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던져야 무슨 공인지 안다"…각성한 괴물, 어떻게 '팀 1안타 수모' 안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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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류현진이 던져야 어떤 공인지 알 수 있다."
류현진(37, 한화 이글스) 미국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 에이스로 활약하던 2021년 시즌. 미국과 캐나다 현지 언론은 류현진이 등판할 때마다 "류현진이 류현진했다"는 표현을 쓰곤 했다. 직구 구속은 140㎞ 중후반대로 메이저리그에서는 느린 편인데, 체인지업과 커터, 커브까지 4가지 구종을 자유자재로 섞으면서 스트라이크존 모서리에만 꽂아 넣었다. 류현진의 빼어난 제구력은 꿈의 무대에서 10년 동안 버티고,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약 1094억원) FA 대박을 터트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당시 토론토를 이끌었던 찰리 몬토요 전 감독은 "류현진은 계속해서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타자들의 밸런스를 무너뜨렸다. 타자들은 타석에서 어떤 구종이 들어올지, 다음 공이 뭘지 예상할 수가 없다. 류현진이 던져야 어떤 공인지 알 수 있다"고 극찬했다.
류현진은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8년 총액 170억원에 계약하면서 국내 복귀를 선택했다. 건강하게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을 때 다시 한화 유니폼을 입겠다는 팬들과 약속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한화 팬들은 몬토요 전 감독이 극찬했던 류현진의 투구를 한국에서 다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시즌 초반 마음처럼 경기를 풀어 가지 못했다. 초반 3경기에서 2패만 떠안으면서 14이닝, 평균자책점 8.36에 그쳤다. 선발 로테이션 3바퀴가 돌도록 한화에서 유일하게 선발승이 없는 투수가 류현진일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래도 류현진은 류현진이었다. 그는 1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94구 1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면서 3-0 완승을 이끌었다. 개인 통산 99승을 달성하면서 100승까지는 단 1승만 남겨뒀다.
1회부터 6회까지 전력으로 달려드는 각성한 괴물의 호투에 두산 타선은 정신을 차리질 못했다. 두산은 9일과 10일 한화전에서 이틀 동안 18안타로 12점을 뽑으면서 2연승을 달렸는데, 이날은 류현진에 막힌 여파로 타격감이 싸늘하게 식어 팀 안타 단 1개에 그쳤다. 포수 장승현이 종아리 타박상으로 교체된 여파로 교체 출전한 김기연이 5회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공략해 중전 안타를 치면서 노히트 수모는 피했다.
두산 타자들은 류현진이 어떤 공을 던질지 감조차도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눈에 들어오는 공을 커트하기 바빴을 뿐 제대로 자세를 잡고 정타를 때리질 못했다. 두산 주축타자인 양의지, 김재환, 양석환, 허경민, 강승호까지 누구 하나 류현진의 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7번타자로 나섰던 박준영에게는 체인지업만 집요하게 던졌다. 박준영이 체인지업에 전혀 대처가 안 된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시험해 보듯이 5구 연속 체인지업을 던졌다. 박준영은 류현진의 체인지업 공격에 3타석에서 삼진 하나, 내야 땅볼 2개에 그쳤다.
직구 최고 구속 148㎞, 평균 구속 145㎞를 찍었다. 게다가 이날은 변화구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류현진은 시범경기 때부터 꾸준히 "체인지업이 제구가 잘 안됐다"고 불만을 표현했는데, 드디어 해답을 찾아왔다. 직구(32개)와 체인지업(31개)을 거의 비슷하게 던지면서 커브(19개)와 커터(12개)를 섞어 던졌다.
커브는 두산 타자들이 애를 먹은 마구 가운데 하나기도 했다. 커브 19개 가운데 16개가 스트라이크일 정도로 공격적으로 잘 들어갔고, 커브 구속은 최저 108㎞에서 최고 118㎞ 사이로 형성됐다. 스트라이크존 상하좌우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구속도 108㎞ 느린 커브부터 148㎞ 직구까지 완급 조절을 하니 타이밍을 맞추는 것 자체가 난제였다. 류현진에 당한 여파로 두산 타자들은 뒤이어 나온 한화 불펜 장시환(1이닝)-한승혁(1이닝)-주현상(1이닝)의 공도 전혀 건드리지 못했다.
류현진은 직전 경기였던 지난 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4⅓이닝 9피안타 2볼넷 2탈삼진 9실점으로 부진한 이후 체인지업에 변화를 줬다고 고백했다. 그는 "한국에 와서 계속 체인지업이 말썽이었다. 다르게 던져서 잡은 것 같아서 만족한다. 그립은 똑같았고, 스로잉을 빠르게 했다. 스피드도 그 전 경기보다 많이 나왔고, 각도 직구랑 비슷하게 가면서 헛스윙이나 범타 유도가 많았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두산 양의지를 황당하게 할 정도로 잘 들어갔던 커브와 관련해서는 "커브 제구가 잘됐고, 그러다 보니까 카운트 잡을 때 유용하게 활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류현진은 지난 3경기에서 70구가 넘어가는 시점인 5회 이후 무너지는 경향을 보였다. 1~3회 피안타율은 0.219인데, 4~6회 피안타율은 0.500에 이르렀다. 류현진은 6회 평범한 뜬공을 놓친 우익수 요나단 페라자의 실책으로 위기에 놓이긴 했지만, 다른 때처럼 무너지지 않고 버티면서 6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완성했다.
류현진은 70구 이후 체력 저하 문제가 언급됐던 것과 관련해 "구위가 떨어졌다기보다는 그 이후에 맞아서 그런 말이 나온 것 같다. 오늘은 그 이후에 안 맞았으니까 그런 말이 안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결과론 같다"며 개의치 않았다.
류현진의 호투로 최원호 한화 감독도 드디어 한시름을 덜었다. 최 감독은 두산전을 앞두고 "(류현진이)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선발투수들이 물론 계속 잘 던지면 좋은데, 진짜 30번 나가서 경기마다 다 잘 던질 수는 없다. 흔들리는 날도 있는데, 그 흔들리는 날이 이제 조금 빨리 올 수도 있고 좀 뒤에 올 수도 있고 그 차이"라며 류현진에게는 그 시기가 조금 일찍 왔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감독들에게 물어봐도 가장 어려운 것은 그 정도(류현진)급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그 자리를 메우기가 굉장히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지금 선발투수들은 진짜 몇 경기 하지 않았어도 현재까지는 잘 굴러가고 있다"고 덧붙이며 부활을 기대했다.
최 감독은 류현진의 부활을 지켜본 뒤 "완벽한 피칭으로 상대 타선을 막아주면서 복귀 첫승과 함께 팀의 연패를 끊어줬다. 정말 노련한 피칭이었다"며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에이스에게 엄지를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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