞았다. 

지난달 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수리남’은 극의 제목이자 배경이 된 남미 국가 수리남 정부의 비판을 받았다. 수리남을 마약과 부패가 판치는 국가로 묘사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드라마는 수리남을 주름잡는 한국인 마약왕을 잡으려는 국정원과 민간 사업가의 공조를 담았다. 한국에선 공개 이후 묵직한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 속에 인기를 모았지만 지구 반대편 수리남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알베르트 람딘 수리남 외교 장관은 "제작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 드라마가 자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만든다고 비난했다. 특히 전세계가 보는 작품인 만큼 더 주목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인구 60만에 불과한 남미의 작은 나라가 마약상의 소굴로 세계에 대대적으로 소개된 데 대한 항의이자 불만이었다.

'작은 아씨들' 떄와 달리 넷플릭스나 제작사는 이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거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윤종빈 감독이 인터뷰에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픽션이기에 가상의 국가명을 써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면서 "특정 국가, 단체의 명예가 표현의 자유와 상충할 수 있어 창작자로서 고민했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실제로 '수리남'은 1990년대 말~2000년대 초까지 수리남을 무대로 활동하다 붙잡힌 실존 한국인 마약상 조봉행과 체포에 도움을 준 민간인 K 이야기가 토대다. 

다만 공개 이전에도 국가명을 드라마 제목으로 삼은 점을 우려해 우리 외교부가 중재에 나섰고, 그 결과 영문 제목이 '나르코스 세인츠'(Narcos-Saints, 마약상-성자)로 수정했다. 그럼에도 수리남 측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때 현지 교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는 전해지기까지 했다. 이후 분위기는 비교적 잠잠하지만 K콘텐츠의 표현과 묘사에 보다 세심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오징어게임'이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키고 에미상 시상식을 휩쓰는 시대, 더이상 K콘텐츠는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 200개 가까운 수많은 나라의 시청자를 겨냥한다면 작품 눈높이는 그들과도 맞아야 한다. 한국 시청자의 인식과 정서는 반영하는 한편, 다른 나라·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필히 담아야 하는 때가 왔다. 이를 창작의 자유와 조율하는 것은 또 하나의 과제가 될 것이다. 드라마 한 편이 의도치 않게 국가 간 관계나 감정을 흔들어놓을 수 있다는 아찔한 두 번의 사례. 날개 단 K콘텐츠가 새겨야 할 중요한 경고이자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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