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가 포기한 그때 그 유망주, 저지-오타니도 한 수 접는 괴물로 돌아왔다… 역대급 수치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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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7년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만한 상황이 된다고 판단한 LA 다저스는 7월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피츠버그와 협상을 벌여 좌완 계투 요원이었던 토니 왓슨을 영입했다. 당시 왓슨은 리그를 대표하는 정상급 불펜 자원이었고, 다저스는 불펜 보강을 위해 확실한 셋업맨이 필요했다.
피츠버그는 왓슨을 주는 대신, 두 명의 유망주를 대신 손에 넣었다. 이중 한 명은 바로 다저스가 도미니카에서 공수한 오닐 크루스(27·피츠버그)였다. 크루스는 다저스가 2015년 7월, 만 17세 때 계약한 유망주였다. 건장한 체구를 갖췄고, 추후 유격수로도 성장할 수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피츠버그는 크루스를 딱 찍어 원했고, 왓슨이 더 급했던 다저스는 결국 크루스를 영입 2년 만에 피츠버그에 넘겼다.
크루스는 피츠버그의 마이너리그 조직에서 단연 돋보이는 선수로 오랜 기간 관심을 모았다. 계약 후에도 성장이 계속된 가운데, 어느덧 키는 2미터가 넘었다. 2미터가 넘는 거인임에도 불구하고 유격수를 소화할 수 있는 천부적인 운동 능력을 갖췄다. 마치 야생마가 뛰는 것 같았다. 이 거인 유격수의 등장에 메이저리그 전체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크루스는 2021년 시즌 막판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2022년 87경기에 나가 17개의 홈런을 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2023년 4월 왼 발목이 골절되는 큰 부상으로 사실상 시즌을 날렸다. 여기에 유격수 수비에서도 불안감이 있었다. 강한 어깨에서 나오는 송구 속도는 매일 메이저리그 1면을 장식할 정도로 빨랐지만, 풋워크 등 보완해야 할 점이 많았다.
피츠버그는 그런 크루스를 중견수로 옮기기로 결정했고, 올해는 팀의 주전 붙박이 중견수로 뛰고 있다. 지난해 개인 한 시즌 최다인 146경기에 나가 타율 0.259, 21홈런, 76타점, 22도루를 기록하며 한층 성장하는 동시에 많은 경험을 쌓은 크루스는 올해 예사롭지 않은 시즌 초반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잘 치고, 잘 뛴다. 선천적인 운동 능력의 폭발이다. 적어도 운동 능력 하나는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나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도 한 수를 접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크루스는 시즌 28경기를 치른 가운데 타율 0.253, 출루율 0.367, 장타율 0.535, 8홈런, 16타점, 12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902를 기록하며 올 시즌 우울한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는 피츠버그의 한가닥 위안으로 자리하고 있다. 항상 많은 삼진이 발목을 잡았지만, 올해는 삼진 대비 볼넷 개수가 늘어나면서 순출루율이 크게 개선됐다. 여기에 장타 비율이 높아지면서 올 시즌 비율 스탯이 예쁘게 뽑히고 있다.
세부 지표는 말 그대로 충격적이다. ‘베이스볼 서번트’의 집계에 따르면 크루스의 올해 평균 타구 속도는 리그 1%, 배럴 타구 비율도 리그 1%, 하드히트 비율도 리그 1%, 배트 스피드도 리그 1%, 송구 강도도 리그 1%다. 여기에 스프린트 스피드 또한 리그 11%로 상위권이다. 말 그대로 원초적인 힘을 느낄 수 있는데, 메이저리그 역사상 이런 선수는 단 하나도 없었다. 크루스의 폭발적인 신체 능력, 그리고 그 신체 능력이 서서히 기술과 맞물려 발휘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올 시즌 11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한 선수 중 한 번도 실패가 없는 선수는 크루스가 유일하다. 큰 체구답지 않게 스타트도 빠른 편이고, 여기에 보폭 자체가 다른 선수와 차원이 다르다. 성큼성큼 몇 걸음이면 벌써 2루까지 들어가 있다. 또한 시즌 1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한 선수 중 유일하게 7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크루스와 가장 비슷한 성적을 기록 중인 선수가 바로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다. 오타니는 올해 7홈런, 9도루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크루스의 페이스가 조금 더 빠르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고, 앞으로 수많은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현재 크루스는 40홈런-60도루 페이스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40홈런 이상, 60도루 이상을 동시에 달성한 선수는 딱 하나, 2023년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다. 야쿠냐 주니어는 당시 41홈런, 73도루를 기록했다. 2023년은 메이저리그에 피치클락이 도입된 해로, 견제 제한이라는 날개를 단 아쿠냐 주니어는 자신의 재능을 폭발시켰다.
오타니는 지난해 54홈런, 59도루라는 더 대단한 기록을 달성하기는 했지만 60도루까지 가지는 못했다. 역대 처음이자, 아마 앞으로 다시 깨지기 어려운 50홈런-60도루 클럽을 열 뻔했지만 도루가 하나 모자랐다. 크루스의 올 시즌 몸짓은 리그를 사로잡는 하나의 큰 화제가 될 것임에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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